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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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
김대우 감독 ‘히든 페이스’. (주)NEW 제공
  • 입력 : 2024. 11.25(월) 17:20
김대우 감독 ‘히든 페이스’. (주)NEW 제공
김대우 감독 ‘히든 페이스’ 포스터. (주)NEW 제공
에로티즘으로 흥행에 성공했던 감독이 이번 영화에는 미스터리 스릴러를 추가했다. 에로티즘과 미스터리 스릴러의 결합은 영화 ‘원초적 본능’(1992)이 대표적으로 떠올려진다. 한국적 에로 미스터리 스릴러는 과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느 만큼 진화했을지 기대감을 갖게 했다.

지휘자 성진(배우 송승헌)과 첼리스트 수연(배우 조여정)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수연의 어머니이자 오케스트라 단장인 혜연(배우 박지영)이 마련해준 단독주택을 새롭게 리모델링해 새 살림을 차렸다. 어느날 수연은 결혼에 대해 회의감을 느껴 베를린으로 간다는 동영상을 노트북에 남기고 사라진다. 머리칼을 부여잡으며 고뇌하는 성진. 혜연은 하루 이틀 있다가 돌아오려니 했지만 수연은 연락이 없다. 공연을 앞둔 오케스트라는 수연의 빈 자리를 채울 첼리스트 미주(배우 박지현)를 채용하고 우연처럼 성진은 미주에게 빠져든다. 이렇게 시작하는 영화 ‘히든 페이스’는 콜롬비아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의 영화‘Hidden Face’(2011)가 원작이다.

한국적 정서에 이런 소재의 영화가 있다고? 하는 의구심은 콜롬비아의 영화가 원작이라는 데서 뭔가 면죄부를 빌려왔다는 느낌이다. ‘애로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의 소재가 ‘퀴어’라는 놀라움으로부터. 그렇지만 원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독의 의도로 각색된 추가 소재여서다. 요즘 들어 한국 영화에 간혹 퀴어 소재가 등장한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정년이’에도 살짝 이런 느낌이 깔려 있었다는 생각이다. 영화나 미디어는 그 사회를 거울처럼 비추게 마련인데, 그렇다면 한국적 사회상황은 대체 어떻길래 소재로 부상하는 것일까?. 입소스(Ipsos)의 2023년 통계에 의하면, 성소수자 비율이 글로벌 평균 9%이며, 한국의 경우 7%라고 보고하고 있다. 브라질(15%),스페인(14%), 스위스(13%)에 비해 낮지만 일본(5%), 페루(4%)보다는 높다. 이 정도의 비율이라면 영화 소재로 등장할 만했다.

영화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인간의 본성과 욕망에 대한 깊은 통찰’을 남기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누구든 ‘기’, ‘갈’, ‘성’으로 요약되는 본성이 있다. 이른바 ‘이드(id)’의 영역이다. 생물학적 본능적 욕구이자 긴장과 충동을 유발하는 이드를 보다 현실적이고 위험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끄는 ‘에고(ego)’를 우리는 교육을 통해 학습하며 자란다.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얻는 도덕적 윤리적 ‘슈퍼에고(superego)’를 통해 이드와 에고를 조율하며, 때로 통제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때로 긴장을 풀어주는 이드의 세계로 객석을 인도한다. 그렇지만 감독의 의도나 메시지를 잘 장치했을 적에 단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소재의 수단이자 구성의 일환으로써, 나아가 예술로서 승화할 수 있다.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적정수위를 자칫 넘기면 아슬아슬한 집착이 된다. 인간의 집착이 파생하는 파괴적 욕망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소유욕이 빚어내는 왜곡된 결과는 어떤 형태로 굴절되는가. 감독은 자신이 갖는 관음증의 시선을 수연과 객석에게 넘긴다. 그리고 신과 시퀀스를 통해 도덕적 경계에 대한 질문을 매우 아슬아슬 던지고 있다. 미스터리 한 분위기와 함께 배우들이 표현해 내는 심리묘사, 연기력이 워낙 섬세해서 감독이 요구하는 전반부의 긴장감이 잘 조성되었다고 본다. 그렇지만 원작과 전혀 다른 결말에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물론 열린 결말로 구성되어 있기는 하나 감독의 의도를 읽어내기가 어렵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배우 박지현의 결단이다. 예술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못할까만은, 최근인 2023년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배우 샤론 스톤에 관한 판결이 생각난다. 배우 샤론 스톤(65세)이 30년 전에 찍은 영화 ‘원초적 본능’ 때문에 아들의 양육권을 빼앗긴 판결이다. 필자가 아는 음악인들은 늘 음악 얘기만 하는 편이다. 클래식 음악에 싸여 음악 인생을 사는 사람들. 영화에서처럼 그들의 연주를 통해 얻는 감명 뒤안에 있을 법한 히든 페이스는 왠지 상상하기 싫다. (백제예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