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광주 고려인들 "우라 코레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광주 고려인들 "우라 코레아"
  • 입력 : 2025. 03.01(토) 14:24
  • 뉴시스
제106주년 3·1절을 맞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고려인마을에서 연해주 만세운동을 재연하는 거리 행진이 펼쳐지고 있다. 뉴시스
“우라 코레아(대한민국 만세)!”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국의 독립을 바랐던 동포들의 간절함이 한 세기를 넘어 후손들에 의해 재연됐다.

㈔고려인마을은 1일 오전 광주 광산구 월곡동 홍범도공원에서 3·1 만세 운동 106주년 기념 행사와 연해주 고려인 만세 운동 102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빼앗긴 조국, 그날의 함성’을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박병규 광산구청장과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 이천영 고려인마을 목사와 마을 주민 등 내외빈 5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념식은 국내 항일 투쟁인 3·1운동 106주년과 해외 동포들이 주축이 돼 펼쳐진 러시아 연해주 만세 운동 102주년을 기리는 취지로 열렸다. 월곡고려인문화관에서 출발하는 만세 운동 재연 거리행진을 시작으로 홍범도공원에서의 기념공원·국민의례·독립선언서 낭독·기념사 순으로 진행됐다.

기념식에 참석한 내외빈과 마을 주민들은 거리행진 과정에서 “대한민국 만세, 우라 코레아” 등을 외치면서 100여 년 전 항일운동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특히 고려인마을에서의 만세 운동 재연은 해외에서 펼쳐졌던 동포들의 항일 운동을 재연하고 뜻을 기리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앞서 해외 항일 투쟁 거점 도시였던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내 신한촌에서는 1919년 3월 17일 최초의 만세 운동이 전개됐다. 동포들은 국내에서 펼쳐진 만세 운동처럼 거리로 나서 행진하며 대한독립을 부르짖었다.

이에 일본군은 연해주 만세 운동을 기점으로 독립운동가와 한인 동포들에 대한 탄압 수위를 올렸다.

일본군은 이듬해인 1920년 4월 3일 신한촌을 습격하고 한인 지도자 300여 명을 수장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 동포들을 한글학교에 가두고 불을 지르는 등 학살을 서슴치 않았다.

이같은 일본군의 만행 탓에 신한촌에서는 1922년까지 3·1운동을 재연하거나 기릴 수 없었다.

연해주에서 3·1운동을 기릴 수 있게 된 것은 1922년 10월 독립군과 러시아 혁명군이 일본군 토벌 작전을 성공리에 마치면서부터다. 동포들은 일본군이 연해주에서 완전히 물러난 것을 확인, 이듬해부터 다시 3·1운동을 기렸다.

동포들은 목이 터져라 만세를 부르짖는 동시에 조국의 독립을 바라는 성대한 독립문을 만드는 등 일본에 억눌려온 울분을 토해냈다.

조국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뭉쳤던 동포들은 1937년 스탈린의 탄압으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돼 뿔뿔이 흩어져 오늘날 후손 고려인들로 이어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피해 대한민국으로 입국한 고려인 동포도 참여했다.

덴밀라(63·여)씨는 “지난 2022년 두 딸과 손자들을 품에 안고 고려인마을로 들어왔다. 3년째 지내면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 머물 당시 어머니가 이야기해주신 대한민국에 대한 이야기가 떠오른다. 고향의 땅이 독립을 되찾기까지 겪은 일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뜨겁다”고 말했다.

이어 “조상들이 고국 독립을 위해 분투했다는 사실이 감명깊다. 고려인이기에 앞서 같은 조상을 둔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일반 시민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 투사들의 넋을 기렸다.

정은혜(36·여)씨는 “며칠 전부터 3·1절 기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자녀들과 책을 읽으며 공부했다. 나라를 되찾기 위해 애쓴 독립 투사들의 뜨거운 열망을 느끼고 싶어 기념식 현장에 방문했다”며 “(독립운동을) 과거에 일어났던 일로 여기지 않고 마음에 새겨 애국심을 이어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