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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강사 일하고도 교수하려면 "5억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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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강사 일하고도 교수하려면 "5억 내야"

조선대 모 교수 불공정 행위 적발
채용 피해자 “대학 비리 근절 안 돼”
졸업생 등 6개 단체 "공정수사 촉구“
조선대 “수사 결과대로 조치 예정"

게재 2022-06-21 17:56:56
21일 오전 10시께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원회가 광주경찰청 앞에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인 기자
21일 오전 10시께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원회가 광주경찰청 앞에서 엄정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혜인 기자

"발전자금이 필요한데 말야. 일주일안에 5억 정도 마련할 수 있겠나?"

공모씨는 20여년 전 시간강사로 조선대학교에 첫 수업을 하던 날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강의에 대한 설렘과 감동은 힘들고 어려운 강사 생활을 버티게 해준 원동력이 됐다. 열심히만 하면 교수가 될 수 있다는 희망도 품었다.

그런데 20여년이 지나도 시간강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공씨에게 오랫동안 같이 일해왔던 A교수의 남편 B씨가 채용을 대가로 공씨의 남편 C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 B씨는 타 대학 교수지만 A교수의 무용 관련 뒷바라지를 도맡아 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에게 사실을 들은 공씨는 "광주에서 나고 자라 모교에서 배우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무용 한 분야에 몸을 담근 모든 시간들이 전부 헛수고가 된 기분이었다"며 허탈하게 말했다.

21일 오전 10시께 공씨를 포함한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임용 불공정 해결 대책위원회(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교수 비위사건 피해당사자들의 고발을 진행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5월 말 조선대학교 공연예술무용과 A교수의 남편 B씨가 공씨의 남편 C씨를 만나 교수 채용 대가로 3억~5억원의 현금을 요구했다.

당시 무용과 전임교수 채용과정에서 공씨를 포함한 6명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서류전형 통과자는 공씨 뿐이었다.

그러나 공씨가 B씨의 제안을 거절하자 전임교원 채용은 무산됐다. 조선대 교원 26명의 채용이 예정됐었으나 공연예술무용과만 유일하게 공고가 사라졌다.

공씨는 "A교수는 지능적으로 횡령과 대리수업, 위조 및 금품수수를 일삼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증거를 인멸하고 학생들에게 나서지 말라는 압력을 넣고 있다"며 "여전히 조선대학교 무용과는 교수들의 왕국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은 침해받고 있으며 불공정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학생들은 끝까지 찾아내서 가만두지 않겠다는 보복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특히 A교수의 경우 지난 2017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대학 특혜로 논란이 됐던 당시, 전국적으로 시행된 교육부 감사에서 공연예술무용과 학생들에 의해 입시 비리, 명품 백 제공, 안무 표절, 부실 수업 등의 이유로 고발당했다. 그러나 증거불충분으로 수사가 마무리됐다.

대책위는 또 올해 임용된 D교수도 고발했다. D교수가 폭언·폭행과 입시를 대가로 학생들에게 금품을 갈취했다는 것이다. D교수는 현재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대책위는 교수들의 잇단 비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조선대에도 강한 비판을 던졌다.

대책위는 "2010년 학내 부조리를 고발하고 산화한 고 서정민 강사 사건 이후에도 조선대 내에서는 꾸준히 불공정 문제가 반복됐다"며 "학내 캠페인과 피켓 시위까지 진행했으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조선대학교는 학생과 교원들에게 사과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조선대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는대로 학교에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을 아꼈다. 또한 A교수는 본보의 연락을 일절 받지 않아 해명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경찰은 대책위의 지난 4월20일 기자회견 이후 수사에 나섰다.

광주경찰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20일 교원 선발 과정에서 A교수가 지원자에게 발전기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를 조사하던 중 D교수가 다른 학교에 재직할 때 입시생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입건했다. 경찰은 D교수의 계좌 내역 등을 조사했으며 A교수에 대한 조사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