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비틀 불협화음 운영… 체질 개선 변곡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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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홍승의 클래식 이야기
비틀비틀 불협화음 운영… 체질 개선 변곡점 됐다
오케스트라의 위기-백홍승의 클래식 카페
클래식 생태계는 지금 변화 중
지자체 재정 지원 시대 끝나
이미 지방까지 법인화 작업
  • 입력 : 2018. 11.08(목) 21:00
  • edit@jnilbo.com
도쿄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고대 이래 변함없는 사실로서 자본이 풍부한 곳에 문화 예술의 발전이 있었다. 이태리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예술가들에게 베풀었던 호의와 아낌없는 후원이 피렌체의 르네상스(문예부흥)시대를 견인하였듯이 예술은 경제와 깊은 연관성이 있으며 사실상 자본의 힘에 기대어 꽃 피워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예술이란 한 나라나 지역의 경제적 역량과 비례하여 발전하거나 쇠퇴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겠으며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분야 역시 예술이라는 것은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고 있다.

미국 5대 오케스트라 중 한 곳으로 세계적 명성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Philadelphia Orchestra)는 2011년 끝내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하기 에 이른다. 111년이라는 엄청난 역사와 전통은 도산하는 오케스트라에게 아무런 힘이 되어주질 못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과거에 도쿄교향악단(Tokyo Symphony Orchestra)이나 일본교향악단(Japan Philharmonic Orchestra),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Tokyo Philharmonic Orchestra) 등이 여러 번 도산하거나 해산, 합병되는 과정을 겪었다.

오케스트라는 단기간 내 연주 수준의 질적 향상을 꾀하기 어려운 분야이다. 경제적.문화적.예술적 역량이 오랜 시간 축적된 결과가 집약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나라나 도시의 오케스트라 수준이 그곳의 경제, 문화적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몇 달 전 상하이에서 개최된 ‘2018 아시아-태평양 오케스트라 연맹 정기총회’에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여러 나라의 프로오케스트라의 운영진이 참가했었다.

나라별 오케스트라 각자의 운영방식들이 다르고 경제적, 문화적 여건 또한 다양하지만 전체적인 결론은 운영자금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오케스트라 역시 전반적으로 적자 운영이 지속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곳이 많다.

음악회의 입장권 수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클래식 팬들의 수마저 점차 감소하고 있고 기업이나 개인 자산가들의 후원도 예전 같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등 문화 선진국 대부분 프로 오케스트라는 법인체(法人體)로서 말하자면 일반 회사처럼 운영이 되는 것인데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에서 받는 지원금의 규모가 아주 작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이러한 지원금은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당연히 오케스트라 사무국에서는 수익 구조에 민감할 수 밖 에 없으며 수익 창출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를 메꾸기 위해 기업이나 개인 후원자들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것은 오케스트라 사무국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된지 오래다.

미국 대부분 프로 오케스트라들의 운영난이 보다 심각하게 된 것은 대략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기업과 단체 관객들이 줄어들면서 오케스트라 매출액은 2008년 보다 무려 절반가량 떨어졌으며 청중의 숫자도 10~20% 이상 급감했다.

이 수치는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사회에서 가장 먼저 외면당하는 분야가 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들은 후원가의 지원을 더 따내기 위해 정기적인 연주회만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의 소통을 위해 성 별, 연령별 차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이나 다양한 분야로의 참여와 소통을 확대하고 있으며 잠재 관객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미국 오케스트라들의 생존의 열쇠는 후원을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며 티켓 판매, 투어연주 등 공연으로 인해 발생된 수입의 전체 규모와 거의 맞먹는 금액이 바로 후원자들의 기금이다.

모든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다 어려운 것은 아니다. 가난한 동네에도 부자는 있듯이 LA 필하모닉과 보스턴 심포니의 경우처럼 LA 필은 할리웃보울(Hollywood Bowl)을, 보스턴 심포니는 탱글우드(Tanglewood)와 같이 다양한 음악장르의 공연들이 가능한 대형 연주장을 활용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특별한 행사의 수요가 계속 발생하고 있으므로 고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오케스트라는 재원확보에 큰 도움을 받으며 비교적 여유 있는 재정상태 속에서 안정적으로 운영 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필자는 직업의 특성상 세계 여러 나라 오케스트라 운영조직들과 정보 교류가 용이한 편이다. 유럽 현지의 사정들은 옛날 그 빛나던 유럽 오케스트라들의 영광이 정말 있기는 했을까 라는 의심이 들만큼 딱한 상황 그 자체였다.

