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창·노영필>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교육의 창·노영필> 자존심과 자존감 사이에서
노영필 교육평론가·철학박사
  • 입력 : 2021. 06.06(일) 14:05
  • 편집에디터
노영필 철학박사
교육현장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은 중요한 주제다. 자존심은 '나는 잘났다'는 태도로 타인보다 나를 챙기는 마음이다. 자신이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때 흔히 '자존심 상한다'라고 표현한다. 자존감은 '나는 소중하다'는 태도로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긍정의 방향에서 나오는 마음이다.

종종 갈등상황의 중심에 말썽피운 학생의 자존심이 문제일 때가 있다. 그런 경우 학생의 자존심은 다치지 않고 대신 자존감은 끌어내면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가야 할지 조심스럽게 고심하게 된다. 물론 상황에 따라 우선 순위를 따져가면서 대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존심을 먼저 챙겨야 할 때도 있고 자존감을 염두에 두면서 유도해야할 때도 있다.

사실 생각해보면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학교는 학생들의 자존심도, 자존감도 별로 고려하지 않았다. 교육환경 역시 일방적인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 일방성의 문화는 지금도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닌 듯 싶다. 인권의식이 성숙하고, 개인의 권리는 꽤 신장 되었다지만 오랫동안 지배해온 일방적 통제 문화가 뿌리째 바뀌기는 쉽지 않았다.

교사 한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과밀학급과 국가의 이념적 통제가 교사들에게 통제중심의 관성에 길들이는 데 한 몫 하면서 그 일방성은 갑질의 형태로 군림하기도 하고 위태로운 학교문화로 내몰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세상은 갈수록 투명해지고 시민의식의 성숙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의 인권과 주권에 대한 각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져서 상대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게으른 교사들의 갑질 실태를 더 극명하게 부각시켰다

오늘날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바뀌었고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의식은 더 엄격해졌다. 완전히 수평적인 관계로 존중된 시대는 아니지만 과거처럼 교사가 학생의 자존심을 짓밟으면서 호통을 치는 방법을 쓸 수 없다. 당연히 생활을 넘어 수업 활동 역시 쌍방의 협력적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서로의 자존심도 커지고 자존감도 소중한 항목으로 자리잡혀가고 있는 것이다.

교사와 학생 쌍방이 공존해야 하는 오늘의 교육현장에서 자존심과 자존감은 서로에게 중요한 요소다. 교사가 자존심을 상대로 학생을 대하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치닿을 수 있다. 자존심을 넘어설 수 있는 자존감은 상호 존중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존심은 일방통행 시대에만 따져졌을 뿐 공존의 시대에선 자존심을 넘어 자존감을 향한 교육적 레포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문제는 레포관계에서 형평성의 균형이 매우 중요함에도 이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오히려 무시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한다. 교사가 규칙을 느슨하게 적용하면 학생들은 금방 소홀히 반응한다.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는 균형감각을 바탕에 두고 교사와 학생 모두의 자존감이 존중돼야 한다는 확장의식을 가져야 한다.

과거에는 교사에게 의존적 교육이었다면 지금은 일종의 계약적 교육이다. 수평적 관계가 유지되지 않고 자칫 관계의 신뢰까지 무너뜨리는 자존심 문제는 실제로 위험한 교육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만큼 인권이 존중된 점에서는 진일보한 사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레포를 통해 교육이 이뤄질 수 있는 여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뜻에서 또 다른 염려가 밀려온다.

그런 문제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터넷 교육이 확산되고 나아가 고교학점제가 시작되면 학생들의 선택권이 교사들의 자존감을 위협할 수 있다. 자존감을 내팽개친 채 교사들은 자존심을 건 선택의 대상으로 내몰리면서 아킬레스건처럼 취급될 수 있다. 학생들에게 내몰려 설 자리를 잃을 교사들이 속출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자존감은 경쟁과 대결의 구도에서 살필 문제는 아니다. 자존감은 한 인간의 삶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이끄는 긍정 마인드로서 중요한 요소다.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자존심 때문에 교사들의 자존감을 흔들면서까지 생고집을 부리는 학생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럼에도 교사는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자존감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런 상황에서 서로 자존감을 유지하는 일을 무척 어렵다.

대부분 갈등의 시작은 상대의 자존심을 건들 때 시작된다.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자존감을 고려한 교육이 절실함에도 자꾸 자존감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갈등을 균형있게 풀지 못하게 하는 자존심 싸움은 위험하다. 갈등을 형평성에 맞게 수습하지 못하면 학교생활은 불가능해진다. 원만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상대를 위하고 나의 자존을 위하는 공생의 미학이 절실하다. 자존심보다 자존감을 먼저 챙기는 문화를 희망처럼 꿈꿔본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