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일대는 1885년 영국군의 점령 사건 이후 항만과 군사시설 등 근대 문화유산이 잘 보존돼 지난 2022년 8월 ‘거문도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국가유산청 공모 사업에 선정됐다. 2024년 7월에는 국가 등록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수시는 종합 정비계획 수립을 위해 확보한 1차 연도 국비 7억 4000만원을 들여 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고, 향후 5년간 학술 조사연구와 역사·문화공간 조성, 등록 문화유산 보수 등의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거문도를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포함된 거문도는 7000만 년 전 화강암이 융기하며 형성된 독특한 지형과 청정 해역이 어우러진 수려한 경관을 갖춘 생태 관광의 핵심 자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흔적과 함께 아시아 유일의 영국 해군 기지인 포트 해밀턴의 유적이 남아 있어 역사적 가치도 높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어족 자원이 풍부하고 멸종 위기종인 붉은바다거북과 상괭이 등이 서식하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이면서 오랫동안 주민사이에 전승돼 온 독특한 민속 등도 학술 자료로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무분별한 개발 등은 거문도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여수시는 보존형 경관 지침을 준수해 거문도가 지속 가능한 관광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인구유출을 막는 지역 공동체 재생 프로그램이 첫걸음이다. 국제적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도록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해야 한다. 거문도를 미래 세대에 남겨줄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