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해가 밝았다. 여야 대선후보들은 명운을 건 한 판 승부를 위해 새해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번 대선은 5자 구도로 치러지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양강 구도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후보 등 제3지대 후보들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오는 3월9일 대선 승패에 따라 민주당의 정권 연장, 보수정당의 정권 교체, 제3 후보의 이변이 결정된다. 네거티브 공세의 향방과 막판 후보 단일화, 코로나19 상황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각당 대선후보들의 승리 전략을 들여다봤다.
●이재명 '미래·경제' 기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대선승리 전략은 범여권 진영의 총결집과 현정부와의 차별화 시도가 양 축이다. 이를 통해 연초 골든크로스(지지율 역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이른바 '범여권과 범진보 끌어안기'는 지지율 상승 모멘텀을 만들수 있는 '승리 열쇠'다. 이낙연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고, 범여권 인사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범여권 대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은 3일부터 탈당 인사들에 대한 복당 신청을 받는다. 지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탈당 사태 당시 국민의당으로 대거 이동했던 당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민생당 등 군소정당 인사들도 구제된다. 여기에는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인사들이 다수다. 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집토끼'를 확실히 안고가겠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후보의 대통합 기조에 따른 것이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통합도 연초 마무리된다. '대사면'과 통합은 지지율 상승세를 가속할 할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 전 총리의 복권으로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표심도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화학적 결합이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 골든크로스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전 대표와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에서 동행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강점과 당의 역량, 이 전 대표의 '민주당다움'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이 후보의 부동산 민심 공략은 현정부와의 차별화 시발점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문제가 현정부의 최대 실책으로 꼽히는 만큼, 차별화를 통해 정권교체 민심과 집권 여당에 등을 돌린 중도층 표심까지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후보는 부동산 보유세, 거래세를 가리지 않고 세제 개편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연초 메시지 기조도 '미래'와 '경제'로 전환해 정책 경쟁의 장으로 이번 대선을 주도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판단에는 연일 실언과 '김건희 리스크' 등으로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빈틈을 파고 들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해 초입부터 확고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선명한 정책 메시지 주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중앙선거대책위원회를 '전시체제'로 전환하고, 다소 방향이 모호하다던 정책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지난해 말로 모든 리스크를 종식시키고 새해에는 '원팀'으로 출발해 집토끼를 결집시키고, 흔들리는 중도층을 확실히 잡아 외연을 확장해가겠다는 전략이다.
윤 후보는 연말 흔들리던 선대위의 운전대를 직접 잡았다. 후보자 가족 의혹과 내부 분열에 더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변수까지 덮치자, 선대위 전면에서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권교체 여론의 바람을 타고 외연 확장에 나서겠다는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에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정치해서 경제, 외교, 안보 전부 망쳐놨다. 무능과 불법을 동시로 다 하는 엉터리 정권"이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에 대해선, 대장동 의혹에 당력을 집중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정책 메시지'도 보다 분명해졌다. 윤 후보는 연금개혁에 대해 "초당적인 연금개혁위원회를 만들어서 국민 대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공약했다. 또 미래에 기대 수익이 높은 청년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높이는 방식을 제안하며 "로또 수준의 원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연말 대구경북(TK)과 충청을 찾았다. 31일 사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둘러싼 문제를 선제적으로 매듭짓는 행보를 이어갔다. 또 정치적 기반인 충청을 찾아 결속을 주문했다. 집토끼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로 엿보인다. 국민의힘은 허위 이력 의혹을 받는 부인 김건희씨 논란으로 부터 벗어난다면 지지율 반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윤 후보는 "저나 제 아내 입장에서 이 사과가 충분했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진정한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제 3지대 후보 "코로나 위기 극복"
심상정·안철수·김동연 후보 등 제 3지대 후보들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들은 후보 단일화와 같은 최종 승패를 좌우할 변수를 쥔 후보군이기도 하다. 후보 3명 모두 '완주'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지만, 여야 대결이 초박빙으로 전개될 경우 단일화에 대한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차기 정부 경제 전략으로 '회복과 전환'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다. 심 후보는 "기득권 독식, 불공정 거래, 소득 불평등 등 시장내 경제 주체 간 불균형을 과감하게 안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복을 위해선 성장과 더불어 불평등에서 평등으로의 전환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4년 거대양당의 공수교대 체제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진보층 결집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현 정부와의 차별화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회동에 대해, "촛불이 단죄한 정경유착 국정농단의 두 축을 문 대통령이 완전사면했다"며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고 비판했다. 다만 지지율이 뜨지 않고 있어 반전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의당은 심 후보 1인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극복하는게 급선무라는 진단이다. 후보 개인기에 의존한 선거 전략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인지도가 높은 류호정·장혜영 의원을 전면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혹평 속에서 몸값이 뛰기 시작한 대선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이다.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리스크가 부각되자, 상대적으로 안정감 있는 안 후보에게 국민들의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 안 후보는 차기 대통령이 능력을 발휘해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코로나19 퇴치와 일자리 창출, 패권전쟁 전략 등을 꼽았다. 안 후보는 "코로나 방역이 곧 경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느 나라보다 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야 그 다음에 경제도 있는 것"이라며 "여기에 발목 잡혀 있을 경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른 시일 내에 '백신 주권국가'가 돼야 한다고 했다. 또 차기 대통령의 주요 임무로 '미래 먹거리'와 '미래 일자리'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러브콜'에 대해선, 연대 없는 정권교체의 의지를 강하게 보이며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새로운물결의 김동연 후보는 국가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기획원,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경제부총리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다. 그는 국가경영능력과 도덕성, 국민과의 공감능력에서 다른 후보와의 차별화를 강조한다.
김 후보는 최우선 과제로 '코로나 위기 극복'을 꼽고, 손실보상금 범위 및 지원 확대와 현실적 재원 마련, 대선후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아울러 "부동산으로 온 국민이 고통받고 있다"며 '부동산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그는 "스타트업 10만 개, 100만 혁신 인력 양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과감한 규제혁신,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