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26-2> 1980년 광주·2021년 미얀마… 피로 물든 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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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26-2> 1980년 광주·2021년 미얀마… 피로 물든 민주화
군사 쿠데타 저항 운동||민간인 무자비 학살 반인륜 행위||사망자 축소·언론 장악 닮은꼴||미얀마 Z세대 중심 국제연대 활활
  • 입력 : 2021. 03.14(일) 17:51
  • 최황지 기자

지난 6일 미얀마 양곤에서 경찰이 시민 향해 무력을 행사하고 있다. AP/뉴시스

1980년 5월 광주의 도심에서 한 위생병이 일반 시민을 곤봉으로 내려치고 있다. 5·18기념재단 제공

2021년 2월1일부터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수도인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정권을 빼앗은 미얀마 군부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저항이 1980년 광주의 오월과 겹친다.

● "군부 세력 물러가라"

2021년 미얀마 반군부 시위와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쿠데타로 정권을 빼앗은 군사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운동이라는 점에서 닮은꼴로 평가받는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이 조작됐다며 지난달 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이끄는 군부 세력은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윈민 미얀마 대통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며 권력을 찬탈했다.

5·18의 원인도 군사정권의 쿠데타였다. 1979년 12월12일 전두환,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하나회가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승인 없이 정승화 대한민국 육군 참모총장 등을 체포하며 권력을 잡았다.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1980년 5·17 쿠데타를 일으켜 실세로 등극했고 이에 항거하는 반 군사정권 시위가 광주에서 일어났다.

● 민간인에 겨눈 총구

2021년 미얀마와 1980년 광주의 봄은 피로 얼룩졌다. 총과 칼로 무장한 군인들은 시민들의 시위를 잔혹하게 진압하며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

13일 미얀마 매체인 '이라와디'는 사망자 수를 최소 92명으로 집계했다. 미얀마 반 군부 시위에 참여해 죽거나 다친 희생자의 수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다.

힘을 앞세운 미얀마 군부의 반인륜적 범죄도 전세계인을 충격으로 빠뜨리고 있다. 최근 미얀마 19살 소녀 치알 신(Kyal sin)이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했는데 미얀마 군부는 실탄으로 사망한 증거가 없다며 시신을 도굴한 뒤 다시 시멘트로 무덤을 채우는 반인륜적 행위를 자행했다.

5·18 역시 사망, 행방불명, 부상자, 구속자 등 희생자의 수가 약 3800여 명(광주시가 인정한 공식기록)에 달한다. 시위와 관련 없는 일반인을 무차별 체포하고, 민간인을 상대로 잔혹하게 폭행하는 모습이 주요 외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1980년 광주와 2021년 미얀마의 가슴 아픈 '데자뷰'다.

양국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정예부대를 투입한 사실도 같다. 미얀마 현지 매체들은 시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는 33경보병사단은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학살했던 특수부대라고 보도했다. 5·18때도 신군부의 정예부대가 투입됐다. 3·7·11공수여단이 시위 진압을 이유로 광주에 투입돼 민간인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언론 통제와 Z세대

5·18이 고립된 이유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 탄압이 주요했다. 사망자 수를 축소하거나 만행을 은폐하는 등 군사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는 현재 미얀마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최근 미얀마 군부는 5개 매체의 언론 면허를 강제 취소하거나 폐쇄했다. 지난 12일에는 반 군부 시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회 불안을 부추겼다는 이유로 언론 매체를 직접적으로 고소하기도 했다. 취재기자를 재판 없이 구금하는 등 헌법 질서를 유린하고 있다.

광주의 참상은 신군부의 검열로 보도되지 못했다. 신군부의 전국적인 언론 장악으로 1980년 7월부터 9월까지 100여 명의 언론인이 강제 해직되기도 했다.

이 같은 검열이 광주의 고립을 부추겼다. 광주는 북한군, 조직폭력배가 개입한 폭도로 규정됐고 현재까지도 역사 왜곡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얀마의 상황은 다르다. 미얀마의 경우, 수도와 제2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미얀마 Z세대들이 시위에 적극 가담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시위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Z세대는 SNS에 해시태그로 시위 참여를 독려하고 전세계에 미얀마 시위 상황을 전달하는 등 1인 언론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세계는 미얀마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게 됐다. 미얀마를 돕기 위한 활발한 운동이 전개되는 등 국제적 연대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