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광산구 송정5일시장의 상인들이 지난 화재로 전소된 점포 정리에 나서고 있다. 정유철 기자 |
18일 오전 찾은 광주 광산구 송정5일시장에는 지난 화마를 뒤로 하고 아침장이 들어섰다. 단골 주민들과 방문객들로 시끌벅적했다. 그러나 시장의 다른 한편엔 지난 14일 새벽 화재로 검게 변해버린 점포 38칸이 눈에 띄었다. 여전히 흩날리는 검은 잿가루는 그날의 화마를 떠오르게 했다. 점포를 정리하고 있는 한 점주의 표정에서는 허탈함이 역력했다. 이번 화재로 점포가 다 타버려서 생계가 막막하기 때문이다. 송정5일시장은 이번 화재로 점포 240칸 가운데 38칸이 전소돼 14명의 상인이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됐다.
설 연휴를 앞둔 지난 1월 22일 서구 양동시장에서도 전기적 요인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점포 6칸이 소실돼 830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났다.
광주지역에서 연이어 전통시장 화재가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의 화재보험 가입률은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 14일 진보당 김명숙 광산구의원이 발표한 광산구 6곳 전통시장의 화재보험 가입 현황에 따르면, 송정5일시장의 보험 가입자는 51%였다. 총 74곳 점포 중 민영화재는 18곳, 화재공제는 20곳이었다. 화재공제 가입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광산구에만 그치지 않는다. 올해 1월 말 기준 광주지역 전통시장 화재공제 가입률은 37.4%, 총 2546개 점포 중 952점포에 불과했다.
화재보험은 일반 보험회사의 민영보험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화재공제로 나뉜다. 특히 화재공제는 환급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그런데도 이 화재공제의 가입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송정5일시장의 경우, 피해 점주 14명 가운데 5명은 어떠한 화재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피해 상인 2명은 미등록 점포로 장사를 하고 있었다.
올해 초 화재공제에 가입을 신청했다는 상인 최모(70)씨는 “화재가 진화된 이후인 14일 낮에 가입이 승인돼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저뿐만이 아니라 송정5일시장의 상인 대다수가 가입이 안 돼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이 화재보험 가입을 꺼리는 이유는 대다수가 고령층으로 화재보험 가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데다 까다로운 보험 가입 절차에 대한 어려움 때문으로 보인다.
임용태 송정5일시장 상인회장은 “이번 피해 상인의 평균 나이가 65~70세”라며 “절차상에 어려움을 느끼고 나이로 인해 점포를 정리하고자 하는 상인들이 많아 화재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포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한 상인은 “낡은 건축물이라는 전통시장의 특성상, 민영 보험에 승인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래서 화재공제라고 불리는 공단 보험을 신청하는데, 이 또한 많은 조건이 있어 승인 절차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화재보험 가입 요건에 맞지 않는 사업자 미등록 점포가 일부 존재하고 있는 것도 보험 가입 저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통시장에 상가 2곳을 운영 중인 임모(68)씨는 “수십 년간 운영해 온 점포에 모두 사업자등록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70대의 고령층인 대다수 상인들이 행정 절차에 어려움을 느껴 보험 가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화재 피해를 입은 영세 상인이 재해재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중위소득 75%(4인 가족 기준 457만원) 이하의 영세 소득 피해 상인에 ‘긴급 생계비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