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에세이·최성주>트럼프 정책의 불가측성,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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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에세이·최성주>트럼프 정책의 불가측성,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 전 주폴란드 대사
99)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관세폭탄
  • 입력 : 2025. 04.22(화) 17:46
최성주 고려대 특임교수, 전 주폴란드 대사
올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전 세계가 대혼돈과 불확실성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으로 작년 11월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내는 관세폭탄은 세계경제의 근본 축을 뒤흔들고 있다. MAGA의 기저에는 ‘미국 우선주의’가 자리잡고 있으니, 동맹국에 대해서도 배려와 관심이 없다. 2차 대전 이후, 80년간 국제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이 국제협력을 포기하고, 자신의 국익만을 최우선시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일본, NATO 등 전통적인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새로운 지도자를 선출해야 하는 대한민국호(號)는 이러한 심대한 도전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국제안보 및 경제통상 등 실질적인 측면에서 미국이 갖고 있는 절대적인 영향력으로 인해, 작년 11월 5일의 미국 대선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였다. 트럼프 1기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원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국내경제, 특히 제조업의 몰락에 따른 실업 등으로 좌절과 실의에 빠져 있던 많은 백인들을 대상으로 MAGA라는 미국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트럼프 후보가 재선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는 미국 우선주의를 행정부의 정책으로 시행하기 시작한다. 경제와 안보가 상호 연계되어 있는 21세기,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관세 부과에서 출발한다. 급기야, 4월 2일에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발표한다. 그런데, 미국의 국채 투매 현상이 일어나고, 물가 인상으로 일반 서민들의 불만이 팽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대한 상호 관세의 시행을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한다. 이는 미국의 공격 목표가 바로 중국임을 보여준다. 중국이 보복 관세를 발표하고 미국은 추가 관세를 발표하는 식으로 무역 전쟁이 악화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의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을 좋아할 국민, 즉 소비자는 없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정책이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관세폭탄으로 혼란스러운 현 상황 속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또 다른 핵심 분야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과 중동에서 수년째 지속되는 두 개의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나름대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유일한 분단국으로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가장 중시해야 할 현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한 접근정책과 한미동맹의 장래다. 올해가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이고 남북 분단 8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한미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보다 미국 국익을 우선시하면서 1기 때처럼 북한 김정은과 직접 접촉하고, 주한미군 장비를 여타 지역에 배치하는 등 동맹 체제를 일방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즉 ICBM으로부터 미국 본토의 안보를 약속받는 대신,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하는 소위 ‘스몰딜(small

deal)’에 나설 가능성도 우려된다. 이는 한미 간에 견지되어온 북한 비핵화 원칙을 허무는 행위다. 한국 몰래 미-북 접촉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 즉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라는 압박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간 협상 방식으로 볼 때, 주한미군의 감축을 위협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 후보 시절, 트럼프는 한국 방위비를 10배 증액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바 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및 경제통상 분야에 직접적이고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다. 작년 12월 이래 우리나라가 비상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이라는 불안정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트럼프 정책의 광풍(狂風)을 상대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대통령 부재에 따른 리더십의 공백이 진정으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지난 4월 10일 한덕수 권한대행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통화를 갖고 포괄적인 협의를 가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에 대해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자세로 당당히 임해야 한다.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은 전대미문의 난국이니, 기업에만 맡겨둬선 결코 안 된다.

정부가 적극 나서고, 기업 및 여야 정치권이 일치단결해야 한다.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예측 불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적시 대응하는 일이야말로 초긴급 현안이다. 노조도 이에 협조해야 한다. 노동자 권익보다도 대기업부터 살려야 한다. 일본이 미국의 관세폭탄에 대응하여 초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는 뉴스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