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못다니는 '좁은 마을'서 아이들 뛰노는 '안전한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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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선진지 탐방
차 못다니는 '좁은 마을'서 아이들 뛰노는 '안전한 장소'로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선진지 탐방과 해법-일본 NPO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
민간주도ㆍ행정 협력 빈집 재생
빈집-이주희망자 연결ㆍ지원
세세한 부분까지 돕는 정리정돈팀
  • 입력 : 2018. 03.08(목) 21:00
급경사지에 좁은 골목길과 비탈길, 역사적 건축물과 오래된 집들이 즐비한 인구 약 13만 5천명의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는 조망이 좋고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빈집이 증가하고 노후화가 진행되었지만, 빈집의 재생을 목적으로 'NPO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가 중심이 되어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주도에서 이후 행정이 협력하여 빈집 재생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필자 제공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빈집이 증가하고 있다.

도시가 비워지고 있다.

자동차 사회의 발달로 도시가 외곽으로 확장되면서 인구가 신도시로 유출되고 이로 인해 원도심은 빈집이 증가하고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시대에 직면하면서 빈집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빈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같은 개발이익 위주 사업에서 벗어나 빈집이 방치되고 버려진 공간이 아니라 지역자산이 될 수 있고 빈집재생으로 주거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근 일본에서 빈집재생에 의한 지역 활성화로 주목받고 있는 지역이 있다. 세토 내해를 바라보는 급경사지에 좁은 골목길과 비탈길, 역사적 건축물과 오래된 집들이 즐비한 인구 약 13만 5천명의 히로시마현 오노미치시(尾道市)가 바로 그곳이다. 오노미치시는 다른 중소도시와 마찬가지로 저출산 고령화와 대도시로의 인구유출로 인해 인구감소와 빈집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특히,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경사지 지역은 조망이 좋고 역세권임에도 불구하고 빈집이 증가하였으며, 노후화가 진행되었지만 신축이 불가능하고 빈집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폐허 혹은 해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해체의 위기에 놓인 빈집의 재생을 목적으로 'NPO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가 중심이 되어 도시재생을 추진하고 있으며, 민간주도에서 이후 행정이 협력하여 빈집 재생에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NPO에 의한 재생 매니지먼트

오노미치는 도시재생에 있어서 NPO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NPO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는 경사지의 빈집재생을 목적으로 2008년에 설립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특징은 빈집과 이주희망자를 연결해 주고 이주와 빈집재생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다. 즉 빈집이 문제가 되는 지역은 당연히 인구감소 문제가 있는 지역으로 빈집을 재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빈집에 거주할 사람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이주를 통해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특징이다.

행정에서 하고 있는 빈집과 이주자 연결 시스템인 '빈집뱅크'를 프로젝트가 위탁운영하면서 행정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하는 등 NPO는 빈집활용의 플랫폼 역할을 한다. 단순히 빈집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빈집재생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거나 프로젝트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이주희망자들이 지역생활이나 빈집상황에 대해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또한 이주가 결정이 되면 이사나 수리도 돕는다고 한다.

빈집재생이 단순히 건물을 재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재생과정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기존 거주자와 이주자, 고령자와 젊은이가 일상생활 속에서 서로 도와가며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많은 이주자들이 오노미치에서 거주하기 시작했으며, 프로젝트 관계자는 현재 빈집은 거의 없으며 전국에서 약 800명 정도의 이주희망자가 대기 중이라고 한다.



● 거주자 스스로 수리에 의한 생활공간 개선

오노미치 경사지 지역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과 절벽에 집이 들어서 있는 입지상의 문제로 신축에 의한 환경개선이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 젊은 층이 이 지역으로 이주해 오면서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건물을 수리해서 사용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욕실이 없고 공동화장실로 되어 있는 오래된 목조 아파트를 창업지원시설로 재생하였다. 10개의 방은 공방, 아틀리에, 카페, 갤러리 등 주거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면서 입주자가 자유롭게 공간을 만들고 중정에서 다함께 사용하는 의자는 폐자재를 활용하여 입주자들이 함께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경사지 지역에는 건축법상 건물을 신축할 수 없어 빈터로 남아있는 곳도 있다. 빈터는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잡초가 무성하고 쓰레기가 쌓여 있다. 이렇게 방치된 빈터를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거주자들이 스스로 잡초를 제거하고 쓰레기를 청소하여 작은 동네정원을 만들었다. 아직 구체적인 활용방법은 고민 중에 있다고 하지만 가족들 혹은 동네 사람들과 피크닉을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던 공간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가장 안전한 공간이 된 것이다.

