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어려움·학습부진 유발 ‘난독증’ 치료방법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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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건강
"읽기 어려움·학습부진 유발 ‘난독증’ 치료방법 없나요"
●도움말 박기원 북구미래아동병원 전문의
48개월 알아듣기 힘든 발음 ‘의심’
초등 저학년 받아쓰기 점수 나빠
학교 중도포기·자신감 하락 우울증
뇌기능 개선·읽기회로 훈련법 개발
  • 입력 : 2024. 05.28(화) 18:05
  •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
박기원 북구미래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경과 전문의
흔히 IQ는 괜찮은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을 손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처음에는 주의력 결핍·과잉행동 장애(ADHD) 등의 문제로 해석하지만, 해답은 엉뚱한데서 발견되기도 한다. 바로 난독증(Dyslexia)이다.

박기원 북구미래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신경과 전문의에 따르면 상당수의 ADHD로 의심받는 소아청소년들의 정신 상담 검사 결과를 보면 문자를 읽기가 어렵고 해독을 잘 못하는 ‘난독증’이 많이 발생한다. 이는 유명인들에게서 흔히 볼수 있는 증상으로 대표적으로 톰 크루즈, 키아누 리브스, 성룡, 스티븐 스필버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난독증을 앓았다고 한다.

난독증이란 생후 60개월이 넘은 아이가 적절한 교육법으로 6개월 이상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한글(모국어)을 읽을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의학적 진단으로는 발음이 좋지 않고, 동년배에 비해 읽는 속도가 떨어지며 읽더라도 이해를 잘 하지 못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를 열심히 해도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거둘 수가 없다.

유병률은 약 5~17%까지 보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4.6%로 제법 흔한 편이다.

가족력도 약 23~67% 정도이므로 혹시라도 부모님 중에 학창 시절 또는 현재까지도 글 읽는 업무에 어려움이 있고 아이가 의심이 간다면 적극적인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박 전문의는 조언한다.

그렇다면 난독증은 어떻게 발견할수 있을까. 여러 방식이 있지만 일단 증상적 실마리로는 ‘엄마’라는 말이 15개월이 넘어서야 트일 정도로 늦고 48개월이 되었음에도 모두가 알아듣기 힘든 발음을 하고, 혀 짧은 소리를 하며 말을 더듬는다면 의심을 해볼 필요가 있다.

또 읽을 때 ‘음~음~’같이 추임새를 넣는다거나 글자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단어를 기억해 내기 어려워하고, 유치원은 잘 다니던 아이가 학교 가기를 거부한다면 이 역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밖에도 노래를 잘 하지 못해 음치인 경우도 많고, 초등 저학년은 받아쓰기 점수가 나쁘며 국어 시간에 소리 내어 읽기를 어려워하고, 조사 활용을 잘 못하며 어려운 단어는 빼먹고 읽는 경우도 있다.

읽기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 몇 번을 연습하고 준비해도 긴장을 하고 힘들어하며 영어 등 외국어 배우기가 잘 안 된다. 당연히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상대적으로 성적이 나오지 않게 마련이다.

박 전문의는 “난독증 청소년의 경우 친구들과 대화를 할 때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거나 말의 뉘앙스를 몰라 오해가 생겨 ‘답답하다’, ‘사오정이냐?’ 등의 말을 들을 수 있다”면서 “숙제하는데도 시간이 너무 걸려 다른 친구들은 노는데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결국 학습에 흥미를 잃고 낙담하여 학교를 중도 포기하거나 방황하고 자신감과 자존감 하락으로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난독증의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그동안은 적절한 방법 없이 일반적인 언어치료와 학습치료가 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과학의 발달로 뇌 기능을 개선해 읽기 회로를 만들어 주는 훈련법들이 개발돼 제대로 된 치료만 받는다면 난독증을 거의 극복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박 전문의는 “머리도 나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데 성적은 나오지 않아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꼭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고 상담하는 것이 좋다”면서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 부진으로 인한 지식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심지어 등교를 거부할 수 있다.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난독증은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다. 난독증에 걸린 아이에게 제때 정확한 치료를 해주지 못한다면 이는 아이의 인생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고 볼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가 읽는 것이 늦고, 말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면 바로 상담을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
노병하 기자 byeongha.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