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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정자> 어떻게 쓰나미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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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정자> 어떻게 쓰나미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이정자 광주 남부소방서장

게재 2021-07-27 13:30:30
이정자 광주 남부소방서장
이정자 광주 남부소방서장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어린이 잡지 '몽 코티디엥'은 2005년 '틸리 스미스'라는 11세 소녀를 올해의 어린이로 선정했다.

선정 이유는 2004년 12월 동남아에 쓰나미가 덮쳤을 때 태국 푸켓 해안에서 100여 명의 생명을 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과연 잡지 '몽 코티디엥'에는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2004년 12월26일 가족과 함께 푸켓으로 여행을 떠난 틸리 스미스는 아침에 어머니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징후를 목격하게 된다. 프라이팬에서 기름이 '탁탁' 튀기듯이 바닷물이 부글거리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파도가 완만히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아니라 곳곳에서 물방울이 솟아오르며 급기야는 물살이 바닷가 쪽으로 급격히 빠지고, 물고기가 바닷물 빠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신기한 현상을 보게 됐다.

이를 본 틸리 스미스가 어머니에게 "내가 학교에서 쓰나미 체험을 했는데 이런 현상은 지진해일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빨리 피해야 한다. 조금 있으면 엄청난 해일이 몰려올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상징후가 발견됨과 동시에 틸리 스미스는 부모님과 함께 묵고 있던 호텔 관계자들에게 급히 알려 조기 경보를 발한 결과 100여 명이 산으로 대피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몇 분 후 엄청난 해일이 몰려와 동남아에는 무려 23만명의 사망자·실종자가 나왔지만, 이 섬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나 부상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틸리 스미스는 어떻게 쓰나미를 예측할 수 있었을까?

영국의 작은 마을 출신인 틸리 스미스는 여행을 가기 2주 전 학교 지리 시간에 쓰나미에 대하여 체험했는데, 마침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위험을 바로 알린 것이다.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잘 학습한 이 소녀의 외침이 귀중한 생명을 살렸다. 더 놀라운 것은 어린 소녀의 말을 무시하지 않은 채 귀 기울여 듣고 대피한 사람들은 귀중한 생명을 구원받았다는 것이다.

틸리 스미스는 인터뷰에서 "쓰나미에 대해 배웠다"고 하지 않고 "쓰나미 체험 프로젝트를 마쳤다"는 표현을 썼다. 수업시간에 해수면 아래 지진으로 인해 발생하는 파도에 대한 프로젝트를 잘 수행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누구든지 교육이나 훈련 없이 갑작스럽게 닥치는 위험 상황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생존 본능에 따라 몸이 움직이는 일도 있지만 재난 현장에서 본능에만 의존한다면 생존율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 크고 작은 사건 사고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자신과 관계없는 남의 일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사고를 겪고 나면 '그때 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나와 가족만을 피해 가지는 않는다. 가족과 내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체험 교육이 필요하다. 교육기관이 있는데도 무관심으로 희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바야흐로 여름은 바다로, 산으로 떠나는 피서의 계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생활이 그리워지는 지금,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자녀와 함께 안전체험을 미리 해보고 떠나면 어떨까.

광주소방안전본부에서는 다양한 소방활동체험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올해 10월 중 '빛고을 국민안전체험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화재·호우·산악 등 다양한 재난에 대비한 체험 교육을 하기 위해 마지막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1995년 일본 한신 대지진 때 묻히거나 갇힌 사람 중 97.5%가 스스로 빠져나오거나 주변 사람의 도움으로 살았다고 한다.

자신을 스스로 구하는 자조(自助)와, 이웃끼리 서로 돕는 공조(共助)가 중요하다.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신과 이웃을 지킬 능력을 키우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