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문화수도 광주 도약 원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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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새해 문화수도 광주 도약 원년을 기대하며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1. 12.29(수) 13:11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뉴스콘텐츠부장
하루 뒤면 새해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신축년(辛丑年) 한 해도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됐다.

신축년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슈가 넘쳐났던 한 해였다. 특히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펜데믹은 쉽사리 그 끝을 보여주지 않고 국민들의 희생과 고통을 강요했다. 백신 접종과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일상으로의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신종 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하면서 한층 더 강력해진 팬데믹과 마주한 채로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지만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따뜻한 위로를 안겨준 일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게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K-컬처'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데 이어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한국 배우가 오스카상을 수상한 것은 사상 최초로, 한국과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었다.

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K-컬처'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극 중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달고나' 등 우리네 추억의 놀이와 먹거리는 '핫'한 글로벌 아이템이 되기도 했다.

BTS는 올해도 눈부신 활약을 이어갔다.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중 하나인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아시아 가수로는 처음으로 대상인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를 받은 것을 포함해 3관왕에 올랐고, 코로나19로 열지 못했던 대면 콘서트를 2년만에 미국 LA에서 열면서 세계 팬들을 열광시켰다.

국민들은 한류 콘텐츠가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 문화의 위대함에 감동했다.

'K-컬처' 열풍은 문화수도를 지향하는 광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등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 풍부한 문화유산과 함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비엔날레 등 매력적인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광주의 문화예술 위상은 이에 못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단편적으로 지역 내 문화예술 공연과 관람 횟수만 봐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발간한 '문예연감 2020' 자료에 따르면 작년 광주지역 공연 횟수는 3천347회로 전국 평균 7천469.3회의 절반도 안됐다. 또 작년 평균 광주시민의 문화예술 관람 횟수는 미술전시 1.7회, 서양음악 2.1회, 뮤지컬 1.2회 등으로 대부분 전국 광역시 평균에 못 미쳤다.

이는 광주를 대표할 만한 '킬러 콘텐츠'의 부재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다시 말해 인프라는 많지만 시민들 눈높이에 맞는 볼거리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냥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떻게든 비교우위 자원을 잘 다듬어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으로 연결지어야 한다.

때마침 내년이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아시아문화원과 통합해 정부기관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엄연한 국가사업인데도 홀대를 받아온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개관 6년째인 문화전당은 지금껏 지역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문화전당은 이번 통합을 계기로 조직과 인력·기능 등을 새롭게 정비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광주를 대표하는 복합문화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어 지역민들이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광주시도 2022년을 '문화수도 위상 회복의 해'로 선언하고, 대대적인 문화예술 분야 숙원사업 추진에 나서기로 해 기대감을 더한다.

구체적으로 시는 내년 문화·예술·체육분야 국가예산으로 확보한 1643억원을 투입해 지역 숙원사업인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건립, 아시아문화자원 디지털관 구축, 아시아 문학테마공원 조성 등을 비롯한 도심 야간 관광활성화, 아시아권 문화교류 확대 등에 나서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사업을 추진할 때는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은 창의력과 상상력의 산물이다. 예술인들은 무엇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제작 활동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문화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공연장이나 전시관의 대관료 인하나 무료 대여 등을 통해 문화시설 문턱을 낮추고, 시민들이 일상 생활에서 쉽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면서, 예술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같은 노력들이 모아질 때 비로소 지역의 문화예술은 활기를 띠고 문화수도 광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60년 만에 돌아오는 검은 호랑이의 해라고 한다. 무등산을 호령했던 호랑이의 기상으로 문화예술의 본고장인 '예향' 광주가 대한민국 문화수도로 도약하는 원년을 만드길 기대해 본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