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증명. |
‘개의 설계사’, ‘세계는 이렇게 바꾼다’ 등으로 주목 받았던 작가 단요가 신작으로 돌아왔다. 단요는 지난 2022년 청소년 소설 ‘다이브’로 작품 활동을 시작해 2023년 문윤성SF문학상과 박지리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SF소설계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기술의 범위가 엄격하게 제약되는 가상 세계다. ‘솔깃하다 못해 소중한 단어’인 자유가 가진 모순을 지적하며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일과 그 기준의 판단이 무엇으로 이뤄지는지 탐구한다.
21세기 기술 발전 수준과 가장 가까운 거주구에 사는 열입곱 소년 ‘태서’에게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만 들리는 목소리들이 있다. 냉소적이지만 미움받기 싫어하는 ‘1호’, 제멋대로에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이면서도 남다른 번뜩임을 가진 ‘2호’다. 그리고 이 두 목소리는 예의 바르고 체제 순응적인 태서를 ‘3호’라고 칭한다. 사사건건 사고를 일으키는 1호와 2호는 태서에게 3호가 문명재건청이 문제아인 태서를 감시하려고 집어넣은 인공지능이라고 주입한다. 교통사고로 잃은 부모 역시 친부모가 아니며, 사고는 3호를 설치하고자 꾸며낸 자작극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태서는 부모님이 정말 살아 있는지 확인해 보자며 어릴 적 거주하던 곳으로 향한다.
작품은 문명재건청이라는 신에 비견하는 조직이 벌이는 거대한 사회 실험을 배경으로, 개인과 사회간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관계를 극대화해 보여준다. 전자잉크 태블릿과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 지문 인식은커녕 열쇠만 사용하는 거주구에서 태어날지가 개인의 운에 따라 결정되는 세계라면, ‘자유’란 제한된 배경 안에 선택지 몇 가지가 주어지는 것뿐이라고 한계성을 지적한다.
작품 속 2호는 극단적으로 그려진 인물이기도 하지만,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듯 완벽한 세상에 내 자리가 없다고 생각되는 이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