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투성이 김순호 경찰국장…강제녹화사업 재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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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의혹투성이 김순호 경찰국장…강제녹화사업 재주목
인노회 당시 ‘프락치’ 의혹 제기 ||“내부 밀고로 경찰 특채돼” 주장 ||광주·전남 녹화사업 피해자 70명 ||40여년 흘렀지만 “고통 안끝나” ||“변절자 경찰개혁 칼자루” 비판
  • 입력 : 2022. 08.10(수) 18:00
  • 양가람 기자
김순호 신임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이 대학 시절 민주화 동지들을 배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됐다는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있다. 당시 신군부의 강제녹화사업이 진행됐고, 상당수의 대학생들이 경찰에 접수된 첩보를 바탕으로 끌려간 역사가 있어, 만약 사실이라면 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피해자들이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만약 (김 경찰국장이) 변절자라면 (그에게) 경찰개혁의 칼자루를 쥐어주는게 말이 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찰 특채 후 초고속 승진… 변절자 의혹

실제로 김 경찰국장의 과거 행보에는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다. 운동권인 '인노회(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 활동 중 돌연 잠적한 뒤 1989년 8월 경장으로 특별 채용돼 대공수사 업무를 맡았다. 여기에 1992년 2월에는 2년6개월 만에 경사로 특별 승진했고, 1995년 5월에는 2년2개월 만에 경위로 승진했다. 당시 순경 공채자가 경위 직급까지 승진하는 데 15년 가량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4년8개월만의 경위 진급은 초고속 승진이었다.

또 1998년까지 '범인 검거 유공'을 사유로 총 7차례 상훈을 받았다. 바로 이 부분 때문에 인노회 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밀고해 치안본부로부터 인정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경찰국장은 "나는 강제징집과 녹화사업의 피해자"라며 "당시 노동운동을 한 게 아니고 주사파운동을 했는데, 더 이상 골수 주사파로 빠지지 않으려 대공 경찰관의 길을 선택했다"고 해명했다.

●광주·전남 강제녹화선도사업 피해자 70명… 진상규명 중

김 경찰국장이 말한 녹화사업은 신군부의 인권침해의 결정판이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진압으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정권은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뿌리뽑고자 학생운동 관계자들을 강제징집했다. 이른바 '녹화(綠化)사업'이 시행된 것이다. (▶관련기사 - 본보 기획 시리즈 '강‧녹‧선이라고 부르던 지옥' 2021년 04월14일, 21일, 23일, 28일, 30일, 5월7일)

강녹선(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 진실규명추진위원회가 설훈 국회의원 사무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두환 정권이 운동권 학생들을 사회와 격리하고자 진행한 강녹선 사업 피해자가 광주·전남에만 70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06년 국방부가 발표한 광주·전남 강제징집 피해 현황 △전남대 29명 △조선대 8명 △목포대 2명보다 30여 명이 많은 수치다.

보안사에서 강제징집된 운동권 출신 학생들은 협박·고문은 물론 강제적인 정신교육을 받았고, 학생 운동권 동향이나 인맥, 시위 계획 등을 파악하는 프락치로 활용 당했다. 그들 중 대부분은 4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 죄책감 등 심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변절자 임명 철회해야" 노동단체 비판

김 경찰국장에게 제기된 변절자 의혹과 '골수 주사파 탈피' 해명을 놓고 과거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90년대 초 지역에서 사노맹 활동을 하다 구속까지 된 A씨는 "김 경찰국장은 인노회 활동을 하다 '자신의 사상이 주사파에 더 물들지 않게 해달라'며 갑자기 자수를 했다고 해명했는데, 과연 당시 운동권 사람들 가운데 이 말을 믿을 이가 있을까 싶다"며 "김 경찰국장이 갑자기 종적을 감춘 그 시기 함께 노동운동을 했던 선배가 구속됐다. 그 선배는 당시 경찰이 조직 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만이 알 수 있는 내용들을 알고 있어 심한 충격을 받았고, 후유증을 못 이겨 분신 자살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대학생들을 강제로 연행해 '너희들이 하는 건 반국가행위'라며 겁을 주거나 프락치로 만들어 조직 내부 정보를 빼내오게 시켰다"며 "동지를 밀고하고 조직을 갖다 바친 배신자가 보안대 대공업무를 맡았고, 결국 초대 경찰국장까지 됐다. 과거 경력을 이용해 경찰개혁을 요구하는 동료경찰들을 향해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윤 정권의 부적절한 인사를 반대하며 김 경찰국장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민주노총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김순호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함께 활동한 동지들을 밀고하고 군부독재정권의 노동운동탄압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김 경찰국장 임명은 윤석열 정권이 경찰국을 신설한 의도와 역할을 보여주고 있다. 경찰장악을 통해 노동자, 민중의 민주주의와 생존권 요구를 탄압하고 80, 90년대와 같은 공안사건을 조작하려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며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광주진보연대는 11일 오후 2시30분 광주경찰청 앞에서 김순호 경찰국장 해임과 경찰국 해체 등 정부의 공안통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