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초대전 ‘시간의 문을 열다. 2025’ 포스터. 아천미술관 제공 |
영암 아천미술관에서 지난달 5일부터 열리고 있는 기획 초대전 ‘시간의 문을 열다. 2025’의 작품들을 관람하고 있는 방문객들. 9명의 참여 작가가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다음달 16일까지 이어진다. 아천미술관 제공 |
아천미술관은 기획 초대전 ‘시간의 문을 열다. 2025’를 다음달 16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시간의 흐름’이라는 주제로 작가 9인의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박성휘, 박해경, 이호국, 임수영, 정순아, 정정임, 진 허, 최근일, 한갑수 등 9명의 참여 작가들은 시간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내면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각 작품은 다양한 주제와 형식을 차용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변화와 의미를 담아냈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 속 시간을 되새기게 된다.
먼저 박성휘 작가는 여성의 내면을 중심으로 자신의 삶과 세상과의 대화를 작품에 담았다. 그의 작품 속 여성들은 성장의 과정에서 겪는 고단함과 모순,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신화적 요소와 결합해 표현된다. 이러한 신화적 이미지들은 간절한 감정의 응축이자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내며, 현실과 미래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형상화된다. 박 작가는 미래로 나아가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작품에 그리고 있으며, 한복의 단순화와 빛과 그림자를 통해 여성의 내면을 조형적으로 표현했다.
박해경 작가는 그림 ‘꽃’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내적 심상과 희망을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서 꽃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매개체가 된다. 단순화된 형태와 과감한 원색을 사용해 꽃의 생명력과 감정을 자유롭게 그려내며, 꿈과 희망, 행복을 드러낸다. 수국, 달항아리, 찻잔과 같은 소재들은 소박하면서도 화려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자연의 색채와 어우러져 독특한 심상을 형성한다.
이호국 작가는 점, 선, 면이라는 미술의 기본 요소를 통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작품에 투영했다. 일상에서 발견한 평범한 모습들에 서정적 감성을 입혀 행복의 근원을 탐구한다. 선과 점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돼 새로운 조형 언어를 형성한다. 그의 작품 속 선들은 정적이면서도 동적인 특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이는 시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과 사고의 흐름을 상징한다.
임수영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일상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고자 했다. 그의 드로잉은 즉흥적이고 직설적인 방식으로 내면의 감정을 표출하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든다. 일상에서 스쳐 가는 감정의 흐름을 기록하는 그림은 내면을 치유하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선과 점, 면이 혼재된 그의 작품은 감정의 흔적을 시각화해 관람객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정순아 작가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했다. 가을의 풍성함과 자연의 생명력을 모티브로 삼아, 인간 존재와 시간의 리듬을 표현했다. 가을 들판의 풍요로운 벼는 풍요와 나눔, 그리고 삶의 결실을 상징한다.
정정임 작가도 이번 전시에서 나뭇가지와 인간의 형상을 연결해 자연과 인간의 복합적 감정을 담아냈다. 그의 작품은 사람의 혈관과 나뭇가지의 형태적 유사성을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은 내면을 탐구하며, 끝없는 반복을 통한 생명의 근원과 본질을 암시한다.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선들은 인간의 열정과 생명력을 상징하고 내면의 복잡한 감정을 시각화한다.
진허 작가는 그림 ‘나무’로 여성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나무는 결혼과 가정이라는 제도 속에서 뿌리내리고 성장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한다. 나무가 풍파를 견디며 성장하듯, 여성 또한 삶의 고난과 인내를 통해 성숙해진다. 그의 작품은 여성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관람객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달한다.
최근일 작가는 배꽃을 소재로 시간의 흐름과 섬세한 감정을 작품에 반영했다. 사실적인 묘사와 서정적인 감성을 결합해, 배꽃의 순박함과 연약함을 시각화했고 특히 배꽃의 흩어지는 이미지와 여백을 강조한 화면 구성은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한갑수 작가의 ‘기억나무’ 시리즈는 상처와 변화를 견디며 성장해 가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나무가 가진 기억의 조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변형되고 성숙해 가는 모습을 담아 거칠지만, 따뜻한 감정이 드러난다.
아천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시간을 직접 주제로 삼기보다, 관람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며 “관람객들에게 삶의 흐름과 변화를 되새기고, 새로운 통찰을 얻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전시는 영암 아천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할 수 있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