![]()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
이처럼 조용히, 그러나 깊은 울림을 남기며 나눔을 실천해온 어른이 우리 지역에도 계신다. 전 남화토건 대표인 최상준 회장이다. 그는 자신에게는 몹시 인색했지만 100억 원이 훨씬 넘은 개인재산을 기부하셨다. 모교인 광주공업고등학교에 도서관을 지어 헌납하고 석봉장학재단을 통해 지역의 후학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왔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 지사 회장으로 재임하실 당시에도 직원들의 대학생 자녀들에게 1백만 원씩 장학금을 지원했다.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지역사회에 귀감이 되었다.
중국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알리바바의 창립자인 마윈 회장도 중학생 시절, 호주에서 온 외국인에게 영어를 배우고 학비를 지원받았다. 그 인연을 잊지 않은 그는 호주의 뉴캐슬 대학에 2000만 달러를 기부했고 지금도 매년 ‘마 & 몰리’라는 이름으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그저 어려운 때 받았던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한때 우리 사회도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서로를 도우며 살아왔다. 1960년대 ‘사랑의 쌀 한 줌 모으기’운동은 대표적인 나눔의 사례다. 경북적십자사 RCY 단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이 장학금은 지금까지 2만7000여 명의 고학생에게 30억 원이 넘는 지원을 이어왔다. 지금은 이 운동이 사라졌지만, 남은 기금은 여전히 누군가의 배움의 길을 밝히고 있다.
기업가부터 평범한 시민들까지 출연한 장학금으로 성장한 인재들 덕분에,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성장을 이룬 것이라 해도 과한 말은 아닐 것이다.
이제 장학사업은 기업가나 부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헌혈자가 기념품 대신 기부권을 선택하면, 그 금액이 장학금으로 적립되는 제도가 생겼다.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1846명에게 18억이 넘는 장학금이 전달되었고, 올해에도 우리 지역 고등학생 80명에게 1백만 원씩 지원할 계획이다. 헌혈도 하고 기부도 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작지만 소중한 나눔이다.
김장하 선생이 남긴 “사회에 갚아라”는 말씀이 오늘날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가 여전히 서로 도우며 살아가야 하는 연대와 협력이 절실한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 위에 던진 돌 하나가 만든 파문처럼, 우리의 작지만 선한 행동도 이 사회를 정의롭고 따뜻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사회에 갚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분명 더 평화롭고 행복한 곳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