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출금이 제한됩니다"…품귀현상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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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재테크
"5만원권 출금이 제한됩니다"…품귀현상 심화
‘코로나19' 여파 대면 거래 급감||10장 발행시 2~3장만 환수돼||은행 창구·ATM 인출 제한 조치||한국은행 “향후 수요 대응 노력”
  • 입력 : 2021. 01.26(화) 16:23
  • 김은지 기자
최근 5만원권 품귀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광주의 한 은행에 5만원권 출금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5만원권으로 2000만원을 찾으려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두 군데를 도는 참이다. 창구도 방문해봤지만 전액을 5만원권으로 줄 수 없다기에 직접 ATM을 찾고 있다. ATM 한 곳에서도 원하는 만큼의 돈을 다 인출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발품을 팔고 있다. 명절이 아닌데도 5만원권이 부족한데, 설 전에 미리 현금을 준비해놔야 하나 고민이다."

광주 남구 한 은행의 ATM 앞에서 만난 이모(47)씨는 급히 거액의 현금을 쓸 곳이 있어 5만원권을 인출하려 했지만, 창구에서도, ATM에서도 원하는 금액을 찾지 못해 5만원권 인출이 가능한 ATM을 찾아다니는 중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고액권인 5만원권의 품귀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가 국내에 처음 유입된 지난해 2월 이후 5만원권 환수액은 전년 동기간 대비 반토막이 났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5만원권 환수율 평가 및 시사점'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5만원권 발행액은 1월부터 10월까지 모두 21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환수액은 5조6000억원으로 환수율은 25.4%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이 5만원권 10장을 찍으면 고작 2~3장만 다시 돌아왔다는 얘기다.

이는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2009년 6월 이후 최저치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9.4%p 하락한 수치다.

한국은행은 5만원권 부족 현상에 대해 코로나19 감염병의 특성상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음식·숙박·여가서비스업 등의 대면 상거래 활동 감소, 화폐 유통경로상 현금 입금 비중이 높은 업황의 부진,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에 의한 예비용 현금 수요 확대 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가 위축되자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발행된 5만원권 중 절반 이상의 화폐가 환수되지 않으면서 시중에는 5만원권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지역 은행에 설치된 일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는 '5만원권 수급 부족 사태로 인해, ATM 5만원권 출금 및 창구 교환이 제한됩니다'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또 다수의 ATM에는 '5만원권 출금 불가능'이라는 안내 화면이 등장해 돈을 인출하려는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현재 지역 내 은행 점포에서는 5만원권 신권 교환이 불가능하거나, 5만원권 거액 인출에 일시 제한을 둔 상황이다.

서구 한 은행에 재직 중인 한모(32)씨는 "한국은행에서도, 은행 자체적으로도 5만원권 출금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들을 상대하기가 만만치않다"며 "큰 금액을 인출하러 왔다가 5만원권으로는 드리지 못한다는 말에 불쾌함을 드러내는 분들이 적지 않아 응대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낮은 환수율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경우 5만원권 수요에 대응해 발주를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정확하게 이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 환수율이 단기간에 크게 하락한 것은 지하경제 유입 등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코로나19에 따른 대면 현금 거래 감소 등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의 진행 상황에 따라 5만원권 환수율도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은 예상치 못한 수급 불안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