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별·하늘의 바람이 된 아이들 잊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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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영원한 별·하늘의 바람이 된 아이들 잊지 않길"
세월호 11주기 목포기억식
참사 피해 유족 등 600여명 참석
이태원·제주항공 유족도 슬픔 나눠
기억나무 부스엔 추모글로 채워져
  • 입력 : 2025. 04.16(수) 18:40
  •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목포신항만 내 세월호 거치 장소 앞에서 열린 ‘세월호 11주기 목포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세월호 기억과 치유의 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영원한 별, 하늘에 빛나는 바람이 된 아이들, 잊지 않겠습니다.”

어느덧 1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그날의 아픔과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못했다. 바다에 남겨진 기억과 육지에 남은 이들의 눈물은 여전히 그 자리에 멈춰 있었고, 진실을 향한 갈망 역시 조금도 옅어지지 않았다.

4·16 세월호참사 11주기를 맞은 16일 오후 목포 달동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세월호잊지않기목포지역공동실천회의’가 주관하는 11주기 목포기억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0416단원고가족협의회와 1029이태원참사가족협의회, 1229제주항공여객기참사유가족 등 참사 피해 유족들과 관계자, 시민 등 600여명이 참석했다.

기억식이 시작하기 전부터 목포신항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세월호 선체로 향하는 입구 펜스에는 추모객들이 메달아 놓은 노란리본으로 가득했다. 자리에 착석한 유족들의 애달프고 비통한 마음은 11년 전 그날과 다르지 않았다. 추모객들은 행사 중간 유족들에게 ‘연대’와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기억사가 시작되자 몇몇 이들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고 이호진 엄마 김성아씨는 기억사를 통해 아들에게 편지를 전했다.

김씨는 “아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말이 트이고 엄마라고 불러줬을 때 벅차고 감격스러웠다”며 “우리 가족 곁을 떠난 지 11년이 지나 또 그날이 됐지만 어제도 사진 속 아들이 있던 장소로 짐작되는 곳을 둘러보고 왔다”고 말했다.

이어 “평택에 있는 추모공원을 매주 찾다 보니 아들을 유학 보낸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잘 지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세월과 함께 늙어가다 다시 만나자, 사랑한다”고 그리운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족들도 ‘연대’의 의미로 자리를 함께 했다. 이들은 같은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족으로서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해린씨의 아버지 이종민씨는 “국가의 적절한 대응이 있었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두 참사를 겪었다. 두 참사 모두 우연한 사고가 아닌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해 발생한 필연적 사고였다”며 “수백명의 절박한 구조 요청에도 국가는 침묵했고, 아이들은 차가운 바다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다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국가의 무능으로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정치적 이해보다 우선시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며 “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히고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그날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다짐했다.

학생 대표로 추모사 낭독에 나선 이세령 목포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회장은 “11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아픔은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있다. 세월호에 잠든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희생자가 아닌 영원한 별이 됐고 하늘에 빛나는 바람이 돼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 것이다”며 “그날의 아픔과 눈물, 분노와 다짐을 시간이 흘러도 가슴 깊이 새기며 살아가겠다.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추모객들이 16일 오후 목포 달동 목포신항에서 열린 세월호 11주기 목포기억식에 마련된 ‘기억나무’에 문구를 적고 있다. 정승우 기자
한편 행사장 뒤편에는 나무 그림에 지장을 찍어 작품을 완성하는 ‘기억나무’ 부스도 마련됐다. 추모객들은 나뭇가지 끝마다 지장을 찍고, ‘선원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기억하겠다’, ‘안전사회’, ‘침묵하지 않는다’ 등의 문구를 적어 나무를 꾸몄다.

행사에 참여한 추모객 박우경(53)씨는 “다시는 우리에게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길 바라는 의미에서 찾았다”며 “추모 장소마다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있지만, 말뿐이 아닌 모두가 세월호 영령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승우 기자 seungwoo.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