정부 지원만으로 이루어진 도시재생은 지속 가능성이 낮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이 볼 수 있다. 오노미치는 빈집 재생에 정부의 보조금 지원제도를 활용하여 수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주민 스스로 빈집을 수리하고 빈터를 정비하여 생활공간을 개선함으로써 다양한 공간이 모여 있는 매력 있는 지역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 빈집재생 패키지 지원

'NPO오노미치빈집재생프로젝트'에서는 빈집 재생을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건축가나 목수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빈집조사, 빈집 활용방법의 기획이나 제안에서 디자인 그리고 시공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프로젝트 멤버들이 주도한다. 이러한 과정에 일반시민들이 참가할 수 있는 이벤트나 워크숍 등도 실시하고 있다. 다양한 게스트를 초빙하여 빈집에 대한 정보교환이나 활용방법을 제안하는 빈집 간담회, 빈집 투어, 실제로 빈집을 수리하는 오노미치 건축학교, 빈집문제를 테마로 하는 학생들의 마을만들기 발표회, 빈집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대상으로 자선 벼룩시장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관심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

이 지역은 자동차가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빈집에 있는 물건을 버리는 것도 주인 혼자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임대를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이, 프리랜서, 주부 등을 대상으로 빈집 재생을 돕는 정리정돈팀을 만들었다. 정리정돈팀은 무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아르바이트비를 받고 시간이 있을 때 참여하며, 트럭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은 실비로 의뢰인에게 청구하는 방법으로 운영된다. 실제 폐기물 업체에 부탁하는 비용의 3분의 1정도면 해결이 가능하다. 또한 빈집 재생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하고 수리도구를 빌려주는 등 모든 과정의 세세한 부분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빈집 재생 패키지 지원구조가 빈집 재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빈집을 재생하면 동네가 바뀐다.

오노미치시는 빈집 재생에 의해 이주자가 증가하고 젊은 층이 증가하고 관광객도 증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네트워크, 커뮤니티가 재구축되고 있다. 빈집 재생 초기에는 해체 위기에 놓인 빈집을 재생하고 새로운 거주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여 성과를 거두었으며, 현재는 빈집 재생에 젊은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어느 정도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주민의 정주촉진을 위해서는 이 지역에서 살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노미치의 경사지 지역은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고 수세식 화장실도 많지 않은 생활하기 불편한 곳이지만 이주자들이 점점 증가하는 것은 이러한 불편함 보다 더 가치 있는 무엇인가가 이 지역에는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곳에 이주해 오는 사람들은 대도시에서 느끼지 못했던 거주자들이 서로 도와가며 살아가는 사람 사는 느낌이 드는 동네를 그리워했는지도 모른다. 이주자들은 건축학교나 워크숍에서 배웠던 기술을 거꾸로 빈집 재생을 돕거나 이주자 혹은 빈집뱅크를 통해 빈집을 임대한 사람들이 이주 이후에 빈집 재생에 참여하는 등 이주자와 기존 거주자가 함께 재생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친해지고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사람과 사람들의 소통이 동네에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이 있고 훌륭한 집이 있어도 그곳에 사람이 없으면 매력 있는 동네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오노미치는 빈집 재생을 통해 작은 도시이지만 개성 있는 상점이나 새롭게 창업하는 젊은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동네로 바뀌고 있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의 선진지 탐방과 해법

김홍기 동명대 건축학과 교수
한국농촌건축학회 이사
부산광역시 문화재위원
농촌중심지 활성화 중앙계획지원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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