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비극의 현장에서 계엄 옹호 집회라니” 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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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5·18 비극의 현장에서 계엄 옹호 집회라니” 규탄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 거센 비판
광주 시민들 “민주정신 폄훼 행위“
서울·대구서도 참석 ”尹 탄핵 하라“
“대통령 파면때까지 목소리 낼 것”
  • 입력 : 2025. 02.16(일) 18:42
  •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
지난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1가에서 4가까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각각 열리고 있다. 김양배 기자
“45년 전 계엄에 맞서 싸우다 숨진 시민군의 아픔이 서려 있는 금남로에서의 계엄 옹호 집회는 광주 시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 아닌가요.”

광주에서 열린 극우 세력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두고 시민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졌다.

지난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1·2·3·4가에서 진행된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로 인해 금남로 거리는 가득 채워졌다.

보수 성향 개신교단체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오후 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광주 동구 금남로 흥국화재 빌딩 앞부터 금남로 5가 일대에서 ‘전남국가비상기도회·도민대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5·18항쟁지인 금남로에서 윤 대통령의 불법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것을 두고 “반민주적이며 광주 5·18 정신을 흠집 내는 것이다”고 규탄했다.

이날 금남로 반대편에서 개최된 윤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서울·경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석했다.

광주지역 17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15일 오후 2시30분부터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흥국화재 건물 일대에서 14차 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이날 일타강사 황현필(역사바로잡기소장)씨는 무대에 올라 “얼마든지 자유를 이야기해도 되지만 내란수괴 옹호 집회를 하는 건 홀로코스트 나치추종자·매국 좀비”라며 “이승만과 박정희·윤석열은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민주주의의 피가 뿌려진 이곳에서 내란수괴 지지자들의 집회가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대구경북홧병말기환우회’ 깃발을 든 대구·경북 지역 시민들도 금남로를 찾아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이들은 자리에 앉거나 서서 “윤석열 즉각 파면”, “내란 종사자 동조세력 처벌” 등의 구호를 외쳤다.

광주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이뤄진다는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내려온 김재출(67)씨는 “지금 집회에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말도 안되며 또 폭력사태가 일어날까 봐 두렵지만 절대 탄핵 찬성측이 기세에 밀려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에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더 많이 나와서 자리를 채워줘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광주 시민들과 연대하는 마음으로 왔다는 허우진(34)씨는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게 지고 싶지 않아 광주 집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민주화의 대명사인 광주 금남로에 탄핵 반대세력이 올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치가 떨린다”고 비판했다.

수원에서 내려온 김하은(32)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데, 대구지역에서 극우 세력들이 광주에 와서 집회를 참여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금남로를 지키기 위해 왔다”며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희생이 이뤄진 이곳에서 윤석열의 계엄이 정당했다는 말도 안되는 논리를 펼치는 보수 단체에 분노를 느꼈다. 윤 대통령이 파면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거리에,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광주시민들은 1980년 5월 계엄 철폐와 신군부 독재 퇴진을 요구하면서 계엄군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오월 정신이 훼손됐다는 사실에 분노를 표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박경균(36)씨는 “45년 전 계엄군들이 짓밟고 간 자리에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세력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학생 황운태(15)군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지키지 않는 모습을 보여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조진명(27)씨는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윤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들이야말로 반국가 세력이다”며 “5·18을 비하하는 세력이 광장에서 집회를 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상아 기자 sanga.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