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 예고…중단된 공사현장 안전대책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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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역대급 폭우’ 예고…중단된 공사현장 안전대책 시급
“흉물로 방치, 비 내리면 붕괴 걱정”
현장 관리자 부재시 침수 등 취약
토사 붕괴 취약지역 안전관리 시급
市 "특별현장점검”·道 “산사태 대비”
  • 입력 : 2024. 06.23(일) 18:23
  • 정상아·박찬 기자
지난 21일 오후 광주 동구 한 오피스텔 시공 현장은 공사가 중단돼 철근으로 된 지지 구조물이 방치돼 있다. 정상아 기자
올 여름 이른 폭염에 이어 역대급 폭우가 예보된 가운데, 이상기후에 따른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지자체의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광주·전남지역은 산사태 취약지역이 많고 중견 건설사의 부도 위기로 공사 중단 현장이 많은 상황이라 폭우에 대비한 안전 관리가 요구된다.

지난 21일 오후 찾은 광주 동구 한 오피스텔 공사 현장. 가림막 위로 보이는 건축물은 철근으로 된 지지 구조물이 외부에 그대로 노출된 상태였으며 현장에는 공사 자재나 장비들이 그대로 남겨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올해 8월 준공을 목표로 지난해 3월부터 공사가 진행됐지만 시행사인 A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등의 이유로 지난해 말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21일 오후 광주 남구 주월동 한 요양병원 건물은 콘크리트 벽 일부가 깨져있는 등 위험한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 정상아 기자
같은 날 찾은 광주 남구 백운광장 인근 한 주택가 골목. 공사가 중단된 지 오래된 듯한 요양병원 건물이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었다. 가림막 위로 보이는 건물은 콘크리트 벽 일부는 깨져 있고 철근은 녹이 슬어 위험한 모습이었다.

해당 요양병원은 지난 2014년 10월에 착공 신고를 마치고 공사를 이어가던 중 건축주의 자금난으로 지난 2016년 11월에 공사가 중단된 뒤 지금까지 방치돼 왔다.

인근에 거주하는 김모(65)씨는 “오랜 기간 공사가 중단된 건축물이 방치되면서 외관상으로도 흉물스럽고 비가 많이 오기라도 하면 건물이 무너질까 봐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대부분의 공사 중단 현장은 가림막을 설치한 후 폐쇄 조치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안전 관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사가 중단된 현장에는 관리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건축물 붕괴와 장비들로 인한 안전 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취약 시기를 대비해 정기적으로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며 “외부 업체를 통한 모니터링 및 출입 통제로 현장에 대한 관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광주 동구 ‘지산동 우회도로’ 공사 현장은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땅 꺼짐이 발생해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정상아 기자
토사 붕괴 등 안전사고 위험이 우려되는 공사 현장에 대한 대응·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지난해 장마철 폭우로 땅 꺼짐(지반 침하)이 발생해 개통 한 달 만에 폐쇄된 광주 동구 ‘지산동 우회도로’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은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올해 역대급 장마가 예보된 만큼 재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작년 폭우로 인해 침하된 구역이라 각별히 주의해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며 “배수로 작업과 공사로 인해 생긴 경사진 부분을 방수포로 덮었다”고 말했다. 이어 “완공 시기는 6월 말로 예상하지만, 우천으로 인해 중단되는 날이 많이 생길 경우 7월 중순까지 연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자연재난에 취약한 공사 현장에 대한 철저한 안전 점검과 재난행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송창영 광주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시공 중인 현장은 산사태와 침수 우려가 문제 되고 중단된 공사 현장은 관리 부실로 인한 안전사고에 취약하다”며 “공사 현장 관리자가 없으면 작은 폭우에도 침수에 취약하다. 각 자치구가 특별점검을 통해 정밀한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기 폐쇄된 곳은 배수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재난에 굉장히 취약하다”며 “구조적인 대비도 중요하지만 재난에 대비한 행정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국지성 폭우를 대비한 대피, 피난, 통행 제한 등이 재난 상황에서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대비책을 세워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는 각 자치구 소관으로 정기적인 현장 점검을 실시 중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산사태 취약지역 114곳에 안내표지판 설치, 장마 전 안전 관리 등을 진행했다”며 “공사 현장에서는 침수우려구역에 매몰된 부분을 덮개로 씌우는 작업, 배수시설·장비 점검, 사면·굴착면 점검, 누전차단기, 배전반 안전점검 등을 실시해 장마로 인한 피해를 사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남도는 산사태 취약지역 3384개소를 지정해 안전 관리·피해 대비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장마로 인한 피해가 우려되는 공사 중단 현장의 경우 시공사에 지속적인 관리·안전 점검할 것을 촉구하는 협의서를 보내 안전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상아·박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