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의 ‘나눔 톡톡’>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것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김동수의 ‘나눔 톡톡’>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다는 것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 입력 : 2025. 04.08(화) 18:08
김동수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원장
“50년간 살아온 집이 다 타버렸어요. 내가 못살아요, 내가 못 살아….”

“ 주민들이 다 죽어가고 마을이 다 타고 있어요. 좀 도와주세요. 정말로 부탁드립니다.”

한순간에 눈앞에서 삶의 터전이 사라져 버린 주민들의 오열과 탄성이다.

지난달 열흘간 지속된 영남 산불은 4만8160㏊, 서울 면적의 80%를 태우고 꺼졌다. 이는 축구장 6만7375개 크기로 2022년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지역 산불의 두 배다. 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했다. 또한 수천 채의 주택 전소, 비닐하우스 파손 등의 피해가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대형 산불의 원인은 실화로 보인다. 그러나 고온 건조한 날씨와 계절풍이 더 큰 원인이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다. 이 산불로 산림과 생태계가 파괴되고 수십만 톤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을 상실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년에서 100년 이상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한 번의 실수로 인한 피해가 너무나 크다는 것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그래도 다행히 재난이 일어날 때마다 우리 국민은 수백억의 성금과 물품, 자원봉사 등 기부와 봉사, 헌혈을 통하여 연대와 협력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재난이 있는 곳에 언제나 하얀 바탕에 붉은 십자가 마크다. 이번 산불에도 적십자 봉사원은 수천 명의 이재민과 소방대원의 의식주를 도왔다. 동시에 가족과 재산을 잃은 이재민의 슬픔을 위로하고 심리적 지지와 회복을 위한 상담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대한적십자사는 수년 전 동해안 산불 이후 산림생태복원을 위해 산림청과 함께 피해지역인 경북 울진에서 ‘푸른 숲을 부탁해’라는 캠페인으로 조성된 기부금으로 축구장 100개 면적인 70㏊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더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이러한 적십자의 자연보호 활동은 지금으로부터 72년 전인 1953년 4월 5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부산 서구 암남동 천마산에 청소년 200여 명이 모여 1만 그루의 나무를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이는 청소년적십자(RCY)의 첫 활동으로 식목일은 RCY 창립기념일이 되었다. 이후 매년 부대행사로 단원들과 함께 식목 행사를 진행했다. 이때 슬로건의 하나가 “인간은 자연보호, 자연은 인간 보호”다. 여전히 우리 사회가 실천해야 하는 지향점이 아닌가 싶다.

이제 개나리와 진달래, 가로수길 벚꽃이 아름다운 봄이다. 이 봄을 즐기면서 지금 우리가 고온 건조한 날씨로 불씨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이재민 돕기 방송사 ARS 모금에도 참여하고 생활 속 ESG를 실천해보자.

그 하나는, 4월 들어 많은 언론사나 단체에서 걷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쓰레기도 줍는 플로킹도 포함한다면, 불씨가 되는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주울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등산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클린하이킹도 활발해졌으면 한다.

또 하나로, 지금은 침체한 식목일에 너도나도 나무 한 그루부터 심는 것이다. 다시 1단체 1산 가꾸기 운동이 들풀처럼 일어나야겠다.

이것은 철학자 스피노자가 말한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각오로 시급히 산불로 황폐해진 산야에 우리 공동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연도 인간을 보호해 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