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석윤> 키오스크·AI시스템의 빠른 도입만이 정답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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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석윤> 키오스크·AI시스템의 빠른 도입만이 정답은 아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 입력 : 2022. 01.10(월) 13:25
  • 편집에디터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기온이 뚝 떨어진 어느날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앞에서 어르신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그들의 장갑 낀 손에는 "노인배제 주민불편 은행 폐점반대" 문구가 적힌 분홍색 피켓이 들려있었고 상가 1층에 자리잡은 은행 한지점의 폐점에 반대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한다. 어느새 은행 등 금융점포의 통폐합이 농촌과 지방을 넘어 수도권에서도 시작된 것이다.

그럼 강추위 속 어르신들이 피켓을 들고 폐점 반대 시위를 벌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가? 집회에 참여한 어르신들의 뒤쪽 금융점포에는 "저희 영업점이 디지털라운지로 전환하여 운영됩니다"라는 안내문과 ATM기기와 키오스크를 활용한 공과급 수납기기만 덩그라니 붙어 있었을뿐 안그래도 금융업무 처리와 기기 사용에 취약한 고령의 어르신들의 입장은 필자조차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이들을 위한 기기 및 정보 접근성 강화와 (가칭)디지털 도우미 제도가 과도기적 시기에 먼저 제시되어야 한다. 비록 창구 직원은 없지만, 안내 전담직원을 배치해 노령층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다소 어려운 분의 이용을 돕고 정보 접근성과 이용자들의 교육과 대행을 지원하는 취지다.

여기서 정보 접근성은 장애인이나 노인이 웹이나 앱, 키오스크 등 각종 정보 단말기에 차별 받지 않고 접근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는데 매년 정보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직 만족스럽지 않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매년 3월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데 웹 접근성이란 장애인·고령층 등 정보취약계층이 신체적 특성에 상관 없이 웹사이트에서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으로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2020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 8개 업종 1000개 웹사이트의 웹 접근성 평균점수는 60.7점으로 2019년 53.7점보다 7점 오른 수준으로 전년보다는 다소 향상됐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웹 접근성 수준은 낮다.

금융권에서 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키오스크 접근성은 59.8점 수준으로 웹 접근성 인증 합격 점수가 90점인 것을 고려하면 크게 낮은 점수다. 정보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반면 장애인, 고령자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웹사이트와 앱 및 키오스크 등에서 제공하는 금융정보를 이용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안에도 문제가 있는데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기반 컨텐츠가 확산 속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을 악용한 명예훼손, 금융사기 등 디지털 범죄로 감지를 위한 기술투자도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 초보적 수준이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제재 법안과 취약층을 위한 교육도 병행이 필요한 실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아니 오미크론 등 변종 등의 재확산 여파로 비대면 금융 거래로의 전환은 분명 어쩔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소위 융통성이 없거나 자기가 세운 일방적인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억지로 맞추는 아집과 편견을 우리는 소위 '프로쿠루테스의 침대'라고 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루테스란 인물에서 나온 말로 그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에 초대해 데려와 쇠침대에 눕히고는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다리를 잡아 늘리고 길면 잘라 버렸다. 하지만 결국 그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에게 자신이 저지른 행위와 똑같은 수법으로 죽임을 당했다.

금융권과 기업들의 AI등 4차산업혁명 DT 기술의 도입도 마찬가지다. 인간과 기계가 지속적으로 상호 작용하지 않으면 큰돈을 들여 AI 기술을 도입해도 성공 확률이 떨어질 것이다. 이렇듯 지금까지의 기술발전은 '좀 더 빠르게'가 주안점이었고 우리네 생활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돌아가게 할지 고심했고, '빠름'은 성공했으나 그 속도에 못 이겨 탈이 나는 경우가 속출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우리의 주안점이 빠름을 벗어나 비대면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빠른 속도에 못 이겼던 이들에게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제 서로가 서로를 만나지 않고 일을 처리해야 하는 '비대면·언택트 일상'에 빠르게 적응해가야 하는 임무가 주어졌다.

현금을 이용한 금융거래와 매매거래에만 익숙한 일부 어르신들에게 키오스크와 챗봇등 AI기술은 하나의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고 있다. 이는 매장 자체를 가기 거부하는 마음마저 들게 해 시대의 낙오자 같은 마음이 들게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전체가 비대면을 지향한다면 그 속의 구성원들이 비대면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준비기간과 안전장치들도 동반되어야 한다. 물론 어르신들도 '늙음을 인정하고, 모르는 것은 주위의 도움을 받고, 자식들에게 시켜라'라는 어르신들에 대한 무책임한 관념이 우리 사회 속에 녹아들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야 한다.

따라서 디지털 비숙련층인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의 확대와 이를 통해 디지털 유저로서의 자신감을 회복시켜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

늙음은 절대 죄는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늙는다. 한 번 생각해보라 우리가 어렸을 때 기기사용법을 누가 처음 알려준 것이 누군지, 그리고 우리네 삶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조언을 건넨 이들이 누군지. 그 역할만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 우리가 반대로 어르신들에게 디지털 문명에 적응할 시간과 교육의 기회를주자! 비대면 시대, 2022년 임인년 새해 속에 공존을 모색하려는 우리네 성찰이 절실하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