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감정에 계절의 색을 입히다…양홍길 개인전 '환희歡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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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내면의 감정에 계절의 색을 입히다…양홍길 개인전 '환희歡喜'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서 열려
16일까지 전시…회화작 30여점
오늘날 추상화 존재 이유 구현
기쁨·슬픔·고독 등 색채로 풀어
  • 입력 : 2025. 02.03(월) 18:09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양홍길 개인전 ‘환희歡喜’가 열리고 있는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박찬 기자
오늘날에도 추상화가 존재하는 이유는 특정한 가치를 내세운 그림으로 감상하는 이들과 함께 소통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양홍길 작가의 추상화는 현실에 존재하는지, 꿈속에서 얼핏 스쳤던 장소였는지 모르는 공간을 우리가 상상해 왔던 이미지로 구현했다. 강렬하면서 독자적인 색채가 주는 그림에는 작가가 구상했던 아름다운 환희의 순간이 고이 담겨 있다.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는 신년을 맞아 첫 전시로 양홍길 개인전 ‘환희歡喜’를 지난달 15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양 작가의 회화작 30여점을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양 작가는 그간 매 순간 직면하는 감정이나 생각을 작품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펼쳐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자연과 그 계절이 가지는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 형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사각의 화폭에 담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색을 기쁨, 슬픔, 분노, 고독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수많은 감정에 대입해 감정의 색채로서 추상화했다.

이러한 제작 의도를 통해 완성된 회화작들은 감성적이면서도 시각적 쾌활함과 깊이감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양홍길 작가의 회화작들이 전시된 3일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박찬 기자
양홍길 작가의 회화작들이 전시된 3일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박찬 기자
양 작가는 꾸준한 방향성을 가지고 색채 연구와 한국화의 현대적 변화를 시도하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다. 순수미술과 응용미술 사이의 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특정한 목표 없이 자유롭게 원하는 바를 제작할 수 있는 순수미술의 특징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추상 작업으로 그가 전하고자 하는 경험을 그리며 감상자와 소통하는 것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감상자에게 소통할 통로를 제공한다. 꿈이나 자연에서 느꼈던 흥취를 제공하기 위해 누구나 경험해 봤을 법한 꽃밭 이미지를 구현하고 붉은색과 초록색 등의 색채를 여러 겹으로 쌓아 올려 백일홍이 가득한 꽃밭을 보는 듯한 느낌을 창출한다. 이러한 통로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높은 몰입감과 감정적 개입을 선사한다.

양홍길 작가의 회화작들이 전시된 3일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박찬 기자
양홍길 작가의 회화작들이 전시된 3일 광주예술의전당 갤러리. 박찬 기자
실제 그의 그림들을 바라보면 우리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 감정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되며 작품에 스며있는 안정감과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 화면의 고유한 공간감과 미적 감흥의 효과로 삶의 위안을 얻고 이미지 몰입을 통해 행복감을 제공하는 게 오늘날 추상 미술의 역할이라 믿는 양 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정형 추상 이미지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도 그의 작품이 가진 특징이다. 백일홍이나 개나리꽃이 가득한 풍경 속을 거닐고 있다는 감흥과 함께 여러 갭의 색 레이어를 읽게 만들면서 공간감을 경험케 하는 것은 그가 구축한 미적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의도적인 장식적 표현이 아닌 꿈이나 자연의 세계를 단순화해서 순간 느껴지는 감정의 색채와 점을 형상화했다”며 “심미적 감각에 의해 손끝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무의식의 선과 점을 반복해 겹겹이 쌓아 올렸다. 이를 감상한 관람객들이 기억을 소환해 동화하고, 그들만의 내면 이미지를 해석하게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한편 양 작가는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과를 졸업한 뒤 서울, 광주, 순천, 강진 등에서 14번의 개인전 및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현재는 한국미술협회, 현대한국화협회, 선묵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