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충장로 살리기 프로젝트> 충장축제 기간 동구·상인 소통 부족… “우려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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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충장로 살리기 프로젝트> 충장축제 기간 동구·상인 소통 부족… “우려 현실로”
●충장로 살리기 프로젝트 <3>
주차장 운영… 진입로 없어 허탕
‘전집 앞 전 부스’ 음식 상인 분통
“소통 없어 발생… 대화의 장 필요”
동구 “상인·시민과 충분히 소통”
  • 입력 : 2023. 10.10(화) 18:30
  •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
지난 7일 광주 동구 충장축제 한 음식 부스가 식당 인근에 설치돼 있다. 정성현 기자
“말이 안 되는 일이죠. 충장축제를 위해 50% 할인에 홍보 현수막까지 만들었는데, 정작 차량이 들어올 수가 없답니다. 복장 터진다는 말이 절로 나왔죠.”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이어진 충장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그러나 축제 기간 동안 지자체와 상인들 간의 소통 부족으로 현장에서는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됐다. 상인들은 ‘축제 이전부터 이야기했던 것들’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키웠다.

충장축제가 한창이던 지난 7일 광주 동구 충장로1가의 한 주차장에서 만난 토지 소유주는 주차장 노면을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축제 기간 시민들이 충장로를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주차장을 절반 이상 가격으로 할인 운영했다. 특히 주차장이 최근 개장한 탓에 ‘축제를 통해 알려야겠다’는 작은 소망도 있었다.

그러나 소유주의 기대와 달리, 그의 주차장에는 개막 이튿날이 되도록 차 한대조차 오지 않았다. 충장축제 기간 주차장의 진입로가 되는 도로가 모두 차단됐기 때문이다. 동구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금남로공원사거리~문화전당 △금남로4가역 1번 출구~금남로 5가 교차로의 교통을 부분·전면통제했다. 소유주의 주차장은 충장로1가 4번지 일대에 조성돼 이 길을 통해야만 들어갈 수 있다.

그는 “바리케이드가 쳐져있는 도로를 보고 말문이 막혔다. 축제 전까지 동구에서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며 “인근 다른 주차장들은 교통 통제를 안내 받아 부스 설치·공간 대여 등을 진행했다”고 하소연했다.

소유주는 곧장 지자체에 관련 사실을 알렸다. 동구는 해당 현장을 확인한 후, 이튿날 충장로 도로 한 곳을 임시 개방해 주차장과 연결했다. 그러나 이 구역이 평소 차량 출입이 안되던 곳이었던 탓에 주차장을 이용하는 손님은 없었다.

소유주는 “진입로를 임시로 뚫어준다 해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다니는 데 어떻게 들어올 수 있겠나. 거기다 개방된 도로는 차량 출입 불가 구역이다. 운전자가 진입이 가능하다고 상상이나 하겠는가”라며 “축제 시작 전 찾아오기만 했었더라도 대안을 찾았을 거다. 소통 부재로 생긴 피해는 결국 상인들의 몫이 됐다”고 꼬집었다.
지난 5일부터 9일동안 진행된 충장축제 기간 충장·금남로 일대의 차량 이동이 통제됐다. 사진은 통제된 구 전남도청 사거리(왼)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 도로 모습. 정성현 기자
이뿐만이 아니다. 먹거리를 판매하는 상인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충장축제 음식 부스가 식당 바로 앞에서 장사하는 것도 모자라 음식의 메뉴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YMCA 건물 뒤편에서 한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정용제씨는 “가게 정문에서 두세 발짝 떨어진 곳에서 음식 장사를 하더라.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며 “거기다 우리 집은 전 정식을 판매하는데, 부스에서도 전을 팔고 있었다. 축제를 보러 온 사람이 같은 음식이면 당연히 야외에서 먹고 싶지 실내로 들어가겠나. 축제하는 것 좋고, 이로 인한 ‘특수’를 바라지도 않는다. 적어도 상인들의 생계에 피해는 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구에 확인한 결과, 해당 부스는 한 봉사단체에서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 음식은 △족발 △파전 △홍어무침 △음주류 등이다. 올 충장축제 음식 부스는 동구가 자리를 설치하고 운영 단위를 모집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정씨는 “어떤 단체에서 어떤 음식을 파는지 사전에 다 조사하지 않나. 그럼 인근 상가들을 잘 고려해서 배분했어야 했다. 그런데 축제 시작 전까지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며 “작년 충장축제에는 없었던 부스였다. 점차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것 같은데, 동구가 ‘충장축제로 충장로를 살리겠다’고 천명한 만큼 앞으로는 더욱 세심한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충장상인회는 ‘축제 준비 단계부터 줄곧 이야기했던 문제’라며 지자체의 소통 강화 등을 강력히 요청했다.

정일성 충장123가상인회장은 “약 20년 전 충장로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돈을 걷어 동구청 마당에서 ‘서석축제’로 시작했던 게 충장축제의 모태였다”며 “결국 이 축제의 주체는 충장상인들과 시민들이다. ‘세계의 축제’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좋으나, 뿌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차후 축제에서는 동구가 상인들과 더욱 소통·협의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동구 관계자는 “통제 도로와 닿아 있는 주차장과 연계하다 보니 안쪽에 있는 곳은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문제 제기 후 곧장 후속 조처를 위해 현장에 나갔다”며 “음식 부스의 경우도 관련 담당 업체에 맡기다 보니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상인·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기자 sunghyun.j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