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자녀 성공욕 강해… 학교보다 학원 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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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고소득층, 자녀 성공욕 강해… 학교보다 학원 중시”
●호남 사교육 1번지 봉선동 집중해부
학원 강사가 전하는 사교육 현장
문제 더 맞추기 위한 선물 공세
초등생 ‘명문중’ 입학 경쟁 치열
‘교육의 빈익빈 부익부’ 심화돼
“학교만의 인성·협동교육 강화를”
  • 입력 : 2024. 07.02(화) 18:37
  • 정성현·송민섭 기자
지난달 26일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가 일대에서 학원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귀가를 서두르고 있다. 나건호 기자
“내로라 하는 강사들 중에서도 학부모 선호도가 있어요. 부모들은 어떻게든 자녀를 각인시키려고 선물공세를 하죠. 여기 있다보면 치맛·바지바람의 무서움을 여실히 느낍니다.”

2일 낮 12시께 찾은 봉선동의 한 수학전문학원. 점심시간을 맞아 한 학부모와 긴 면담을 진행한 김상필(가명) 강사의 손에 과일 등 선물이 가득한 쇼핑백이 들려 있다. 4년째 봉선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이 학원에서 ‘중등반’ 40명을 맡고 있다.

김 강사는 “여기는 학부모 질문 자체가 달라요. 과거 다른 지역에서는 ‘아이가 수학이 약해요’ 이런 말을 들었다면, 여기는 ‘고등 미적분이 어렵다는데 괜찮을까요’ 해요”라며 “학부모들의 기준점도 다릅니다. 대개 의대·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가 목표다보니 1~2문제를 더 맞기위해 어떻게든 ‘족집게 문제’를 받아내려 해요. 그만큼 부모들 사이서도 경쟁이 치열하죠. 아이패드·명품 스카프·향수·치킨 간식 등 선물도 각양각색입니다”고 귀띔했다.

김 강사는 학교보다 학원 우선도가 높은 학생들의 이야기도 전했다. 그는 ‘원생 대다수가 학교서 학원 과제를 하다가 혼났을 것’이라고 했다.

김 강사는 “대부분 ‘좋은 진학(내신)’을 위해 학교를 다닌다’는 생각을 해요. 학원 의존도가 강하죠”라며 “부모들부터 ‘공부는 학원 중심’이에요. 스텝업을 위해 학교는 이용될 뿐 실질 교육은 다 학원에서 진행되는 거죠. 사실상 공교육과 사교육의 균형이 무너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광주 남구 봉선동 학원가 일대에 붙은 삼육중 대비반 안내문. 나건호 기자
실제 봉선동에는 명문중학교로 알려진 ‘호남삼육중 대비반’이 있다.

대비반 시간표는 학교 수업이 끝나는 시간부터 3시간 가량 진행되는데, 쉬는 시간은 고작 10분이다. 이후 연계되는 수학·국어 전문학원까지 마치면 초등학생이 집에 가는 시간은 오후 10시가 된다.

삼육중은 수업료 등이 일반 사립 대학교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과거 ‘귀족학교’라는 논란을 낳기도 했다. 한 학생당 평균 수업료는 총 255만원(입학금 포함)이다. 이외 방과후활동비·해외 및 특별활동비 등까지 더하면 연간 학부모부담금은 1000만원까지 치솟는다. 그럼에도 자사고·과학고 진학률이 높은 탓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의대반에 도전하기 위해 삼육중은 무조건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김 강사는 이에 대해 ‘무엇보다 자녀의 물질적 성공을 바라는 봉선동의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과거 운림·학동 쪽에 많던 의사·교수·기업 임원 등 고소득층이 봉선동에 몰리면서 생긴 특징”이라며 “이들은 자녀를 전문직 등 사회 상위층으로 만드려는 경향이 강해요. 누구보다 정보를 빨리 얻고 그만큼 좋은 강사를 초빙하죠. 다른 지역 학생들은 ‘밀리지 않기 위해’ 이쪽으로 올수 밖에 없는데, 결국 악순환의 반복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광주의 대치동’에서 수년째 일하는 김 강사는 갈수록 늘어가는 사교육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는 ‘공교육만의 특성을 살려야 사교육열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전에는 학교 이후 보충수업의 느낌으로 학원을 다녔다면 지금은 과외에 버금가는 고도화가 이뤄졌어요. 현장에 있다보면 해마다 사교육열이 늘어가는 게 보여요. 이론 공부는 학원으로 충분하니까요. 그만큼 ‘교육 빈익빈부익부’ 현상도 높아지고 있죠. 학원에서 배울 수 없는 인성·사회·협동 등 특성화 교육이 더 강화된다면 조금이나마 이 불균형을 메울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대학 등에 목메는 사회·교육구조의 변화도 함께 말이죠.”
정성현·송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