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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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계륵(鷄肋)
최동환 체육팀장
  • 입력 : 2021. 07.07(수) 16:50
  • 최동환 기자
최동환 체육팀장
위나라의 조조와 촉나라 유비가 한중 지역을 놓고 격전을 벌이던 서기 219년. 전투가 수개월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조의 군대는 마초의 방어에 가로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지만 자존심 때문에 물러나기 어려운 상황으로 도망치는 병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황이 불리해 지자 조조는 한중을 포기하고 후퇴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어느 날 저녁으로 닭고기 국이 올라오자 현재 답답한 상황이 떠올라서 한숨을 내쉰다.

그 상황에서 하우돈이 조조를 찾아와 오늘 밤 암구호를 무엇으로 할지 물어보자 조조는 깊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무의식적으로 계륵이라는 말을 내뱉었다.

이에 하우돈은 불침번을 서는 군사들에게 계륵이라는 암구어를 전달하고 이를 전해들은 모사 양수가 조조의 속마음을 간파해 혼란스럽지 않게 미리 짐을 싸두라는 조언을 하게된다.

닭갈비는 맛은 좋지만 먹을 것이 없는 부위로 조조가 한중을 점령하는 것은 이득이 없다고 생각해서 곧 철수를 명령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비롯한 고사성어가 '계륵(鷄肋)'이다. 크게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을 빗댈 때 흔히 쓰인다.

2021 프로야구가 각 팀별로 7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반환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KIA타이거즈가 승리를 위해 영입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계륵으로 전락한 외국인선수로 고심이 크다.

지난 시즌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KIA는 올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11승을 거둔 드류 가뇽과 결별하고 다니엘 멩덴을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떠난 양현종의 자리를 메워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올시즌 8경기 선발 등판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03의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데다 지난 5월말 굴곡근 부상으로 이탈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멩덴의 이탈 이후 KIA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때문에 KIA구단은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 미국 프로야구 시장에서 최상위급 외국인 선수를 새롭게 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버리자니 아깝고 계속 끌고 가자니 못미더운 계륵. 멩덴을 바라보는 KIA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최동환 체육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