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13일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들이 경기 안산 단원구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에 참석했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제공 |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 정기열(58)씨는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사회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씨는 지난 11년간 상주모임에서 누구보다 앞장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세월호 삼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014년 6월 처음 결성된 모임은, 수완·일곡·첨단 지역 주민들이 실종자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며 촛불을 들었던 것에서 시작됐다. 3년이 지나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자, 2017년부터는 ‘삼년상’이라는 문구를 떼고 지금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4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230여명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유가족 곁을 지키면서 기억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씨는 “큰 아이가 당시 희생된 학생들과 동갑이기 때문에, 부모들이 겪을 슬픔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약하게라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첫 모임부터 함께해왔다”고 말했다.
상주모임은 유족들이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광주법원을 방문할 때마다 200~300명의 인원이 모여 사람 띠를 이루고 ‘진실마중길’을 만들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 유족들이 ‘십자가 순례’를 펼칠 때도 그들과 함께 걸으며 힘을 보탰다.
정씨는 “처음 활동할 때는 상심에 빠진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조차 걸기 어려웠다”며 “11년 동안 지속적으로 활동하면서 유가족들과 소통을 이어가다 보니, 이제는 마치 가족처럼 서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가 됐다”고 밝혔다.
![]() 정기열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활동가. 전남일보 DB |
정씨는 “모임에는 따로 직책이 없고, 모두가 ‘활동가’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있다. 정기적인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프로젝트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나서서 모임을 이끌어가는 분위기”라며 “수평적인 구조와 자율적인 참여가 모임이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도 상주모임 활동은 물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에 큰 원동력과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정씨는 “5·18민주화운동의 기억을 간직한 광주시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깊은 공감을 표하며, 후원과 참여는 물론 공간 협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시민들의 진정성은 상주모임에 큰 힘이 될 뿐만 아니라,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주모임은 앞으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며,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환기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정씨는 “참사에 대한 정확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또 참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며 기억이 희미해지는 만큼, 많은 시민이 잊지 않을 수 있도록 기억공간 조성도 시급하다”며 “모임은 이를 위해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