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후 광주 남구 송하동 신애원에서 붕어빵 상인들과 광주금남로타리, 광주 서구 화정1동 새마을문구 회원들이 붕어빵 등 간식 나눔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그럼에도 광주의 붕어빵 상인들은 자신들이 가진 작은 것을 나누며 따뜻한 정을 전하고 있다.
9일 오후 광주 남구 송하동 신애원과 벧엘요양원에서는 특별한 봉사활동이 펼쳐졌다. 붕어빵 상인들이 힘을 모아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간식을 대접하는 날이었다.
이 봉사는 광주에서 20년 넘게 붕어빵 장사를 해온 김관수(55) 씨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신애원에서 봉사활동을 해오던 중, 아이들에게 조금 더 특별한 간식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붕어빵 나눔을 떠올렸다.
그러나 김씨를 비롯한 붕어빵 상인들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최근 광주 지역에서는 노점 단속이 강화되면서, 100만원이 훌쩍 넘는 과태료를 부과받기도 했다.
![]() 9일 오후 광주 남구 송하동 신애원에서 한 붕어빵 상인이 아이들과 어르신들을 위해 붕어빵을 굽고 있다. 정상아 기자 |
김씨는 “요즘 단속이 많아서 장사도 쉽지 않다. 그래도 좋은 분들이 함께 도와주셔서 이번 봉사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었다”며 “힘든 건 맞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붕어빵을 먹으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그게 큰 힘이 된다”고 웃었다.
김씨의 뜻에 공감한 지역 사회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경희붕어빵과 광주금남로타리클럽이 재료비를 지원하고 붕어빵 상인들과 광주 서구 화정1동 새마을문고 회원들이 함께 힘을 보탰다.
덕분에 붕어빵 뿐만 아니라 떡볶이와 어묵까지 준비돼 작은 분식집이 차려진 듯했다. 아이들이 간식을 받아들고 밝게 웃는 모습에 봉사자들도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 9일 오후 광주 서구 송하동 벧엘요양원에서 홍순복씨가 붕어빵 나눔과 함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정상아 기자 |
이날 요양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이미용 봉사도 함께 진행한 홍씨는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장사를 하면서도 늘 단속에 쫓기고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그래도 나눌 수 있을 때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도움을 주러 왔다가 오히려 힘을 얻고 간다”고 입을 모았다.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이창동(51)씨는 지인인 김씨가 봉사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도움을 주기 위해 고민하던 중 아이들의 휴대폰 필름과 케이스를 교체해 주기로 했다.
그가 낡은 필름을 떼고 깨끗한 새 필름을 붙이자, 아이들은 신기한 듯 휴대폰을 이리저리 살펴봤다.
이씨는 “새 학기 시작하는데, 휴대폰도 새것처럼 바꾸면 기분이 좋지 않겠느냐”며 “아이들이 새출발하는 데 작은 힘이 됐길 바란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김양현 광주금남로타리클럽 봉사프로젝트위원장은 “10년 넘게 신애원을 방문해 봉사를 이어오다 보니 이제는 아이들이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해 준다”며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고 유대감도 생겨서 너무 뿌듯하다. 많은 지역민이 함께 힘을 모아 봉사를 진행해서 더욱 뜻깊은 하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노점 단속과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상인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일로, 자신이 가진 작은 것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김관수씨는 “우리가 가진 게 많지는 않지만, 이렇게라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며 “조금이라도 선한 영향력이 전파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염원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