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5·18은 현재진행형…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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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 "5·18은 현재진행형… 정치권부터 각성해야"
5·18 완성은 명확한 진상규명이 첫 걸음||코로나는 재앙…소박한 삶의 자세 필요||통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한반도 평화||평화협정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시켜야
  • 입력 : 2021. 01.17(일) 14:37
  • 이용환 기자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 2021년, 전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의 명확한 진상규명과 광주의 미래 먹거리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 2021년, 전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5·18민주화운동의 명확한 진상규명과 광주의 미래 먹거리 등을 이야기 하고 있다.

"올해로 41주년을 맞는 5·18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배상에 이어 세계화까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 윤상원 열사 기념사업회 김상윤 고문의 올해 바람이다. 가장 먼저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그런 후에 명예회복이나 피해배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지구를 수없이 약탈해 왔던 만큼 이제는 모두가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탄소 제로를 향한 노력, 탈원전 등을 위한 정치권의 각성도 주문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그는 평화를 강조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원년이 될 2021년 전남일보와의 신년 인터뷰에서도 그는 " 만약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다 망가지고 말 것"이라고 했다.

김상윤 고문의 삶에는 광주 현대사의 오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이하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고 결국 전남대에서 제적당한 그는 1980년 5월 민중항쟁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한 복판을 시민과 함께 했다. 1977년 계림동에 열었던 녹두서점 또한 당시 금서로 지정된 인문사회과학 서적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반독재투쟁을 하던 시민과 학생이 만나 소통하는 사랑방이기도 했다. 어쩌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현대사의 질곡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어온 그를 만나 뉴 노말 시대 광주와 전남의 과제를 들어봤다.

-요즘 근황을 소개해 달라

△2012년부터 담양에 내려와 느린 삶을 즐기고 있다. 요즈음 100세 시대라고 하는데, 나는 예순다섯이 넘으면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로 2012년이 예순다섯이 되던 해였다. 그리고 2017년부터는 형식적인 '고문'이란 직함을 제외하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정말 느리게 살고 있다.

-5·18과 김상윤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당시 상황을 소개해 달라.

△1980년 당시 5월 19일은 함평고구마사건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가톨릭농민회 전남지부는 2주년 기념식을 북동성당에서 가질 계획이었는데, 전남대 학생회의 지원을 받고 싶어 했다. 5월 17일 오후 가농과 전남대 학생회를 연결시키기 위해 녹두서점에서 기다리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전남대 총학생회 간부들을 피신시켰다. 그런데 오후 11시 30분쯤 계엄 당국에 사전 예비검속 돼 505보안대 지하실에서 5·18을 맞았다. 그후 5·18은 모두 상무대 영창에서 체험하게 됐다.

-5·18을 빼고 광주를 이야기할 수 없다. 광주는 어떤 도시가 돼야 하나

△광주는 이른바 '광주정신'의 발신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 정의, 인권, 평화의 발신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광주에서 노벨상에 버금가는 제3세계를 대표하는 '광주평화상'과 '광주예술상'을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만델라로 상징되는 남아연방과 광주로 상징되는 대한민국이 제3세계를 대표하는 큰 상을 만들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본다. 특히 광주평화상은 광주가 제3세계의 정의와 평화를 위한 허브로 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광주예술상 또한 광주문화수도의 진면목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불러오게 한 전두환씨의 최근 행동이 공분을 사고 있다.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전두환은 개인적으로 용서할 수 없는 추악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역사적으로도 그에게는 친일 세력, 비뚤어진 반공 세력, 쿠데타 세력으로 이어지는 강고한 뿌리가 존재한다. 그들이 한데 뭉쳐 우리사회의 적폐덩어리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서 전두환은 반성할 기회도 못 잡는 불쌍한 신세일 뿐이다.

-얼마 전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국가폭력을 처리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에 공통적인 규범이 있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명예회복, 피해배상, 기념사업이 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순서를 밟지 못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거꾸로 처리한 모양새가 됐다. 전혀 진상규명이 되지 않았고 따라서 책임자 처벌도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교통사고자 처리하듯 부상 등급에 따라 적은 돈으로 마무리 한 채 기념사업의 길로 나갔다. 가장 우선적으로 진상규명, 누가 이 반란을 일으켰으며 누가 발포하라고 명령했는지, 많은 시신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많은 행방불명자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진상규명에 따라 책임자들은 처벌을 받아야 하고, 그런 후에 명예회복이나 피해배상도 뒤따라야 한다.

