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표 관광지인 가든스 바이더 베이에 위치한 돔 형태의 식물원인 ‘클라우드 포레스트’ 내부 모습. |
1970년대만 해도 악취와 수질오염으로 물고기 조차 살 수 없었던 강을 정화하고 가둔 인공 수로 위에 배 모양의 구조물을 떠 바치고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 머라이언 파크(Merlion park) 사자상, 인공정원인 가든스 바이 더 베이(Gardens By The Bay),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빌딩 숲이 가득하다. 또 과감한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쇠락한 도심을 쇼핑·오락시설과 주거·업무·숙박시설로 꾸미면서 마리나 베이 같은 싱가포르만의 랜드마크가 도심 곳곳에 즐비하다. 싱가포르가 70년 대 부터 수질개선과 친수공간 활용으로 일궈낸 ‘워터 관광’ 전략이다.
싱가포르의 대표 랜드마크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과 머라이 언파크 사자상 모습. |
싱가포르의 도시계획 정책은 싱가포르 강을 중심으로 연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싱가포르 전체 면적의 12%에 달하는 싱가포르 도심부는 업무, 상업, 수변, 역사, 문화, 주거 등 크게 6개의 용도지역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중 주거지역 일부, 문화지역, 수변지역, 업무지역 등 4개 지역이 싱가포르 강과 연계돼 있다.
싱가포르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마리나 베이는 업무와 주거, 쇼핑, 관광을 아우르는 명소다. 실제 마리나 베이 일대는 와이셔츠 차림의 직장인 사이로 카메라를 든 관광객, 조깅 등을 즐기는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리나 베이 일대는 수변공간을 따라 시민들이 머무를 수 있는 다양한 용도의 랜드마크가 즐비하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머라이언 파크사자상, 가든스 바이 더 베이 등의 관광시설이 밀집돼 있고, 명품샵을 비롯해 먹거리, 볼거리도 풍부하다. 수 십 년의 노력으로 수질이 개선된 싱가포르 강 하구에는 요트, 유람선이 떠다니며, 매년 수영대회 등도 개최된다.
특히 우수한 디자인의 공공용도 건축물은 물론, 수변공간에 대한 조망점 역할 및 랜드마크 기능을 할 수 있는 관람차, 놀이시설 등을 적극적으로 수변공간 가까이 배치해 시민 활동거점 제공 등 시민들의 일상적 접근을 유도하고 있다.
수변의 야간경관, 가로예술품 설치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눈에 띈다. 싱가포르는 다운타운 코어지역이나 싱가포르 강 주변 지역에 가로예술품을 설치할 경우 도시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연 면적의 최대 2%를 추가해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마리나 베이 주변 수변공간 등에 조성되는 건축물에 야간경관 및 외부조명기구를 설치할 경우 설치비와 운영비의 절반을 정부가 지원하는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활력 도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19세기 후반부터 해상무역의 중심지로 상품들을 저장해두는 물류창고 밀집 지역이 즐비하다. 대표적인 곳이 클라키(Clarke quay), 보트키(Boat quay), 로버슨키(Roberson quay) 등이다.
1970년대에 싱가포르 강 오염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물류사업을 타 지역으로 옮기는 계획을 세우고 30년에 걸쳐 수질개선과 도시재생 작업을 시작했다. 기존 물류창고를 철거하지 않고 외관을 재설계하고 수변에 인접한 공간에 외부활성지역(ORA)을 지정하고 독특한 디자인의 테라스를 설치해 수변공간 접근성과 이용을 극대화 시켰다.
이중 클라키는 싱가포르 강을 따라 마리나 베이와 클라키를 왕복하는 리버크루즈에서 바라보는 싱가포르의 최고의 야경을 선사했고 대표적인 도시재생 사례가 됐다. 클라키는 현재 클럽과 펍이 밀집하고 가게마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공연이 펼쳐지는 젊음의 거리로 유명하다.
싱가포르 연안에는 관광객과 더불어 싱가포르에 체제하는 외국인들의 관광, 위락, 쇼핑 등을 위해 ‘클라크키’,‘보트키’라는 2곳의 축제마을이 조성됐다. 클라크키는 싱가포르 강변에 위치한 축제마을(Festival Village)로서, 2만3000㎡의 면적 위에 강변을 따라 다양한 형태의 레스토랑과 노천식당, 라이브 바, 쇼핑점이 위치해 있다.
