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서 만든 '초소형 위성' 누리호와 함께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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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흥군
조선대서 만든 '초소형 위성' 누리호와 함께 우주로
오현웅 교수·대학원생 6명 개발 ||지역대학 첫 ‘위성 프로젝트’ 참여|| ‘스텝큐브’ 백두산 분화 징후 관측 ||“4개 위성 중 맨 먼저 사출돼 긴장”
  • 입력 : 2022. 06.20(월) 18:43
  • 김은지 기자
누리호에 탑재된 큐브위성을 개발한 오현웅 조선대학교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 연구팀. 조선대 제공
"조선대학교의 '스텝큐브'가 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누리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기쁩니다. 4개의 위성 중 우리가 제작한 큐브위성이 가장 먼저 우주공간으로 사출되기 때문에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조선대학교가 개발한 초소형 위성인 '큐브위성'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실려 21일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다.

지역(종합) 대학 중 위성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 오현웅 조선대 스마트이동체융합시스템공학부 교수와 대학원생 6명으로 꾸려진 연구팀이 유일하다.

손수 개발한 위성체를 누리호에 탑재시킨 오 교수와 연구팀은 누리호 2차 발사를 하루 앞둔 20일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들어진 누리호가 우주로 향하는 역사적인 순간에 직접 개발한 위성이 함께할 수 있게 돼 영광스럽고 설렌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 교수와 연구팀은 지난 2019년 9월 열린 항공우주연구원 주관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기술검증형' 목적 분야에 최종 선정돼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위성 연구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구팀은 2년여 간의 개발을 거쳐 지난 5월 23일 가로 10㎝, 세로 20㎝, 높이 30㎝, 무게 9.8㎏의 '스텝큐브(STEP Cube Lab-II)' 위성체를 완성했다.

이 위성체는 고도 700㎞ 지점에서 가시광선과 적외선을 이용해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열변화를 살피는 임무를 맡았다. 1년 간 백두산 분화 징후를 관측해 폭발 위험이 제기된 백두산 천지도 감시한다.

오 교수는 "스텝큐브는 백두산 분화 징후 판단뿐 아니라 향후 지구내 열섬현상, 바다와 북극·남극 온도 변화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며 "근래 들어 가장 큰 이슈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누리호 내부엔 조선대의 스텝큐브를 포함해 총 4개의 위성체가 실린다. 서울대 '스누글라이트-2'는 정밀 GPS 반송파 신호를 활용해 지구대기를 관측한다. 연세대 '미먼'은 200m 해상도로 미세먼지를 모니터링한다. 카이스트 '랑데브'는 초분광 카메라로 지구 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그는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조선대가 개발한 4기의 위성 중 저희 큐브위성이 가장 먼저 사출되기 때문에 성공여부에 대한 많은 부담감이 앞선다"며 "저희 위성이 스타트를 잘 끊고, 나머지 세 개 위성들도 모두 무사히 사출돼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저희 노력의 결실이 잘 맺어지길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위성 개발은 모두 마무리됐지만, 지난 3년간의 연구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위성체 개발 과정에서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에서 구매한 반도체가 국내에 늦게 도착한데다, 연구 개발자들의 잇따른 코로나19 확진에 개발 일정이 촉박하게 진행됐다. 다행히 4개월 동안 수 십 차례 시험을 거쳐 오류를 찾고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위성 납기 기일(5월24일) 하루 전 고흥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지역 대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 교수는 "함께 참여한 학교들보다 늦게 우주산업에 뛰어든 만큼 더 많은 길을 돌아가야 했다. 국내 명문 사립대학들과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한 만큼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적지 않았고 중도이탈한 학생도 있었다"며 "일본에서는 지역 자체 위성인 '오사카샛', '훗카이도샛' 등을 개발하며 지역 우주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은 나로우주센터가 가까워 유리한 측면이 있는데도 지역 인재양성과 대학의 우주기술 육성에 대한 지원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도가 우주산업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전국적인 경쟁력을 갖춘 지역인재 육성방안이 필요하다"며 "연구 중심, 실무 중심의 인재를 양성하고 전남도만의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