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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을 숭배하는 시대에 수평의 강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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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을 숭배하는 시대에 수평의 강을 보다

‘횡천’
이창수 | 문학세계사 | 1만원

게재 2022-06-30 11:10:26
횡천. 문학세계사 제공
횡천. 문학세계사 제공

횡천

이창수 | 문학세계사 | 1만원

보성 복내 출신 이창수 시인이 11년 만에 시집 횡천을 냈다. 그의 세 번째 시집이다. 제목 '횡천'은 가로 지르는 냇가를 의미한다. 시인은 옆으로 흐르는 강이라고 말한다. 지리산에 있는 강이다. 세상이 직선을 숭배하는 시대에도 이 곳은 옆으로 흐른다. 수평이다.

11년 전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나왔을 때, 그의 시어는 날카롭고 때로는 냉정했다. 삶과 죽음사이에서 그가 품은 언어의 궤적은 냉혹한 자연의 법칙, 죽음 쪽에 가까웠다.

이번 시집은 보다 많은 화자가 등장한다. 한결같이 입체적이다. 수 없이 바뀌는 세상에서 적응하기도 도태되기도 하는 그들에게 시인은 마음으로 다가간다. 단어는 정리 돼 있되, 따뜻함이 배여 있다.

보통 한편의 시에 나오는 단어들은 20~30번 정도를 고쳐 쓴다. 시인의 시어는 적어도 수백번, 어떤 편은 1000번 이상 보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돈돼 있다. 단어와 단어 사이가 떨어져 있어도 의미가 연결되며, 때로는 정말 엉뚱한 단어가 합을 맞춰 그림을 그려낸다. 실로 11년간 만들어낸 시류에 따르지 않는 시들이다.

시가 사라진 시대다. 그 자리를 카피가 대신한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시를 쓴다. 마치 지금은 계승되지 않은 전통 문화재의 마지막 명맥을 쥔 장인처럼. 그중 한 명이 이창수 시인이다. 정제된, 세밀하게 세공된 시를 오랜만에 만난 만큼 시집을 보고 난 뒤 불만은 단 하나, "다음 작품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하나"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