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 떼죽음 '투명 방음벽'… 필름 붙이니 사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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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조류 떼죽음 '투명 방음벽'… 필름 붙이니 사고 '0'
투명방음벽 조류 충돌 심각||빠르게 나는 조류 "치명적"||충돌방지 필름 부착 '효과 커'||필름 부착 의무화 대책 시급||
  • 입력 : 2021. 01.25(월) 17:08
  • 조진용 기자

광주도심 한 아파트 투명방음벽에 새가 충돌해 죽어있다. 독자제공

참새 한마리가 맹금류 필름(새 모양)을 인식하지 못하고 방음벽에 부딪쳐 죽어 있다. 국립생태원 제공

새들이 투명 방음벽 등을 인지하지 못하고 충돌해 죽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연간 800만 마리가 구조물 충돌로 죽을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조류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점(點)자 조류충돌방지 필름'이 탁월하다. 실제 한국도로공사전남지사가 순천, 영암 등 총 8곳의 고속도로 구간에 점(點)자 필름을 부착한 결과, 조류충돌 사고가 한건도 나지 않았다. 과거 맹금류 모양 필름보다 점(點)자 필름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필름 부착을 의무화는 법적기준이 없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국회 차원의 조류충돌 방지 법안과 지자체의 관련 조례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투명방음벽 '새들의 무덤'

도로, 아파트 등의 건축물의 투명방음벽 등이 '새들의 무덤'으로 전락하고 있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광주지역에서 야생동물 62종 249마리가 구조됐다. 이중 새가 214마리(86%)로 가장 많았고 포유류가 31마리(13%), 파충류가 4마리(1%) 순이었다. 수리부엉이, 새매, 솔부엉이등 천연기념물 및 멸종위기 동물 12종 53마리도 포함됐다. 구조 원인은 건물(구조물)·차량 충돌이 96건(39%)로 가장 많았고 어미를 잃은 '미아' 사례가 89건(36%), 인가침입 26건(10%), 끈끈이 등 기타 사례 38건(15%)이었다.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 관계자는 "구조 원인 중 건물충돌 관련해 대부분이 투명방음벽 충돌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먹이활동을 하는 어미새 등이 충돌사고로 죽거나 다칠 경우 어미를 잃은 아기 새까지 죽는 2차 피해로 이어질 만큼 심각하다"라고 말했다.

투명방음벽 등의 건물을 피하지 못하고 충돌하는 원인은 새의 시각 구조상 투명유리 등을 인식하지 못하면서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 실장은 "일반적인 새들은 시속 36~72㎞ 속력으로 날아 가는데 유리가 거울과 같은 반사성을 가지고 있어 주변 경관을 반사해 새로운 공간이 있는 것처럼 혼동을 일으켜 멈추지 못하고 부딪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전남지사가 부착한 점 격자형 조류충돌방지필름. 도로공사전남지사 제공

●조류충돌방지필름 붙였더니…효과 커

조류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조류충돌방지 필름'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로공사전남지사는 광주~대구선 158.8㎞, 영암~순천선 150.5㎞, 영암~순천·호남선 193.9㎞ 왕복 구간과 광주~대구선 58.6㎞, 무안~광주선 14.3㎞ 구간 등에 점(點)자 조류충돌방지 필름을 부착했다. 필름 설치 이후 2019년 9월 이후 4개월간 모니터링 결과, 조류충돌 사고가 한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도로공사전남지사 관계자는"과거 전남도내 19곳의 도로구간에 부착한 맹금류 필름과 달리 점(點)자 필름이 더 효과적인 것을 입증했다. 맹금류 필름을 붙인 8개월 동안 98건의 충돌사고가 접수된 바 있다"며 "올해는 광주~대구선 광주 방면 38.5㎞, 호남선 순천 방면 94.2㎞에 점 격자형 조류충돌방지필름을 부착해 피해를 줄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도 점(點)자 필름의 효과가 더 탁월하다는 입장이다.

윤혜린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새 모양이 그려진 맹금류 필름은 빈틈이 많아 새가 방음벽을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점 격자형 조류충돌방지필름을 인식하는 이유는 높이5㎝ 폭10㎝의 촘촘한 간격을 새가 장애물로 인식한 것"이라며 "2018년 환경부 조류충돌저감효과 연구 결과 점자 필름을 방음벽에 설치할 경우 이 기준을 적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류충돌 방지 필름 부착 의무화 시급

'점(點)자 조류충돌방지 필름'의 조류 충돌방지 효과가 입증됐지만 투명방음벽에 필름 부착이 의무화되지 못하면서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필름 의무부착을 위한 제도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조류충돌방지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강은미(정의당)의원은 지난달 29일 '조류충돌방지법'을 발의했다. 오는 2월 본회의와 상임위원회를 통과하게 되면 조류충돌 방지법은 오는 2022년부터 지자체 및 공공기관 건물(방음벽, 유리창 등)에 점 격자형 조류충돌방지 필름 부착이 의무화된다. 하지만 법안 시행까지 갈길이 멀다. 지난 2018년 임이자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2017년에는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류충돌 방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국회에 계류되며 무산된 바 있어 강 의원의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지는 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국회에서 조류충돌 방지법이 크게 이슈화되지 못한 만큼, 지자체의 관련 조례 제정 등의 움직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환경부 실험을 통해 간격을 유지해 필름을 부착하는게 중요하단 점이 입증됐다. 2019년 충북 청주시와 경남 창원시는 공공 건축물(유리창, 방음벽)등에 조류충돌 방지 필름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했다"며"각 지자체에서 새들을 충돌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기존 건물과 신규 건물 공사시 조류충돌방지 필름 부착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