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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배달 내몰리는 청소년 배달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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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보험 배달 내몰리는 청소년 배달 노동자

광주 배달 노동자 10명 중 3명이 '청소년'
사고 경험 50%…산재보험 미가입 태반
욕설·폭행 등 어리다며 '갑질' 주 대상 돼

게재 2022-11-24 15:59:43
지난 23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광주 청소년 배달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지난 23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광주 청소년 배달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얼마 전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고등학생 A군은 왕복 2차선을 달리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주정차 차량을 피하지 못해 그대로 들이받았다. 오토바이는 처참하게 망가지고 발가락이 골절됐다. 사장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지만, 산재보험을 들지 않았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 결국 A군은 병원비, 수리비를 전부 부담했다.

#배달 노동자 B군은 일이 너무 힘들어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사장은 약속했던 3개월을 채우지 못했으니 위약금 50만원을 내라고 했다. 정식 계약서가 아닌 구두로 계약을 맺어 위약금 항목이 있는지 확인할 방법조차 없었다. B군은 여전히 사장의 협박 문자를 받고 있다.

배달 노동자 수는 늘어가는데 여전히 산재보험도 근로기준법도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중에서도 청소년들은 어리다는 이유로 갑질까지 시달리는 이중고를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지원 법·제도를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센터)의 '2022년 광주 청소년 배달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역 배달 노동자 10명 중 3명이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소년이 근무하는 광주지역 배달대행업체는 12곳이며, 각 업체 당 185명의 청소년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센터 설문조사에 응한 청소년 52명의 연령을 분석해보면 만 17세~19세가 53.8%로 가장 많았고 만 16세 이하도 32.7%나 있었다.

배달 노동을 하는 청소년 2명 중 1명은 사고를 경험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근로계약서, 산재보험 등이 없어 최소한의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50%가량이 계약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구두계약을 맺었고, 계약서를 쓰는 경우에도 본인이 작성한 게 근로계약서인지 업무위탁이나 오토바이 임대 계약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산재보험에 가입한 청소년은 42.3%에 불과했다.

지난 23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광주 청소년 배달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지난 23일 광주청소년노동인권센터가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광주 청소년 배달라이더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주비 수습기자

어리다는 이유로 거리가 멀어 아무도 잡지 않는 이른바 '똥콜'을 강제 배차 받는 등 동료 선배들에게 '갑질'까지 당했다. 커피 심부름을 하거나 욕을 먹는 일도 다반사였다. 때로는 폭행까지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소년 배달 노동자 C군은 "사무실 CCTV를 가리고 때린다. 욕은 기본이다. '너희 엄마 아빠가 그렇게 가르치니까 콜을 못 타는 거냐'는 말을 들어 충격을 받고 일을 5개월 정도 쉬었다"고 토로했다.

이 밖에도 청소년들은 오토바이 보험 미가입, 과도한 위약금 청구 등 노동인권 침해를 겪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 조례 제정, 산재보험 지원 등 실질적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승희 센터장은 "조례 제정을 통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또 배달 노동자의 경우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분리돼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노동자가 5대5로 부담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지자체에서 산재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 노동 분쟁에 대한 상담·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력 체계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