싱가포르강 하구에 자리 잡고 있는 보트키는 싱가포르의 도시재개발계획에 따라 조성된 쇼핑, 위락지역으로 강변을 따라 35개 이상의 바와 레스토랑들이 자리 잡고 있다. 보트키는 연안 친수공간을 조성하려는 계획을 토대로 해 수변공간마다 다양한 조형물이 자리 잡고 있으며 연안크루즈 선박이 쉽게 정박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가든스 바이 더 베이에 설치된 50m 높이의 슈퍼트리 야경 모습. |
싱가포르는 ‘정원의 도시’로 유명하다.
좁은 국토라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옥상정원, 벽면녹화, 하늘다리, 발코니녹화의 3차원 정원(파크로얄호텔, 오아시스호텔의 초록건물)을 지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나무, 숲을 가꾸는 노력에 큰 공을 드리고 있다. 싱가포르는 ‘도시를 녹지 안에 둔다(City in a Garden)’ 정책으로 도시의 90%를 녹지로 만들겠다는 것이 도시계획의 방점이다. 50m 높이의 슈퍼트리 12개가 수놓은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싱가포르 국립수목원, 돔 형태의 식물원인 클라우드 포레스트(Cloud Forest) 등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싱가포르 정부가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싱가포르 정부가 국토의 상당수를 정원과 숲으로 조성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물을 확보하고 자연 정화 기능 강화 등을 위한 것도 있다. 싱가포르는 열대기후로 강수량이 높지만 국토가 좁아 빗물이 바다로 금방 유입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통해 조성한 숲과 정원은 물을 담아내는 스펀지 역할을 하고 있다.
바다를 매립해 국토를 넓혀 나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마리나 베이는 총 면적 360ha 중 101ha를 매립해 만들어진 사례다. 눈여겨 볼 점은 싱가포르는 국토를 넓히기 위해 바다를 매립하는 흙 조차 수입한다고 한다. 물 부족, 좁은 땅, 척박한 자원 부족 속에서 싱가포르 정부가 세계적인 관광·비즈니스 도시로 키워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에서 바라본 싱가포르 도심 야경. |
싱가포르의 역동성 있는 도시로 성장한데는 치밀한 도시계획이 주효했다. 싱가포르 도시재개발청(URA)은 콘셉트플랜과 마스터플랜을 세운다. 10년마다 수립하는 콘셉트플랜은 40~50년 뒤의 밑그림을 그리는 개념이다. 창이공항과 마리나 베이 샌즈 등도 1971년 최초 콘셉트플랜 수립 당시부터 구상됐다. 마스터플랜은 5년마다 시대 변화에 맞게 계획을 다듬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민간 입장에서는 어느 지역이 어떤 콘셉트로 개발될지 예측이 가능해 싱가포르 도시계획 발주를 수주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우게 하는 장점이 있다. 말 그대로 민간이 복합개발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 셈이다.
도새개발 구상의 일관성 있는 정책도 빛났다. 선거결과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국내와 달리 바뀌지 않은 정책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이뤄진다. 싱가포르는 토지의 90%가량을 국가가 소유해 효율성이 높고 과감한 규제 완화도 한몫했다.
싱가포르 정부의 50년을 미리 내다보는 안목은 전 세계 기업들을 몰려들게 했다. 싱가포르에 아시아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은 4200여 곳이다. ‘아시아의 진주’라 불리는 홍콩(1337곳)을 앞지른 지 오래다. 상가포르의 상업시설 발주액은 작년 25억 달러에서 올해 45억 달러로 1년새 8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싱가포르 도심은 쇼핑·오락시설 없이 오피스만 덩그러니 있었다. 밤과 주말엔 텅 빈 도시나 다름없었다. 싱가포르 정부가 도심 강을 중심으로 토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업무와 주거, 숙박시설 등을 함께 조성하는 복합개발을 추진한 뒤 사람이 몰리는 곳으로 바뀌었다.
글·사진=싱가포르 김성수 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김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