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줄였는데"… 쌀 풍년에 농가 '깊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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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재배면적 줄였는데"… 쌀 풍년에 농가 '깊은 한숨'
전남 올 쌀 재배 795㏊ 감소에도 ||76만5000톤 생산, 전년비 11%↑ ||재고량 넘쳐… 쌀값 하락 불보듯 ||“정부, 자동 시장격리 적극 나서야”||
  • 입력 : 2021. 09.23(목) 18:33
  • 김진영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지난 20일부터 보성군 웅치면에서 올벼쌀 수확이 시작됐다. 보성군 제공
쌀 과잉생산을 막기위해 전남지역 쌀 재배면적을 줄여나가는 노력에도 불구, 올해 쌀 생산량이 늘어 쌀가격 하락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면서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농협 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전남지역 벼 재배면적은 15만 5435㏊으로 지난해 대비 795㏊(-0.5%)가 줄었다.

반면 전남쌀의 올해 예상 생산량은 76만5000톤으로 전년대비 7만7000톤(11.1%)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됐다. 작년에는 장마기간 기록적인 폭우 등으로 전반적인 쌀 생산량 감소가 이어졌다면 올해는 날씨가 평년수준에 머물면서 생산량이 늘어난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전국 벼 재배면적은 73만2477㏊로 전년대비 6045㏊(0.8%)가 증가했다.

전남의 감소 노력에도 전국 쌀 재배면적은 2001년 이후 20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재배면적이 늘면서 예상 생산량도 382만톤으로 전년대비 31만톤(8.8%)이 증가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이 나온다.

과잉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현재 쌀 20kg 소매가격은 전국 평균 5만5191원으로, 한달 전(6만839원)보다 5648원 떨어졌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소진돼야 할 재고쌀이 많은 점도 향후 가격하락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지난 8월말 기준 재고량은 18만9000톤으로 전년대비 5만7000톤(42.92%)이 많다. 산지유통업체 월평균(1~8월) 재고 소진량은 12만7000톤에 불과하다. 반면 1~8월 쌀 판매량은 13.4%가량 감소했다.

수확시기 과잉생산된 쌀과 재고쌀이 함께 시중에 쏟아져 나올 경우 가격하락으로 인해 지역농가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국쌀생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관계자는 "현재보다 더 쌀값이 떨어지면 더이상 영농을 지속할 수 없을 것"이라며 "작년과 같은 안 좋은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남지역의 벼 재배면적 감축 노력도 물거품이 되면서 농가의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나주의 한 농민은 "전남도와 농협의 적극적인 홍보로 지난해 상당수 면적을 타작목으로 전환했다"면서 "쌀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주변 농민들도 많이 동참했는데도 올해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깊은 한숨만 나온다"고 호소했다.

쌀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정부가 다음달 쌀 수급안정대책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쌀가격 안정화를 위해 얼마만큼 쌀 시장격리 규모를 정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농협 전남지역본부 관계자는 "작년부터 자동 시장격리제도가 도입됐다. 시장격리가 수확기때 시행되는 게 원칙이다. 정부가 조치를 얼마만큼 발빠르게 하느냐에 따라 쌀값 변동을 좌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정부는 현재 쌀가격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어 수확기때 이례적으로 재고쌀을 풀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면서 "실제 상반기 이후 정부가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2018~2020년산 재고쌀을 풀면서 가격하락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