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은 여러 종류가 있다. 구렁이부터 뱀 중의 왕이라는 검붉은 능사, 집근처에 살면서 쥐나 개구리를 잡아먹는 검화사(밀뱀), 논이나 둠벙에 사는 무자치(물뱀). 향토예비군복을 입은 꽃뱀(화사), 물렸다 하면 독이 있어 위험스런 살모사나 독사류, 작은 곤충을 잡아 먹고 사는 도마뱀 등 이다. 그 중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놈은 화사인데 이놈은 어린 시절 어른들이 모내기나 공동으로 들일을 가셨을 때 점심때를 맞추어 동생들 젖을 먹이러 가거나 못밥을 먹으러 가는 길목에 코브라처럼 곧추서서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다. 비켜주지 않으면 무서움을 참으며 날캉한 회초리나 돌멩이 세레를 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보면 금세 파리 떼가 우글우글 맛있는 식사를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산골 마을에 땅꾼이 와서 장기 거주 하게 되었다. 땅꾼이란 뱀을 생업으로 잡는 사람이다. 그렇게 무섭고 징그럽던 뱀이 이제는 짭짤한 돈벌이가 되었다. 뱀을 잡아다 주면 쉽게 돈이 생기니 밭을 매는 아낙들도 뱀을 보면 호미로 눌러 잡았고 마을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했다. 재미를 붙인 나는 곧 꼬마 땅꾼으로 입학원서를 냈다. 뱀을 잡는 도구는 쌀을 담는 자루(당시는 베로 만들었음)와 끝을 기역자로 만든 1m정도의 쇠막대가 전부였다. 나의 사업은 일취월장 번창하여 어떤 날은 땅꾼 아저씨보다 더 많이 잡는 날도 있었다. 창피한 얘기지만 나는 뱀을 잡아 중학교에 입학 하는데 큰 보탬이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뱀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기독교에서는 뱀을 신앙의 상징물로 보는 것 같다. 에덴동산의 사탄 뱀은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일 것이다. 기독경 ‘구약’에는 뱀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교활한 동물로 설명하나, ‘신약’에는 “뱀처럼 신중하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고 했다. 구약 민수기에도 뱀이 나와 모세와 야훼가 자신들을 비난하는 히브리인들에게 불뱀을 보내 대다수가 물려 죽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그 뱀을 쳐다보면 다 치유될 수 있다고 한다. 모세도 청동 뱀을 만들어 그 뱀을 바라보는 자들은 다 소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노아의 방주 아래에 구멍이 났을 때 뱀이 꽈리를 틀어 구멍으로 들어오는 물을 막았기에 방주의 침몰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뱀은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과학자들은 뱀을 자연 재해나 재앙을 감지하는 대상의 로봇으로도 이용하고 있는데 ‘일본국제 구출시스템 연구기구(IRS)의 능동 스코프 카메라가 그 실예라 하겠다. 또는 뱀의 독을 연구하여 약물 개발에 활용하는 등,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생체분자 구성을 가진 뱀 독소의 단백질은 보물은행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콘 스네이크 같은 뱀은 온순하고 독이 없는 70여종의 애완용으로 사육되고 있고 그중 알비노볼 파이탄의 경우 몇백만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
브라질에는 퀘이마다 그란데(Queimada Grande)라고 불리는 금지된 섬이 있는데 겉으로 보면 아름다운 무인도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섬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섬의 주인은 독사뱀 이라고 한다. 그것도 보통 독사뱀이 아니라 무시무시한 독사가 무려 4000마리 이상 우글대고 있기 때문이란다. 이 많은 독사뱀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독사뱀은 골든 랜스헤드 바이퍼(Golden lancehead viper) 라는 독사뱀이다. 이 뱀들에게 한번 물리면 뱀의 맹독이 빠르게 온몸에 퍼져 위출혈, 신장 부전(腎臟不全), 뇌출혈, 등을 일으켜 사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물렸다 하면 바로 사망이라고 한다. 이 섬은 1985년 브라질 당국에 의해 출입 제한구역이 됐고, 몇몇 의학적 연구와 관련된 조사만 허용하고 있다. 실제로 몰래 섬에 들어갔다가 시체가 되는 일도 있지만 사람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가는 이유는 바로 비싼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 이 독사뱀은 퀘이마다 그란데 섬에만 존재하며 황금색을 띠기 때문에 값이 마리당 무려 3800만원이나 될 만큼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다. 세 마리만 잡으면 억대 부자가 되므로 목숨을 걸고 섬에 들어가 뱀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뱀은 우리 인류에게 생태계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우리와 함께 이 지구상에서 수백만 년을 살아왔다. 뱀과의 지속 가능한 공존은 생태계의 건강과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우리가 뱀을 이해하고 존중할수록, 우리 모두의 미래도 더욱 밝아질 것이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에는 나라가 안정되고, 힘들고 지친 서민들에게 희망이 가득한 해가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