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는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같은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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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광주는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어머니 같은 도시"
‘광주사람들’ 300명 돌아보기
  • 입력 : 2021. 04.12(월) 11:45
  • 이주영 기자
전남일보의 장기 기획 '광주사람들'이 13일로 300회를 맞았다. 그동안 소개된 101번부터 300번까지 광주사람들을 싣는다. 1번부터 100번까지 광주사람들은 2020년 7월17일 15면에 소개됐다.
전남일보의 장기 기획 '광주사람들'이 13일로 300회째를 맞았다. 2020년 1월1일 허달재 화백을 시작으로 총 1000명을 목표로 한 '천인보' 프로젝트인 광주사람들이 1년 4개월 만에 이룬 성과다. '광주사람들'은 정치인 등 유력인사가 아닌, 우리 주변 평범한 사람들의 소중한 일상을 소개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남일보 지면과 SNS 플랫폼(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을 통해 소개된 300명의 광주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한 명 한 명 각자 쌓아온 경험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르침이 되고, 새로운 '삶의 길'을 제시하기도 했다.



광주사람들의 '광주'는 사전 등지에서 소개하는 '대한민국의 서남부에 있는 광역시로 전라남도의 중심 도시'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전남일보가 정의한 광주사람들의 '광주'는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보다 폭넓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역사적·정서적으로 광주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전남이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 '광주에 사는 사람'이 아닌 광주·전남에 살고 있거나, 광주·전남에 살았거나, 광주·전남에 대한 생각이나 추억이 있는 사람 모두가 광주사람들이다.



전남일보를 통해 소개된 300명의 광주사람들을 꼼꼼히 살펴봤다. 광주사람들의 연령대를 보면 10대가 3명, 20대 42명, 30대 46명, 40대 40명, 50대 39명, 60대 31명으로 고루 분포했다. 고령층의 참여도 많았다. 70대 13명, 80대 8명, 90대 1명이었다.



'광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5·18'이 첫 손에 꼽혔고 '정(情)', '어머니' 순이었다.



39번째 광주사람 오경록(60·자영업)씨는 "광주사람들이 표현하는 감정도 예술적이지만 특히 양심이 예술적이다. 바로 5·18민주화운동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80년 당시 대학생이었는데 전남대 학생들이 도청 앞 분수대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학생들이 선도를 많이 했고 직장인, 아주머니, 아가씨 할 것 없이 모두가 힘을 모았다"고 그날을 떠올렸다. 이어 "수십년이 흘렀지만 5·18정신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며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서 왜곡되는 부분을 바로 잡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94번째 광주사람 이지현(67·5·18부상자동지회초대회장·시인·연극인)는 "80년 5월 부상을 당해 한쪽 눈을 잃었고, 남동생은 상무대로 연행을 당했고, 여동생은 5·18 유가족과 결혼했다. 저의 실제 가족사를 중심으로 1인극을 시작해 15인극까지 10년간 가족사를 중심으로 공연을 했다. 이제는 80년 5월 그 현장에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죽음들에 대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가지고 광주를 알리려고 한다. 앞으로 제가 움직일 수 있는 한 예술을 통해서 광주정신을 알리고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102번째 광주사람 류성기(52·동곡농협 관리직 대리)씨는 "광주는 나의 아버지, 할아버지, 그 위의 할아버지께서 나고 자란 곳이며 내 삶의 터전이자 내 삶을 마치는 그 날까지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나에게 있어 광주는 사람 냄새가 나는 도시이고, 5·18은 너무나 가슴 아프지만 자랑스러운 역사이며 내 자녀들에게 올바른 역사와 가치관을 이어나가도록 알려줘야 하는 사명감을 주는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5·18 다음으로 많이 나온 키워드는 '정'이었다.



4번째 광주사람 이의형(46·공기정화 식물 판매업)씨는 "광주에 태어나 46년째 살고 있다. 아주 편하고 좋은 고장인데 타 지역 사람들이 광주사람들을 좋지 않게 생각한다. 광주는 사람들이 정도 많고, 맛도 좋은 고장"이라고 소개했다.



256번째 광주사람 김도영(28·샤론플라워 실장)씨는 "빛고을 광주, 인정이 많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고 나가면 서로 반갑게 인사도 하고 맞아주면서 하루를 시작한다"고 광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광주를 '어머니'와 같은 곳이라고 말한 이도 있었다. 59번째 광주사람 신정호(43·기획사 운영)씨는 "광주하면 '아스팔트'와 '어머니'가 생각난다. '아스팔트'는 치열했던 역사의 현장이고, 80년대 선배들이 민주화를 외쳤던 곳이다. 또 '어머니'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잘못한 일이 있을 때 따끔하게 지적해주고, 잘하면 칭찬해주던 곳이 바로 광주"라고 말했다.



118번째 광주사람 이동계(62·전 5·18 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씨는 "광주는 '어머니'같은 도시이다. 우리의 위대한 어머니들은 해산의 고통을 이겨내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켰다. 5·18도 마찬가지로 40년 전 너무 큰 아픔을 겪었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많은 상처를 품에 간직한 채 광주라는 도시를 탄생시켰기 때문에 광주는 '어머니'와 같은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126번 광주사람 이승규(37·작곡가)씨는 "인정 많고, 푸근한 엄마의 품과 같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음악을 하다 보면 힘든 일이 닥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에게 위안과 영감을 주곤 한다. 또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에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예향과 의향의 도시', '제2의 고향'이라는 언급도 많았다. 260번째 광주사람 김보필(57·샤론플라워 대표)씨는 "광주에 와서 가장 뜻 깊게 생각했던 것은 '의향의 도시', '애향의 도시', '예향의 도시'라는 점이다. 광주에 정이 들고 감동을 했던 것은 많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자기들이 추구하는 부분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287번째 광주사람 홍인화(5·18민주화운동기록관 연구실장)씨는 "광주는 저에게 정의와 사랑이 넘치는 곳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미얀마 사태를 보면 41년 전 광주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군부 독재에 목숨 걸고 저항하는 시민, 국제 사회에 알려야만 하는 현실이 그때의 광주와 비슷한 것 같다. 광주는 의향의 도시임과 동시에 그 밑바닥에는 인간애가 있다. 사랑과 더불어 공의가 꽃피어 오르는 광주가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5번째 광주사람 김병찬(33·공무원)씨는 "대학 진학했을 때부터 광주에서 15년 가까이 살아오고 있는데 제2의 고향 같다. 광주사람들은 마음이 좋고, 어딜 가나 맛있고, 정겹고, 마음이 편한 곳이다"라고 소개했다.



10번째 광주사람 고금숙(42·환경활동가)씨는 "광주에서 대학교까지 졸업했지만, 지금은 서울에 살고 있다. 광주와 관련된 뉴스가 나올 때 마다 자랑스럽다"며 "광주는 굉장히 세세하지만, 진보적인 정책들이 나오는 곳"이라며 "일회용품 사용 규제와 관련한 조례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알고 있다. 광주는 시민들의 역량이 높은 도시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선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기자 juyeong.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