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안할거면 '상생방안'이라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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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단속' 안할거면 '상생방안'이라도 주세요"
송정5일시장 상인회 고충 토로||노점상, 장날 시장 옆 도로 점령||광산구 “영세상인을 어떻게 단속”||"차라리 노점을 시장 안에 넣자"
  • 입력 : 2020. 10.29(목) 17:01
  • 김해나 기자

지난 28일 장날을 맞은 광주 광산구의 송정5일시장 옆 골목에서 노점상이 장사를 하고 있다.

장이 열렸지만 정작 시장에는 사람이 없고 옆 노점상으로 사람이 몰리는 기이한 현상이 광주 광산구 송정동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에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노점상들이 시장 옆 골목을 점거하고 있어 이용객들은 그곳이 시장인 줄 알고 찾고 있기 때문이다.

관할 구청은 "영세업자를 어떻게 단속하느냐"는 입장이지만, 시장 상인들은 "시장으로 들어와서 영업하게 하든지 도로 점거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상생방안이라도 내달라"고 읍소 중이다.

지난 28일 장이 열린 광주 광산구의 송정5일시장.

오전 일찌감치 노점상들은 인근 골목까지 들어앉았다. 평소라면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이지만, 장날이 되니 도로는 제 기능을 못하고 노점상과 손님들로만 북적였다.

반면 송정5일시장은 손님들 그림자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웬만한 물건은 노점에서 모두 구입하고 시장 내부로는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장상인은 "옆 골목에 노점상들이 자리를 잡아 손님들은 옆 골목이 시장인 줄 알고 이용한다"며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데 누가 여기를 시장이라고 생각하겠나"고 토로했다.

임용태 송정5일시장 상인회장은 "시장 옆 골목 불법 점거 노점상들 때문에 시장이 망해가고 손님이 없어 장사도 못 하고 있다"며 "지자체 공설 시장인데도 말라 죽어가다 보니 광산구청에 여러 번 항의했지만, 장날에 그 골목으로 차가 다닐 때 신고를 하면 단속을 하겠다는 황당한 답변만 받았다"고 털어놨다.

임 회장은 이어 "차도를 막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도 문제지만, 불법인 것을 알고도 방관하는 구청도 문제다"며 "불법으로 도로를 점령해 장사하는 노점상은 말 그대로 '불법'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죽하면 불법 노점상들을 시장 쪽으로 편입해 시장 규모를 키우고 다 같이 활성화되는 상생 방안까지 제안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광산구는 왜 수수방관일까?

광산구 건설과 관계자는 "해당 골목이 송정5일시장 구역이 아니더라도 이미 상권이 형성돼 있는 오래된 전통 장에 대해 구청에서 일일이 단속하기가 힘들다"며 "인위적으로 행정기관에서 노점상을 단속하는 것은 송정5일시장을 폐쇄하는 것과 같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있을 때는 단속을 철저히 하지만, 손님들과 상인들이 잘 이용하고 있는 시장에 굳이 행정기관이 앞장서서 단속을 할 필요가 있느냐"며 "노점상들의 밥벌이를 없애버리는 꼴이다. 함께 먹고 사는 현장에 법의 잣대를 들이밀어 단속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불법 도로 점령에 대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이냐는 질문에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 외곽에 통행을 방해하는 곳은 단속하고 있다. 하지만 노점상들이 즐비한 골목 안쪽까지는 단속이 힘든 실정이다"고 해명했다.

관할 구청 자체가 불법임을 인지하면서도 별다른 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갈등을 묵인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묵인이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이 구청에 끊임없이 상생방안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점상의 자릿세 의혹까지 불거지자 시장 상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상가 앞에 자리 잡은 노점상이 해당 상가에 자릿세를 내고 있으며 광산구가 이를 알면서도 눈 감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노점상들이 기존 상가에 현금으로 자릿세를 주고 상가 앞 자리를 이용한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며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서 답답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노점상들이 가게 앞 도로를 점령해도 상가 상인들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국밥집 앞에서 생선을, 막걸릿집 앞에서 채소를 파는 등 해당 매장과 관련 없는 노점상들이 대부분이었다.

이와 관련 광산구 관계자는 "노점상인이 상가에 자릿세를 주고 이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관할 구청에서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답변은 하지 않았다.

지난 28일 장날을 맞은 광주 광산구의 송정5일시장 내부에 손님이 오지 않자 한 상인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송정5일시장은 시장 내부보다 노점상들이 점거한 옆 골목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