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중반, 팝 음악을 즐겨 듣던 젊은이들은 보헤미안 랩소디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곤 했다. 필자의 골방에 있던 전축의 턴테이블에서도 수시로 ‘보헤미안 랩소디’가 울려 퍼졌다. 아카펠라로 시작해 록과 발라드, 팝페라가 어우러진 희한한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었다. 그 노래가 수록된 LP 레코드, ‘A Night At The Opera’는 세계대중음악 사상 최고의 명반으로 꼽힌다. 사실 필자는 수록곡 가운데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안 메이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가 일품인 ‘39’를 더 좋아했다.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절규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가사는 노래의 구성만큼이나 난해하다. “Mama, I just killed a man(엄마 내가 방금 사람(남자)을 죽였어요)/ Put a gun against his head, pulled my trigger, now he‘s dead(그의 머리에 총을 겨눴고 방아쇠를 당겼고 그는 이제 죽었어요)’
평론가들은 그 노랫말을 두고 수많은 추측을 해왔다. 죽음을 앞둔 사형수의 독백이거나 종교적 함의를 담은 기도문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에이즈로 숨진 프레디 머큐리의 ‘커밍아웃’을 암시한 노래라는 주장도 있었다. ‘엄마, 내가 사람(남자)을 죽였어요”라는 부분에서 머큐리가 ’죽였다‘고 주장하는 ’맨(man)‘의 의미는 ’자신의 남성‘ 즉 성 정체성을 깨닫기 전의 머큐리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머큐리는 “노래의 가사는 운율을 맞추기 위한 도구일 뿐 내용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그런 추측을 부정했다.
그렇게 수많은 추측만 남긴 채 사라진 머큐리와 추억 속의 보헤미안 랩소디가 현실로 소환된다. 31일 개봉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선 웃통을 벗고 열창하는 풍운아 머큐리를 마주할 수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첫 소절 “Mama, I just killed a man”이 피아노 선율 사이로 귀에 닿으면 묘한 전율이 온몸을 감싼다. 깊어가는 가을 잠시 시름을 놓고 추억여행을 떠나면 어떨까.
김기봉 논설위원.디지털뉴스국장 gbkim@j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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