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투박한 손'에서 만나는 애절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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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엄마의 투박한 손'에서 만나는 애절한 그리움
서양화가 류미숙 ‘엄마의 밥상’ 展||21일까지 양림미술관 기획초대전||
  • 입력 : 2022. 08.15(월) 15:51
  • 이용환 기자

류미숙 작 행복. 류미숙 작가 제공

류미숙 작 행복. 류미숙 작가 제공

"어머니가 수십년 식당을 운영하시며 쓰던 그릇을 정리하다 차마 버릴 수 없어 박스에 쌓아 뒀다. 그리고 몇날 며칠 그릇만 바라보다 그릇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국그룻과 밥그릇부터 쟁반까지 온갖 살림도구는 어느덧 캔버스가 됐고 어머니의 스토리로 이어졌다. 도저히 놓을 수 없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정도 하나 하나 거기에 담아냈다."

서양화가 류미숙이 광주 남구 양림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오는 21일까지 '엄마의 밥상' 전을 개최한다. 지금까지 그의 작업이 엄마의 손때가 묻은 접시나 도마 등에 그린 그림이었다면 이번 전시는 이야기의 공간을 캔버스로 옮겼고 대상도 엄마와 자신의 '손', 그리고 '음식'으로 한층 다양해 졌다.

누구나 갖고 있는 엄마에 대한 정과 추억을 되새기고, 우리들의 엄마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세대간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류 작가가 '엄마의 밥상'에 천착해 온 이유는 광주 남구 대촌동 포충사옆 한옥마을에서 수십 년간 식당을 운영하던 엄마의 기억 때문이다. 물기가 마를 날이 없었던 엄마의 손, 수천, 수백만 번의 칼질로 움푹 패인 도마는 류 작가에게는 애절한 그리움이다. 엄마의 따뜻한 향기와 손길이 온전히 남아 있는 그릇도 이제는 마음으로만 느낄 수 있는 아픔의 대상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류 작가는 6년 전, 고인이 되신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30여 점, 화면마다 가득 담아냈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예쁜 엄마의 손을 중심으로 우리에게는 너무나 친숙한 식재료가 등장하고 금방이라도 한상 차려 내 올듯한 엄마에 대한 감정도 화폭에 녹아있다. 모두의 어머니가 손수 해 주시던 가지무침, 계란후라이, 고등어 조림, 김 한장에 흰 쌀밥 등도 소재로 어린 날의 추억을 상상하게 만든다.

평생 일만 하다 돌아가신 투박한 엄마의 손에 매니큐어를 칠해 아름답게 만든 엄마의 손에서는 이승에서 못 다 한 소원을 풀어주려는 작가의 애틋한 마음도 묻어난다.

서양화가 류미숙 작가. 작가 제공

류 작가는 "나에게 엄마는 젊은 시절 올림머리에 고운 한복 입고 한껏 멋을 부린 흑백 사진 몇 장으로 남아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내 어머니의 손은 거칠고 투박하고 항상 뭔가가 들려 있거나 항상 뭔가가 묻어 있는 주름 가득한 손이었다"면서 "엄마의 숨겨진 내면을 따라가며 젊고 아름다운 엄마의 손을 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대 예술대학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류 작가는 수차례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류미숙 작 사랑. 류미숙 작가 제공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