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잘해왔다, 긴장하지 말고 실력 발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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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잘해왔다, 긴장하지 말고 실력 발휘를"
●수능 예비소집 현장 가보니||교실 입장 안되고 운동장서 수험표 배부||시험장 앞에서 안내도로 시험실 확인만||확진·자가격리 수험생은 대리수령 가능
  • 입력 : 2020. 12.02(수) 17:05
  • 양가람 기자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르게 될 수험생들이 2일 학교 출입구에 게시된 시험장 안내도를 살펴보고 있다.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이 뭔지는 지겹게 들었지? 여태 잘해왔으니 너무 긴장하지 말고, 끝까지 차분하게 시험 보고 와."

2021 대학수학능력시험 예비소집일인 2일 오전 9시30분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 운동장. 코로나19 탓에 올해 수능 예비소집은 교실이 아닌 운동장에서 진행됐다.

쌀쌀해진 날씨에 긴 패딩이나 두꺼운 코트를 입은 학생들이 많았다. 미처 외투를 챙기지 못해 교복만 입은 학생도 몇이나 됐다.

반별로 모여 앉은 학생들의 두 눈엔 수능에 대한 긴장감과 함께 원격수업으로 오랜만에 만난 선생님, 친구들에 대한 반가움이 섞여있었다.

3학년 3반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안내문과 수험표를 배부 받았다. 안내문에는 수능 전날과 수능 당일, 그리고 수능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일정과 조언들이 담겨 있었다.

선생님은 목에 건 마이크로 학생들에게 수능 유의사항을 꼼꼼히 설명해줬다. 수능날 아침 허둥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미리 시험장에 방문해 인증샷을 찍어 보내라는 말도 덧붙였다. 수능 이후 곧바로 수시 면접을 치르는 학생들에게는 긴장의 끈을 놓지 말라고도 조언했다.

학생들은 옆 자리 앉은 친구와 담소를 나누며 꺄르르 웃다가도 선생님의 진지한 목소리에 몇 번이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일부 학생들은 선생님이 나눠준 수능 선물을 받아 들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개별 포장된 선물에는 연필, 지우개, 마스크 등 수능 필수 준비물과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가 담겨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3학년 3반 구슬 담임교사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수능 치르는 아이들의 어려움이 많다"면서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만 눈을 돌리다보면 정작 자기가 해야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묵묵하게 자기 앞에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다보면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코로나19로 시험장을 찾아온 수험생들은 교실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정광고에서 수능을 치르는 운남고 3학년 기도현 학생은 학교 건물 앞에 설치된 안내도로만 시험실 위치를 확인했다.

기 군은 "아침 일찍 눈이 떠져 학교 운동장에서 수험표만 받고 바로 시험장으로 왔다"면서 "교육청 유튜브로 수능 시험장 영상만 본 상태라 (코로나수능에 대한) 실감이 잘 안난다. 미리 교실로 들어가 책상에 설치된 칸막이를 확인하고 싶은데, 아예 들어갈 수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수능 예비소집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수험생들의 시험장 건물 입장이 금지됐다. 졸업생은 수능 원서를 접수한 지역 내 교육지원청에서 수험표를 배부받았고, 자가격리 중이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대리수령했다.

2일 광주 광산구 정광고등학교 운동장에서 수험표 배부를 마친 3학년 3반 담임선생님이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