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 노동자 작업복, 광주시가 세탁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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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석면 노동자 작업복, 광주시가 세탁해줍니다"
전국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4번째||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22일 개소||미세금속 제거… 하루 1200벌 세탁||지자체의 노동자 복지지원 사업||세탁비 노동자 부담 등 불씨 존재||
  • 입력 : 2021. 04.12(월) 17:35
  • 도선인 기자
오는 22일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 혁신지원센터 부지에 작업복세탁소가 전국에서 4번째로 문을 연다.
유해 화학물질, 분진, 기름때, 석면…. 일을 마치고 새까매진 작업복을 어쩔 수 없이 집으로 가져갔던 하남산단 노동자들이 앞으로는 한시름 놓게 됐다.

오는 22일 광주시 광산구 하남산단 혁신지원센터 부지에 작업복세탁소가 전국에서 4번째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가정용 세탁기를 이용해 가족들 옷과 함께 작업복을 빨았던 산업현장 노동자들이 빨래 고민을 덜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자체 주관의 노동복지가 실현된 셈이다.

현재 시험 운영 중인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세탁소는 세탁기 3대, 건조기 3대, 미싱, 자동다리미, 화물용 차량 등의 시설을 갖추고 하루 1200벌을 세탁·건조할 수 있다. 광산지역자활센터가 위탁을 맡아 12명의 인원이 수거, 세탁, 배송, 관리, 사무까지 모든 세탁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세탁소는 지난 2011년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당시 광주근로자건강센터장)이 처음 구상하고 10년 만에 결실을 본 오랜 숙원사업이다.

문 센터장이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선거에 출마한 3개 정당 후보들에게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건립'을 제안하는 질의서를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실제 노동자들의 세탁여건을 보더라도 공공 노동자 작업복세탁소는 꼭 필요한 기구다.

석면노출 설문지 개발 및 국내 악성중피종 환자의 역학적 특성연구 보고에서 따르면, 석면암 환장 411명 중 10명은 작업복 세탁을 함께 한 산업현장 노동자 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부분 노동자들은 작업복 세탁을 어쩔 수 없이 집에서 처리하고 있다. 하남산단 노동자 작업복세탁소 운영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하남산단 50인 이하 영세사업장 노동자 80.5%는 집에서 세탁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센터장은 "센터에 찾아오는 산업현장 노동자들 손에 항상 더러워진 작업복이 들려 있었다. 쇳가루, 기름때가 묻은 작업복을 가족들 일상복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가정용 세탁기로 빠는 상황이었다"며 "작업복에 대한 안전한 세탁은 회사의 의무인데, 영세한 사업장의 경우 상황이 안되니 지자체 나서야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하남산단 사례가 10년 동안 첫 결실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광주에 하남산단을 포함 7개 산단, 전남에도 농공단지 63개가 있다. 기본권으로써 작업복세탁소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의 건강권을 도모하고 공공일자리를 제공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하남 노동자 작업복세탁소가 10년 만에 첫 성과를 거뒀지만, 여전히 쟁점의 불씨는 남아있다.

500원~1000원 정도 일부 세탁비용을 이용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오산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알다시피 일반 세탁기로는 산업현장에서 묻은 찌든 때가 세탁이 안 된다. 안전한 작업복 세탁은 노동자 권리라고 할 수 있다"며 "보건의료기본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 7종에 대해서 사업체는 작업복 세탁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작업복세탁소를 마련할 공간이나 운영비용이 부족하다면 지자제가 나서 비용부담을 책임지고 공공성을 띤 작업복세탁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