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임시공휴일 지정… 지역 업계 '기대반 우려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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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27일 임시공휴일 지정… 지역 업계 '기대반 우려반'
내수진작 등 소비심리 개선 기대감
탄핵정국·참사 여파 효과 의구심도
여행업계 “2-3개월전 결정했어야”
소상공인 “실질적 지원대책 필요”
  • 입력 : 2025. 01.09(목) 17:57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정부가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가운데 여행·유통업계 등 지역 업계들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탄핵정국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사진은 지난 8일 광주의 한 대형마트에서 지역민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정부가 내수경기 활성화와 관광 촉진 등을 목표로 오는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가운데 여행·유통·외식업계 등 지역 업계들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탄핵정국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어 뚜렷한 내수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데다가 설을 앞두고 채소·과일 등의 가격이 높은 수준을 형성하는 등 물가가 요동을 치고 있어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 8일 고위 당정 협의회를 열고 28~30일 설 연휴와 직전 주말을 잇는 평일인 2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28~30일 사흘간이었던 설 연휴가 엿새로 늘어났다. 연차를 활용하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어 직장인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평일보다 주말·휴일 매출이 높은 유통·외식업계와 황금연휴에 예약률이 증가하는 여행업계 등도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2020년 발표한 ‘8월 17일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광복절 주말 직후인 월요일(8월17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 전체 인구 절반인 2500만명이 쉬고 인당 평균 8만3690원씩 지출한다고 가정할 때, 임시공휴일 하루의 경제 전체 소비지출액은 2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됐다. 또 파급 경로를 통한 경제 전체 생산 유발액, 즉 ‘내수진작’ 효과는 4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고물가·고환율·이상기후 등의 여파로 설을 앞두고 물가가 급등한 데다가 탄핵정국과 제주항공 참사가 겹치면서 지역민들의 소비심리가 한껏 위축돼 이번 임시공휴일에는 뚜렷한 내수 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업계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역 소비자들 역시 설 명절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자 가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먼저 유통업계는 임시공휴일 지정에 ‘매출 등락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광주의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연휴 기간 대형마트에서 먹거리를 구매하거나 실내 나들이를 위해 백화점·쇼핑몰 등에 방문하는 고객이 늘면서 유통업계의 매출이 상승할 수 있지만, 6일간의 긴 연휴가 만들어지면서 해외여행이 증가한다면 오히려 매출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며 “정국 불안 등으로 광주·전남 분위기가 좋지 않아 최근 매출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의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었다. 향후 상황은 겪어 봐야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여행 수요가 급감하며 큰 타격을 입은 여행업계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반기면서도 소비 위축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 참사 이후 무안 공항에서 출발하는 여행상품을 예약한 스물 다섯팀 중 세 팀을 제외한 모두가 예약을 완전히 취소했다. 나머지는 인천공항으로 노선을 변경했다”며 “이번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여행 심리가 회복될 거라는 기대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특히 광주·전남 지역의 소비위축이 심각해 예약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는 않다. 또 여행업계가 제대로 수혜를 입으려면 소비자들의 원활한 예약을 위해 임시공휴일 지정이 최소 2~3개월 전에 이뤄졌어야 했다”고 말했다.

외식업계 소상공인들은 “임시공휴일 지정이 내수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며 간절함을 내비쳤다. 경기침체·탄핵 정국·제주항공 참사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매출 회복을 기대할 만한 뚜렷한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동구 충장로 인근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성모(67)씨는 “길어진 연휴로 외식·배달 음식 수요가 증가해 상인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면서도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의 경우 오히려 매출이 감소할 우려도 있다. 매출 증대를 연휴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경기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상무지구 요리주점 사장 정모(57)씨는 “국가에서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연휴가 길어졌다고 해서 소비가 급격하게 늘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탄핵 정국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는 등 소상공인의 피해가 매우 크다. 그래도 명절 대목에 사정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을 버릴 수는 없다. 내수 회복 및 소상공인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역 소비자들도 설 명절을 앞두고 급격하게 상승한 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락세를 보이던 배추 등 농수산물 가격이 또다시 급등하면서 설 연휴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진 탓이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직장인 김선영(48)씨는 “외식 물가뿐만 아니라 농수산물 가격도 급등해 지갑을 열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휴식의 기회가 늘어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서민들의 지출이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며 “모두가 명절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소비자들의 피부에 와닿는 물가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