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석 화백이 지난 17일 전남대 5·18연구소가 기획한 ‘걸음 울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지난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전시의 의미를 밝힌 김 화백은 “부정한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사람들의 백비를 세운다는 맘으로 전시에 응했다. 붓끝에 5·18의 은유와 상징을 날카롭게 명징했다”며 “매일같이 작업실에서 5월의 현장을 마주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쥐어짜듯이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
김호석 작 ‘마지막 입술’. 전남대 5·18연구소 제공 |
그 옆에는 한 쌍을 이루는 작품으로 ‘알 수 없는 세계’가 걸려있다. 단팥빵을 향한 개미 떼들을 묘사한 그림으로 무고한 소시민을 공격한 국가의 비열한 야만성을 떠올리게 한다.
김호석 작 ‘쥐꼬리’. 전남대 5·18연구소 제공 |
그 옆에는 실제 쥐꼬리에 먹을 묻혀 그린 추상화 ‘꼬리가 기억하는 역사’가 걸려있다. 무자비한 총소리가 들리고 혼비백산해 사방으로 움직이는 쥐들의 이동을 상상한 것이다.
이외에도 김 화백의 대표작으로, 그 유명한 눈이 네 개 달린 황희의 초상화도 감상할 수 있다. 국가의 폭력을 매서운 눈으로 직시하고 있는 듯 하다. 또 전남대 출신의 저항시인 김남주의 초상화와 민중항쟁도, 광주정신을 나타내는 대나무와 낫 등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김 화백은 전통 수묵화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을 바탕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대표 수묵화가다. 그는 전통 수묵화의 맥락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재해석해 시대적 감각을 담은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9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주목받았으며,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와 인물, 자연을 소재로 우리 시대의 정신성과 삶을 형상화하는 데 몰두해 왔다.
이번 전시는 무등산의 근원지로 불리는 광주에서 생명과 자연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특히 신작들은 5·18 광주 정신을 바탕으로 자연의 본질과 생명의 숭고함을 형상화하며, 무엇보다 검은 먹으로 형상화되고 예술로 승화된 고통이 이번 전시의 의미를 한층 깊이 있게 만든다.
민병로 전남대 5·18연구소 소장은 “김호석 화백은 5·18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해 목소리를 잃은 이들을 대변한다. 그의 작품은 과거의 상처를 현재로 되살리고 세대를 연결해 공동체를 향한 치유와 성찰의 공간을 마련한다”며 “특히 이번 전시는 전쟁과 같은 지구적 복합 위기의 시대, 5·18을 통해 세계의 아픔을 공유하고 성찰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밝혔다.
전남대 5·18연구소 김호석 초대전 ‘검은 울음’ 전경. 도선인 기자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