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거주 중인 한 중국인 부부가 6일 동구 충장로4가 혼수의 거리에서 ‘제21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일환으로 열린 ‘인생 최고의 대로’에서 신부측 여동생의 축가를 듣고 있다. 동구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부부, 개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등을 위해 마련한 이색 결혼식이며 축제 관람객이 하객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나건호 기자 |
제21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동구 충장로 혼수의 거리 일대에서는 장대비 속 이색 길거리 결혼식이 펼쳐졌다.
우산을 쓰고 바쁜 걸음을 옮기던 시민들은 가던 길을 멈춰선 채 부부의 새로운 시작을 축하하며, 힘찬 환호와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이날 열린 결혼식은 광주 동구가 이번 충장축제 주요 프로그램으로 운영한 ‘인생 최고의 대로’ 결혼식으로 신랑 왕즈샹(40)씨와 신부 황슈아이(45)씨가 주인공이다.
이들 부부는 같이 살게 된 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식을 올리지 못했다. 신랑과 신부 모두 태어난 중국을 떠나 광주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중 15년 전 지인이 운영하는 슈퍼에서 처음 만나 한눈에 반했고, 연애를 시작하게 됐다.
광주에 거주 중인 한 중국인 부부가 6일 동구 충장로4가 혼수의 거리에서 ‘제21회 광주 추억의 충장축제’ 일환으로 열린 ‘인생 최고의 대로’에서 아들의 축하 꽃을 받고 있다. 동구가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부부, 개인 사정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등을 위해 마련한 이색 결혼식이며 축제 관람객이 하객이 되는 것이 특징이다. 나건호 기자 |
결혼사진이 없는 것이 못내 아쉬웠던 신부 황슈아이씨는 이번 충장축제에서 면사포를 쓰며 소원을 이루게 됐다.
황슈아이씨는 편지 낭독을 통해 “우리는 15년 전 알게 돼 10년 전 연을 맺게 됐다. 그동안 긴 고난을 거쳐오며 드디어 평온한 일상을 맞게 됐다. 우리는 10년의 고난을 함께 한 동반자”라며 “앞으로 수십년을 함께하며 많은 고난이 있겠지만, 우리의 사랑은 절대 변치 않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쑥스러운 듯 웃어 보이던 신랑 왕즈샹씨는 “세 식구와 함께 평생 행복하게 살겠다”며 “우리의 결혼을 축하해준 하객들과 모든 시민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거리 한편에서 결혼식을 지켜보던 가족과 지인들은 늦은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이 흐뭇한 듯 생긋 웃기도,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신부의 모친인 정이엔메이(71)씨는 “딸이 예쁜 드레스를, 사위가 멋진 양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니 너무 아름답고 멋있다”며 “이날 결혼식을 도와준 충장축제 측과 광주시민, 충장로 상인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부의 여동생인 황연(37)씨는 직접 무대에 올라 현숙의 ‘월화수목금토일’을 유창하게 불렀고, 지역 예술단체도 식 전후로 뮤지컬 공연을 펼치며 결혼식의 흥을 돋웠다.
지난 5일 광주 동구 충장로 혼수의 거리에서 지만수(60)·김정화(50) 부부의 결혼식이 열렸다. 광주 충장로1·2·3가 상인회 제공 |
신랑 지만수씨는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는 게 소원이었던 신부 김정화씨의 소원을 이뤄주기 위해 사연을 담아 신청했다. 지만수씨는 친구의 소개로 만난 김정화씨를 보고 첫눈에 반했고, 적극적인 구애 끝에 결혼했다.
이번 결혼식 프로그램 ‘인생 최고의 대로’는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부부 등 특별한 결혼식을 올리고 싶은 커플을 대상으로 사연 신청을 받아 2쌍의 커플이 선정됐다. 동구는 지난 충장축제부터 결혼식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며, 총 4쌍 부부의 결혼식을 지원했다.
성혼 선언을 맡은 임택 동구청장은 “부부의 추억이 있는 충장로에서 아름다운 결혼식을 선물할 수 있어 기쁘고, 광주시민과 함께 축하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지난 시간처럼 앞으로 부부의 삶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매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응원을 전했다.
정일성 충장로1·2·3가 상인회장도 축사를 통해 “충장축제가 진행되는 광주 도심의 복판에서 시민들이 하객으로 참여하는 성대한 결혼식에 함께 하게 돼 영광”이라며 “부부의 앞날에 언제나 행운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