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광주 서구 광천동 광주종합버스터미널 승차장에서 가족들이 서울행 고속버스를 탑승한 자녀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상아 기자 |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일상으로 복귀하는 이들의 발걸음에 아쉬움이 묻어났다.
광주 서구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는 긴 설 연휴를 고향에서 보내고 삶의 터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인파로 북적였다.
대합실 의자는 고운 색깔을 띠는 보따리와 큼직한 캐리어를 끌고 자리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로 이미 만석을 이뤘다.
빈자리를 찾지 못한 이용객들은 선물 세트, 반찬 등의 짐을 양손에 한아름 들고 구석에 자리를 잡고 선 채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청주 소재 대학교를 다니는 정유진(21)씨는 “타지에서 대학교 생활을 하다 보니 할머니 손맛이 담긴 집밥이 그리웠는데,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나고 가장 좋아하던 갈비찜을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며 “곧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가족들과 함께 보낸 사소한 일상도 너무 소중하고 좋았던 것 같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고 활기차게 신년을 맞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버스 출발 시간이 되자 의자에 앉아 있던 이들이 바닥에 내려놓은 짐을 챙기고 하나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남은 가족들은 버스 탑승 구역까지 이용객들을 따라가 짐을 실어주거나 포옹하는 등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인천행 버스 앞에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던 이진주(32)씨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고향에 자주 내려오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연휴가 길어서 간만에 오래 머물다 간다”며 “올해는 처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대신 부모님을 모시고 근교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만족스럽고 언제 또 이렇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지 모르겠어서 더욱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배웅하던 어머니 김영숙(60)씨는 “간만에 딸이랑 시간을 보내는 거였는데 금세 연휴가 끝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며 “연휴가 다 끝나고 나서야 날이 풀려서 아쉬움이 남기도 하고 도로가 미끄러울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디 딸이 사고 없이 무사히 도착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했다.
설 연휴 마지막날인 30일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 역사에 이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준명 기자 |
긴 명절 연휴를 마치고 가족과 친구들을 뒤로한 채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에는 짙은 아쉬움이 묻어났다.
김인경(48)씨는 “고향 광주에 와서 오랜만에 가족,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간다”며 “연휴 기간 많은 눈이 내리면서 외출과 통행에 불편이 있긴 했지만, 임시공휴일 덕에 여유롭게 명절을 보냈다. 가족과 지인들 모두 건강하고 힘차게 한 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자녀를 태운 열차가 플랫폼을 떠나 멀어질 때까지 손을 흔든 뒤,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부모의 마음도 허전하기는 매한가지였다.
김희원(74)씨는 “서울에 사는 둘째 딸을 열차에 태워 보내고 오는 길이다. 어느덧 장성해 타지에서 가정을 꾸리고 지내는 자식들이 기특한 마음이다”면서 “연휴 동안 많은 시간을 보냈어도 아쉽고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늘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아쉬운 마음을 내비쳤다.
직장 생활로 바쁜 자녀들을 위해 명절 음식을 양손 가득 들고 역귀성길에 올랐던 노부모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동현(77)씨는“수도권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아들딸을 만나기 위해서 서울에 갔다가 광주로 돌아오는 길이다”며 “자녀들과 함께 박물관 등을 찾아 많은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는 등 풍족한 명절 연휴를 보냈다”고 귀띔했다.
정유철·정상아·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