어쨌든 확실한 것은 클래식 음악의 본 고장인 유럽 클래식 음악의 몰락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서서히 진행 되어 왔었는데 이제는 많은 오케스트라들이 거의 회복이 어려운 지경의 심각한 경영적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정도 이름이 있는 오케스트라마저도 급여 삭감과 더불어 비정규직 단원들의 증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오케스트라 운영비를 대폭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 연주 단원들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른바 텔레폰(telephone)오케스트라들의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위기에 처한 오케스트라 운영의 위기로부터 한국의 프로 오케스트라가 적어도 현재까지 무사하고 안전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것은 국내 프로오케스트라의 법적 성격이 수도권 일부 오케스트라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시립예술단체로서 운영비의 100%를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세계적으로도 흔하지 않은 것으로 시민들의 문화 향유권 보장을 위해 오케스트라의 공공재(公共財)적 성격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가치가 있으며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안정적이고 전혀 부담이 없는 운영 제도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렇게 클래식 분야가 몰락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달리 유일하게 클래식 붐이 국가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나라가 있는데 바로 중국이다. 무려 수 천만 명의 어린 학생들이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이렇게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사이즈의 잠재적 클래식 시장에 대한 세계 음악계의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예는 매우 지역적이고 예외적인 현상으로 봐야한다.

그렇다면 한국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필자의 솔직한 견해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지역을 막론하고 오케스트라의 발전은 현지의 경제적 성장과 비례할 것이며 다만 시간문제 일뿐 결국에 가서는 운영방식의 대폭적인 변화도 불가피하다고 예상한다.

몇 년 전 부터 시작된 대구광역시의 ‘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라는 국제적 규모의 클래식 행사 진행이 가능한 것은 바로 경제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클래식 시장의 변방이었던 대구가 지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자본의 힘이다.

일단 기본적으로 훌륭한 음향의 클래식 전용홀과 오페라 극장 등의 공연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도 월드클래스의 행사를 진행하는데 처음부터 무리가 없고 또한 여러 개의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들과 지휘자, 솔리스트들을 초청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지 기업이나 개인 자산가들의 후원은 필수적이며 수익 구조를 맞추기 위해서 티켓 구매력을 갖춘 상당수 대구의 클래식 팬들이 존재해야 실현될 수 있는 행사인 것이다.

앞으로 국내 오케스트라의 미래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각 오케스트라의 운영적인 면은 물론이고 지역별 클래식 팬들의 성향과 활동 범위도 변화 할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히 음악회에 와서 보고 즐기는 시대에서 스스로 참여하여 기쁨을 얻는 시대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例)를 들면 일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나 합창단의 활동이 매우 활발하고 그 수준 또한 대단히 높은 것처럼 훗날 우리나라의 클래식 문화도 그런 식으로 변화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사회 전분야가 무한 경쟁으로 격변하는 시대이다. 예술분야라고 언제까지나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예술분야이기 때문에 예외일 수 있을 거라는 안일한 기대나 지금 괜찮기 때문에 나중도 괜찮을 거라는 전망은 그저 무식의 소치다. 필자가 유일하게 기대하고 희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은 한국의 클래식 팬들의 연령층은 미국, 일본, 유럽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점뿐이다. 이미 국내 수도권은 물론 지방까지 오케스트라의 법인화 작업이 시작된 지는 오래되었다.

모든 재정적 지원을 지자체에서 맡아 해주던 시대가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는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라야하는 상황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그때 가서 속수무책으로 혼란 속에 내던져지기 전에 지금 당장 오케스트라의 체질 개선을 위해 지역사회와 깊이 소통해야하며 자생력을 키워야하고 운영의 전문성을 도입하여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 지역 오케스트라 단원들과 클래식 팬들까지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물론 최상의 선택지는 그 이전에 광주가 큰 부자 도시가 되는 것이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운영실장
edit@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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