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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75·비움박물관 관장) (30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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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화(75·비움박물관 관장) (300/1000)

게재 2021-04-12 14:24:30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 인근에 위치한 '비움박물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대부터 새마을운동으로 버려진 전통민속품들을 50년 동안 모아 이곳에 전시하고 있습니다.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조상들이 쓰던 모든 물건들이 불태워지고 버려졌는데 50년이 지난 지금 어떤 예술품보다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박물관이 세워진 지는 만 5년이 되었습니다. 수 만점의 민속품들이 모여 있는데, 개방형 수장고로 다 진열을 해놓고 1년에 4번씩 1층에서 기획전시를 열고 있습니다.

3월 17일부터 시작한 봄 기획전 '나전칠기전'은 '어둠속에 숨어 반짝이는 빛, 찬란한 보석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나전칠기하면 자개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조개껍데기를 무늬별로 나눠 놓은 것을 자개라고 해요. 이 자개가 화장대, 보석함, 장롱 등 작품이 된 것을 나전칠기라고 합니다. 이 가구는 70년대만 해도 부잣집 안방에 숨어들어 부러움을 샀던 조상들의 작품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쉽게 버려져, 안타까울 따름이죠. 그래서 아름답게 수놓아진 자개 그림들을 액자 틀에 넣어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외국인들이 특히 나전칠기의 예술성에 감탄합니다.

비움박물관을 다른 지자체가 아닌 광주에 세우게 된 것은 '광주'라는 도시와 민속품이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에 등재된 민중항쟁의 도시라면 그 군중들이 사랑하고 사용했던 물건도 의미 있죠.

우리나라는 정말 가난한 나라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선진국 대열에 서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체성은 잃어버리고 서양의 문화만을 따라가는 것은 자존감이 떨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자존감을 세우고 광주다운 도시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박물관이 기여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