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4>가상과 현실의 팝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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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14>가상과 현실의 팝아트
  • 입력 : 2020. 12.29(화) 13:47
  • 편집에디터

[사진1. 무라카미다카시(Takashi Murakami), Flower Ball (3D), 오프셋프린트에 은박과 바니쉬, 71x71cm (239300), 2013]

우리가 바라보고 살아가는 도시의 일상과 가상공간 그리고 이야기들, 또 그 안에 존재 할 예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회색 빛 도시 속 지루할 만큼의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거나, 색색의 원색 가득한 상상과 공상적인 모습일까? 어쩌면 이 두 가지의 세상을 모두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번 2020년 한해의 마무리 <이선의 큐레이터 노트> 제14화는 도시의 일상과 가상을 통해 바라본 예술, 팝아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세계의 팝아트 예술 사조를 새로이 발견해 준 무라카미 다카시와 LED위에 투영된 도시인의 삶을 재배열한 줄리안오피의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무라카미 다카시(むらかみたかし, Takashi Murakami)는 2008년 타임지에 시각예술가로서 유일하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지명되기도 한 일본의 대표 팝 아티스트이자 '일본의 앤디워홀'이라 불리며 서구 중심의 현대미술을 아시아 감성으로 혁신한 대표적인 작가다. 작가는 일본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수퍼 플랫'(Super flat)의 개념을 새롭게 제안했다. 그런 그의 작업은 상업적인 디자인, 일본 만화의 표현기법, 순수미술의 심미성 등을 포함해 예술의 경계를 허물고 결합한다.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꽃' 시리즈는 일본 전통미술의 소재로 많이 쓰인 꽃과 애니메이션의 '평면성'을 결합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으며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비주류' 문화들이 '주류' 미술시장에서 사랑받는 모순적인 상황을 만들었다.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인 그는 만화에 뿌리를 둔 특유의 예술세계를 펼쳐왔다.

다카시는 "오늘날 우리는 서구 미술사가 구축한 예술이라는 정의를 따라가지만, 동양에는 우리만의 역사가 있다. 예술가로 살아남기 위해서 우리는 이 두 개 문화의 충돌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고 말했다. 일찌감치 작품 가격이 100억원을 돌파해 세계 미술시장에서도 '비싼 작가'로 알려진 그는 특정 분야에 깊이 빠진 마니아를 뜻하는 '오타쿠(Otaku,オタク)'들의 서브문화를 메인예술에 접목했다. 과거와 현재, 독창적인 것과 모방적인 것, 고급과 하위문화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시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펼친 것이다.

"사람은 늘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제대로 된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것은 많은 실험과 실패가 포함된 과정입니다. 저는 진정한 창작 행위의 시작은 이런 인식이 함께할 때에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예술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진화해야 해요." 고 무라카미는 2009년 데미안 허스트의 책 을 위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도쿄 국립 예술대학에서 공부했고 니혼가(nihonga,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유럽과 전통 일본 회화의 세련된 혼합체)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고급' 예술 대 '저급' 예술로 양분하는 서구의 사고방식을 타파하는데 니혼가를 사용했고 2000년에는 아니메(일본 만화 영화)의 영향을 받은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기 위해 '슈퍼플랫(superflat)'이라는 장르를 만들어냈다.

무라카미는 카니에 웨스트(Kanye West)와 퍼렐(Pharrell Williams) 같은 세계적 뮤지션들과 루이비통과 반스 같은 브랜드들과 협업을 해 왔고, 소더비 경매장에서 여러 번 최고가 작품으로 등극했다. 당시의 작품이 1500만 달러에 팔렸을 때 "그 목표는 달성된 듯 보인다." 라고 파이넨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2015년에 썼다. 일본과 뉴욕에 카이카이 키키(Kaikai Kiki)라는 예술품 제작 및 경영 회사를 설립했고, (2015년작)로 극영화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놓았다. 시카고 현대 미술관에선 회화에 집중된 전이 열렸을 때, 직후에 거라지 미술관 회고전이 이어졌다. 그의 전시회는 의도 과정에서 초기에 내세웠던 아름다움, 섹스, 죽음이 등장해가며 작업의 레퍼토리(repertory)를 현재까지도 맞춰나가고 있다.

[사진2. 줄리안오피(Julian Opie), 군중, 서울스퀘어미디어캔버스, 2009]

영국의 현대미술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는 도시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나 건축물을 작가의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표현하며 다수의 신작 페인팅, 영상, 조각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현재 뿐만 아니라 고대와 최첨단을 넘나드는 다양한 기법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줄리안 오피는 일상 속 언어를 재해석하며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치 있게 풀어내는데, 단순화 된 형태로 풀어내는 그의 작업방식은 세상의 시각적, 공간적 경험을 환기시킨다. 특히 고대 초상화, 이집트 상형문자, 일본의 목판화뿐 아니라 공공표지판, 각종 안내판, 교통 표지판에서 영감 받은 그의 작업은 현대적 시각언어와 (고전)미술사의 근간을 이루는 요소들이 조우하는 지점을 보여준다."내 그림은 드로잉이 단순한 대신 여기에 무브먼트의 요소를 주입하고, 많은 사람들이 내 작업을 보고 간단해 보인다고 여기지만, 대부분의 현대미술은 나름의 증류 또는 정제의 과정을 거친다. 피카소나 리히텐슈타인 같은 작가는 자신 만의 세계에서 걸러낸 이미지를 내놓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티스트들 각자 시대에 사용하던 도구의 특징이 보인다."고 말했다. 작업은 평범한 일상 속 바쁘게 이동하는 현대인들을 관찰하며'걷는 행위'에 집중한다. 회화와 영상 매체에 자신만의 시선을 담아 공유하고 시선을 살짝만 옆으로 돌려도 금세 거리를 걷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어디에나 있는 익숙하고 똑같은 풍경들을 오피는 그 공통된 풍경에서도 각 도시의 차이로 세밀하게 포착하고 순간을 채집하며 기록하는 습관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표정과 옷차림, 움직임이 다름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 세계 다양한 도시의 풍경은 오피에게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고, 사람들에게 도시 특징을 다시 재발견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걷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림으로 표현하기도 흥미롭고 역동적이죠. 각기 다른 사람들의 걷는 모습은 마치 풍부한 색깔을 담고 있는 팔레트 같아요."

- Julian Opie

그가 2014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신사동과 인사동 거리를 거닐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인상을 작품에 담았다고 한다. 그는 서울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옷을 굉장히 멋있게 잘 입고, 머리 모양도 멋스러웠습니다. 다만 걸으면서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모습에 놀랐습니다." 그의 시선으로 각인된 서울 사람들의 실루엣, 우리의 바쁜 일상이 작품 속에 담긴 현상이 그러했다.

어쩌면 우리의 일상은 줄리안 오피의 작품처럼 주어진 길을 끊임없이 앞만 보며 뚜벅뚜벅 걸어가거나, 가끔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처럼 일상을 떠나 원색의 무한대 공상에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하며 삶의 주체가 되어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약간의 예술이 함께 한다면 더욱 멋진 이야기가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2020년 많은 여러움 속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잘한 것과 부족한 것들을 뒤돌아본다. 다시 다가올 2021년의 계획을 세우는 시점에서 독자들과 함께 "Happy&Save New Year!" 를 외치며 맞이하고자 한다.

[좌.사진3. 줄리안오피(Julian Opie), Winter night 2, 용지에스크린프린트, 2020]

[우.사진4.줄리안오피(Julian Opie), Walking in the Insa-dong,Seoul, 용지에스크린프린트, 2014]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