-올해는 5·18 41주년이 되는 해다. 5·18의 완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까지도 5·18은 계속 박해를 받아왔기 때문에 과거에 메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진 후 광주는 인류를 위해 '해야 할 몫'이 있는 도시로서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에 위치한 구 도청 공간을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만들어 광주가 정의 평화의 허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홍콩에 있는 아시아인권위원회도 광주로 옮겨와야 한다. 옛 교도소 건물에 들어설 인권 컨플렉스에 인권운동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 세계 인권 평화와 정의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5·18 기념사에서 '진정한 민주 공화국의 기본정신이 될 수 있도록 5월 정신을 헌법전문에 수록하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당연히 5·18 정신은 헌법전문에 수록해야 한다. 4·19, 부마항쟁, 5·18, 6월항쟁 등도 함께 헌법전문에 수록되면 좋겠다. 3·1혁명부터 4·19혁명, 부마항쟁 등 우리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운 그 과정이 헌법 전문에 들어가면 어떤 누구도 그 뜻을 훼손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이른 것 같지만 할 수 있다면 촛불혁명까지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2017년 촛불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촛불 이후 과제는 무엇인가.

△이제는 우리나라만 잘한다고 괜찮아지는 시기가 아닌듯 하다.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탄소 제로를 향한 노력, 탈원전, 기본 소득의 문제 등 산적한 과제를 위해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그저 정권을 잡기 위해 안달이 난 모습만 보인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담하다. 어떻게 해야 정치권을 각성시킬 수 있을 것인지, 모두 고민해야 할 일이다.

-코로나부터 조류인플루엔자까지 지구촌에 온갖 바이러스가 극성이다.

△불행한 일이다. 그렇다고 코로나를 극복했다고 해서 인류의 재앙이 멈추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동안 인류는 지구를 약탈할 만큼 약탈해 왔다. 하나의 생명체인 지구도 살아야 한다. 살기 위해 지구도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몸부림은 인류의 재앙으로 되돌아온다. 빨리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한다. 역설적이지만 코로나로 인해 인류는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소박한 삶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 전 지구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광주군공항 이전으로 광주와 전남이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불행하게도 지역의 정치토호들이 군공항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정치적 욕심을 버리고 대승적으로 무엇을 거기에 채울지를 걱정해야 한다. 얼마 전 군공항이 이전하면 군공항을 포함해 광주천과 극락강, 황룡강을 아우르는 그곳 일대를 국가정원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 광주를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어 간다는 의미에서 공감한다. 공항부지를 다른 것으로 채우는 발상보다 비용 걱정 없이 아름답게 만들면 더 좋을것이라는 믿음도 크다. 공항 부지가 광주의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

-미래 먹거리를 위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고민이 깊다.

△지금 광주와 전남이 적극 추진하는 에너지, 자동차, AI, 모두 우리의 미래 먹거리로 손색이 없다. 여기에 하다를 더 한다면 광주를 역사와 문화의 눈으로 보자는 것이다. 유네스코 유산이 된 5·18은 이제 우리가 아무리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날 수없다. 문화도 마찬가지다. 의향과 예향을 아우르는 형태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나는 그것이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이야기되던 'CT연구원' 그러니까 문화컨텐츠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인이 문화컨텐츠연구원에 대해 이해하기 쉽지는 않지만, 그래서 자꾸 관심 밖으로 밀려나는 느낌이지만, 문화컨텐츠연구원이 만들어지면 광주는 명실공히 한국 문화산업의 메카가 될 것이다. 음악과 문학, 미술, 디자인 등 모든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광주로 몰려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광주다운 먹거리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다.

-남북관계가 정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해 남북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다. 그런데 더 시급한 것은 평화다. 만약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난다면 모든 것이 다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통일보다 평화를 정착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북쪽이 핵무기를 고집하는 것도 그 길 외에는 생존할 길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평화협정이 먼저 체결되어야 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우리가 더 노력하고 더 주체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도 길러야 한다. 좀 먼 이야기일지 모르겠으나, 통일을 위해서라도 평화협정 체결 후 국제적 약속 아래 남북이 모두 영세중립국으로 가는 길도 검토했으면 좋겠다. 글·사진=이용환 기자

◇김상윤 고문 약력

△전남 장성 출생 △광주일고·전남대 졸업 △녹두서점 대표 △광주비엔날레 실무 책임 △윤상원기념사업회·지역문화교류재단 설립 △광주문화도시협의회 설립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